가상화폐 자율규약 실효성 논란... 업비트 "코인 검증은 투자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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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자율규약 실효성 논란... 업비트 "코인 검증은 투자자 몫"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7.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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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협의체 구성
자율 가이드라인 마련 등 약속만 하고 실행 뒷전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 위반시 제재 방안 모호
"당국 압박에 면피용 이벤트... 유명무실" 비판
업비트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 행보... 진성성 의문
"상장 심사 매우 엄격... 체크리스트만 26개" 홍보
심사 엄격하다며 5년간 상장폐지 코인 187종
체크리스트 하단에 "회사는 손해 배상 책임 없어" 면책조항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전세계적으로 전대미문의 투자자 피해를 낳았던 테라·루나 사태 발생 두 달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약속한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주머니에서 나온 금원으로 막대한 부를 챙긴 거래소들이 법적인 규제장치가 없는 현재의 진공상태를 악용해 면피성 행보만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수통 칼잡이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강조한 사실에 근거해, 금융당국의 정밀한 실태조사와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리스크 협의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들과 학계 전문가 4명 등이 참석했다. 위원장은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기술경영융합대학)가 맡았다.

이날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회사별 소비자보호 관련 내부통제 현황 및 자가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시장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거래소 내부통제기준 보완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회의에 대해서는 일회성 전시 이벤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업비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를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대형 거래소들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구체적인 실태파악과 책임 소재를 살피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엔 회의가 겉돌았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이유이다. 금감원은 매달 1회 정기적으로 협의체 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이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지난달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자율 개선방안’을 내놓았으나 당시에도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사업자간 공동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거래지원(상장) ▲시장감시 ▲준법감시 등 3개 부문에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구체적 세부계획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아직까지 협의체 내 가상자산 상장을 심사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할 계획은 없다. 

협의체 합의안은 신규 가상자산 상장 시, 거래소가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공통적 평가항목과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목적이 있다. 공통 가이드라인이 준비되면 이를 바탕으로 각 거래소 사업자별로 상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합의안과 관련돼 전문가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대목은 대략 세 가지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라는 근본 취지를 살리기에는 대책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공통규약이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구속력이 없어 합의안이 선언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장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치명적 한계이다. 상장 대상 가상화계 위험도 평가 역시 전적으로 각 거래소 판단에 맡기는 구조라는 점에서 현재 방식과 무엇이 다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내부심사 거쳤다는 '코인 상장'... 결과는 무더기 '상장폐지' 

업비트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80~90%에 이르는 업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다. 사실상 독점과 다름없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 

가상화폐는 상장과 거래, 수수료 징수, 상장폐지까지 전적으로 거래소가 주관한다. 만약, A라는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다가, 거래소가 특정 이유를 들어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당해 코인의 시세 급락은 불가피하다. 다른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는 상황이라면 코인을 옮길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아닌 단독 상장이면 투자자들의 계정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피해는 오로지 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7년 이후 현재까지 5년간 거래량 상위 8개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가상화폐 수는 무려 541종에 달한다. 투자자 손실 규모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업비트는 가장 많은 187종을 상장폐지했다. 상장폐지 처분이 이처럼 무더기로 나온다는 사실은 상장 심사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유력한 반증이다. 그럼에도 업비트는 관련 법규 미비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업비트 "체크리스트 신뢰로 발생하는 손해, 회사는 책임 없어"

사진=업비트 거래지원 체크리스트 캡쳐
사진=업비트 거래지원 체크리스트 캡쳐
업비트 체크리스트 면책조항. 사진=화면캡처.
업비트 체크리스트 면책조항. 사진=화면캡처.

업비트 측은 “거래지원(상장)에 앞서 사전검토, 세부검토, 심의위원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통해 철저하게 해당 프로젝트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6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위험성 등을 검토한 후 거래지원을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체크리스트에 이미 사기 등에 대한 검토가 포함돼 있다”며 “최근 공동 협의체의 대응방안은 이런 평가항목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더 강화된 규율 방안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비트 측은 상장 관련 세부심사 기준과 항목 등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공개한 정보가 코인 상장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거절의 주된 이유였다. 

업비트 측의 해명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들이 강조한 체크리스트는 ▲프로젝트의 투명성 ▲거래의 원활한 지원 가능성 ▲투자자의 공정한 참여 가능성 등 3가지 항목으로 이뤄졌으며 그 내용은 일반 기업이 상거래를 할 때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기업 개요'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당해 코인이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 그 위험의 종류와 예상되는 피해 규모, 위험을 해소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방어장치의 유무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항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비트 측은 체크리스트 사용 목적이 ‘결격요건’ 판별에 있다면서도, 체크리스크 페이지 하단에 '면책 조항'을 희미한 글자체로 표기해 놓았다. 

업비트 측이 체크리스트 페이지 하단에 명기한 면책조항은 다음과 같다. 

특정 디지털 자산의 거래지원과 관련돼 요구 및 책임사항 등을 완전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업비트에 특정 디지털 자산이 거래지원됐음을 이유로 해당 디지털 자산이 본 체크리스트에 요구되는 항목을 충족했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두나무는 투자자가 본 체크리스트를 신뢰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및 일체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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