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연기 가능성... "물가안정 정부 의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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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연기 가능성... "물가안정 정부 의지 퇴색"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6.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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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올해 1분기 7.8조 영업손실
한전, 최대치 인상 요구하며 정부 압박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 수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다만 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 현안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재부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수용할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한국전력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달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전기요금 3원 인상안을 전달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인데, 최대치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한전의 요구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여당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뒤로 밀릴수록 부담이 커지고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당·정 협의회'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그 부분(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되므로 정부에서 적절히 판단해서 (하되), 전기요금 인상은 지금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최종가격을 그대로 두면 한전 적자는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전기요금으로는 올해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공공요금 인상 협의 권한을 가진 기재부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최근 2.2%에서 4.7%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원가격인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 안정을 민생경제의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가 의심받는 것은 물론 시장경제체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요금마저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전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만만치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한전의 올해 적자가 20조∼30조원에 달할 수 있다. 대책이 있냐'는 질의에 "한전이 10조원 이상 흑자를 낼 때는 뭐 했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이익을 낼 때는 경영 여건이 나빠질 때를 대비하지 않고, 적자가 나면 요금 인상으로 손쉬운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와 산업부가 함께 살펴보고 논의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 시점도 한전이 공지한 이달 21일을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누적되는 적자 상황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고퉁 분담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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