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쓰는 농협 'RPA포털'... "국제적 모델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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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쓰는 농협 'RPA포털'... "국제적 모델로 만들 것"
  • 심준선 기자
  • 승인 2022.06.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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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포털 사용자 수 5000명 돌파
1116개 농축협 중 87%가 사용
44개 자동화 과제 적용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본관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농축협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확산 프로젝트 완료 보고회에서 화상으로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3~4년 전 불었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바람에 농협도 동참했다. 전국 농축협에 도입한 RPA포털은 어느새 사용자 수 5,000명을 넘어섰다.

RPA는 사람이 하던 반복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대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부분의 RPA 툴은 개별 워크스테이션에서 실행된다. 학습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서 스프레드시트로 데이터 행을 옮기는 것과 같은 반복 업무를 수행한다.

RPA 도입의 핵심은 직원들이 단순 업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RPA를 도입하는 기업·기관들은 무엇보다 시간을 강조한다. 지난 8일 풀무원은 RPA 도입으로 4,000여시간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RPA 도입으로 1만6,000여시간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RPA 도입 후 8개월간 1만5,000시간을 절감했다.

다른 효과도 있다. PWC컨설팅 센터에 따르면 RPA 도입은 △업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보안 향상 △업무 품질 향상 △컴플라이언스 향상 △확장성 증가를 가져온다.

농협중앙회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RPA를 '포털'로 만들었다. 별도의 학습 없이도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카드 형태로 된 실행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 또한 챗봇의 도움을 받아 과제 실행 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화가 필요한 과제를 제안할 수도 있다. RPA포털에 제안된 과제는 각 조직의 RPA COE(Center of Excellence·전문가 조직)가 효과성을 평가하고 개발한다. 

현재 RPA포털에는 44개 자동화 과제가 적용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과제는 국세청 자료를 다운받아 예산 집행을 하는 지급회의서 작성이다. '신용사업 실적자료 작성' 과제도 많이 사용된다. 사용자가 2,000명이 넘을 정도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광학문자판독(OCR) 과제의 경우 사용자 증대를 위해 양식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RPA포털은 디지털혁신실 RPA추진팀과 IT전략본부 선행기술팀의 긴밀한 협업체계를 유지하며 개발·운영됐다. 선행기술팀이 RPA포털의 기능 개선을 담당하고, RPA추진팀이 홍보·지도를 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RPA를 농협은 3단계에 걸쳐 도입했다. 먼저 2019년 시범적으로 농협중앙회 공통업무에 적용했다. 이후 부서 개별업무, 계열사 공통업무로 확대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추진했다. 

지난 10일 기준 RPA포털 사용사 수는 5,000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1,116개 농축협 중 87%인 971개에서 사용했다. 내부 관계자는 "많은 직원들이 RPA의 효과성을 경험하면서 사용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내실 있는 RPA 활용 문화 정착을 유도해 내년에는 1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의 약진과는 달리 기업 전반의 RPA 혁신 자체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도입 초기 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RPA 혁신은 높은 성과를 냈다. 국내 기업 사이에선 "연간 1만시간을 절약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는 한 발짝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기술적 한계다. 100% 자동화가 불가능한 업무들이 남아 있다. 이는 RPA를 비정형 데이터까지 인식해야 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물론 인공지능 광학인식(AI-OCR)과 같은 기술로 점점 문제가 해결되는 영역도 있다.

둘째는 조직 내부의 반발이다. RPA가 고난도 업무까지 적용되면서 내부 정규직 직원들이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문제가 가장 민감하다. 지난 2월 솔루션 제공 업체 리멤버는 국내 기업 379개사를 대상으로 RPA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RPA 도입 후 신규 채용을 줄인 회사는 총 28%에 달했다. 크게 줄인 곳은 2%, 약간 줄인 곳은 27%로 나타났다. 채용 규모를 늘린 곳은 5%에 불과했다. 아울러 RPA를 사용한 기업이 매달 6,000만원의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셋째는 RPA 프로젝트의 비경제성이다. RPA가 필요한 업무를 찾아 도입하는 일보다 다른 시스템 프로젝트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리멤버 설문에 따르면 국내 기업 379개사 중 48%가 RPA를 도입하지 않았다.

반면 KB국민은행와 같은 획기적인 사례도 있다. KB국민은행은 183개의 업무에 RPA 도입해 지난해까지 125만시간을 절감했다. 최근에는 240여개의 업무를 RPA를 통해 작업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농협은 비경제성을 극복하기 위해 포털을 도입했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이를 위해 화상교육을 실시한다. 지역본부 단위 현장교육과 연수원 교육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직원을 대상으로 RPA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다. 내년에는 RPA 해커톤(해킹+마라톤)이나 경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RPA포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RPA는 도입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적시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RPA가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디지털 기술로 정착할 수 있도록 원활한 운영에 가장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End to End 자동화를 향한 농협형 AI 플랫폼을 도입해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RPA 모델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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