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품 비건요리에 힐링"... 숲 속 연상, 농심 '포리스트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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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품 비건요리에 힐링"... 숲 속 연상, 농심 '포리스트 키친'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6.04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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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소라 기자
사진=배소라 기자

지난달 27일 잠실 롯데월드몰 6층에 개장한 '포리스트 키친'은 개점하기 전부터 국내 다이닝 업계 최초의 비건 코스 파인다이닝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농심이 그간 개발한 대체육 기술력에 김태형 셰프의 미국 뉴욕의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접목한 비건 레스토랑이다.

지난달 30일 저녁 '포리스트 키친'을 방문했다. 다른 레스토랑에도 베지테리언 옵션은 있으나, 비건을 메인으로 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이 곳 뿐이다. 이 곳의 분위기는 입구부터 '숲 속'을 연상케 했다. 실내도 초록색과 연한 우드 톤으로 숲 속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쪽 벽면에 작은 유리 화병에 2~3송이의 꽃이 꽂혀 있어 화사함을 더했다.

레스토랑 자리는 홀(hall)과 바(bar)로 나뉜다. 한 쪽면이 통유리로 돼 있는 홀에선 석촌호수 뷰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고, 바에선 주방에서 셰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셰프는 요리가 나올 때 마다 직접 들어간 재료 등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서비스에서부터 고급화 전략이 돋보였다. 안내를 받아 사전에 예약해둔 바 자리에 앉자 정장 차림의 매니저가 메뉴판을 건네며 설명해줬다. 테이블 위에는 마스크를 보관할 수 있는 봉투도 준비돼 있었다. 음식이 제공된 후에도 입맛에 맞는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수시로 점검했다. 

특히 각 요리에 대한 설명과 총괄 셰프의 사연이 적혀 있는 디스크립션 카드도 눈에 띄었다. 카드를 읽는 동안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식사 중에도 셰프의 추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포리스트 키친 저녁 코스 요리. 사진=농심
포리스트 키친 저녁 코스 요리. 사진=농심

 

시그니처 메뉴는 야생 버섯... 각종 고급 식재료 사용

포리스트 키친의 메뉴는 크게 런치와 디너 각각 한 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점심 5만5000원, 저녁 7만7000원이다. 저녁에는 농심이 자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스테이크 등 메인 요리를 비롯해 참외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10가지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이 사용된다. 각 요리에는 주재료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초당옥수수·코코넛·뿌리채소·흑마늘·야생버섯·세모가사리·참외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주문 후 10분가량 시간이 지나자 첫 요리가 나왔다. 코스의 첫 요리는 레스토랑의 이름을 담은 '작은 숲'. 대리석으로 만든 트레이에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입거리 음식과 콩 커스터트, 꽁꼬치 등이 등장했다. 플레이팅이 마치 예술 작품같아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어떤 요리부터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콩 커스터트를 한입 넣자 콩의 부드러움과 트러플 버섯향이 어우러지며 잠자던 미각 세포를 모두 일깨웠다. 

농심이 자체 개발한 대체육으로 선보인 흑마늘 스테이크는 담백함과 함께 고소한맛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흑마늘 소스로 느끼함을 잡아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흑마늘 스테이크 다음에는 시그니처 메뉴인 야생 버섯 요리가 나왔다.

디스크립션 카드에는 "채식 재료의 꽃은 버섯이 아닐까 한다. 학창 시절 미국 뉴욕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벤자민 아저씨가 들고 온 트러플과 다양한 야생버섯의 향을 잊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버섯을 한 입 먹자 땅의 향을 듬뿍 머금은 야생버섯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디저트 메뉴도 인상적이었다. 참외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김태형 총괄셰프가 어릴적 참외를 서리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메뉴다. 참외의 씨와 껍질까지 모두 갈아 이를 소스로 활용했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참외 맛이 났다.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30~40대로, 비건에 대한 젊은 층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여동생과 매장을 찾았다는 30대 고객 A씨는 "한달에 한 두번은 비건식으로 식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방문해 봤다"며 "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한번 쯤은 방문할 만 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앉은 테이블에 김태형 총괄셰프가 왔을 때 메뉴 구성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그는 "비건 문화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비건 레스토랑은 국내 최초다"며 "소비자가 등장부터 퇴장까지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Forest Kitchen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조합한 단어다. 지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고객의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 정화하고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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