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공장 예고한 현대차... 노조 반발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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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공장 예고한 현대차... 노조 반발 뛰어넘을까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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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한 일정 맞춰 발표 전망
22일 바이든-정의선 면담 예정
바이든 대통령, 현대차 투자에 감사 전할 듯
현대차 노조 "명백한 단협 위반"
업계 "노조의 경영 참여 안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이 공개한 경제개발 중대발표 예정지. 사진=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이 공개한 경제개발 중대발표 예정지.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 미국 전기차 시장 내 게임 체인저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방한 중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조지아주 공장 신설과 관련해 감사 인사를 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대차가 이같은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노조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미국 공장 설립 추진은 엄연한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를 투자해 현대차와 기아 양사 전기차 모델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 신설 역시 단계적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규모를 확대해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2009년 기아 조지아주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조지아주, 20일 현대차 전기차 공장 유치 발표 할 듯

최근 외신들은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70억달러(약 9조153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현대차가 현지 주 당국과 협의 중이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20~22일)에 맞춰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의 새로운 전기차 공장 부지는 미국 조지아주가 유력하다. 업계는 현대차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 기조에 맞춰 미국의 전기차 지원정책에 부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데 대해 감사 인사를 건넬 예정이라고 밝혔다.

AP통신 역시 지난 13일 현대차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맞춰 조지아주에 7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장 건설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서배너 항구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 공장 부지에서 중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2006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에 참석해 당시 주지사인 소니퍼듀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2006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에 참석해 당시 주지사인 소니퍼듀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에 대한 노조 반발을 의식한 듯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18일, 2030년까지 8년여간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소와 투자금액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 "일방적 공장 설립 추진시 강력 대응"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국내 전기차 생태계 발전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내연기관 생산라인 축소에 불만을 표하는 노조에 상생 의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 생산라인 확대에 따른 인력 축소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조의 반응이 기대와는 다르다는 데 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도 전까지 회사는 미국 공장에 대해 노조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상 해외 공장 신·증설시 노조 설명회를 열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고용안정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미국 공장 설립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해 32만8000대의 친환경차를 생산했고 올해는 44만대, 2030년까지 187만대 수준으로 점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고용 유지 방안과 국내 공장 투자 계획은 찾아볼 수 없어 사내 전반에 걸쳐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국내 공장 투자 유보와 해외 공장 확대는 결국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조지아주 공장, 바이든 정부와 시너지… 노조에 끌려가선 안돼"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가 노조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이미 귀족노조를 넘어 회사 위에 군림하고 있는게 사실 아니냐"며 "현대차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노조에 끌려다녀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노조가 자꾸 경영에 참여하면 안된다. 그러면 국내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다"며 "세계 흐름에 따라 현대차도 노조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과 관련돼 "북미 지역 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보인다"며 "전기차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와도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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