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웰스토리 사건, 檢은 대장동급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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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웰스토리 사건, 檢은 대장동급으로 보고 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5.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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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관계자 "검수완박 위기에 국면전환용 인식"
검찰, 공정위 고발 '삼성 웰스토리' 사건 주목
급식 몰아주기 혐의 모호, 입증 쉽지 않아
경영권 부당 승계 연계... 추론 빼면 증거 전무
웰스토리 수사, '검수완박 정당성' 입증 사례 될 수 있어
경기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기존 2팀에서 3팀으로 확대되고, 검사 인력도 약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삼성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웰스토리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공판과 연결지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삼성 옛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조기 승계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 진행됐고, 웰스토리가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 위 작업을 위한 '실탄'으로 쓰였다는 것이 공정위 시각이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삼성전자와 웰스토리 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 압수물 분석을 끝내고 관련자 소환을 준비 중이다.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력을 대내외에 입증하기 위한 방편으로, 웰스토리 케이스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사권 박탈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검찰 구성원은 거의 없다"며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대장동이나 웰스토리 같은 중요 사건의 진실 규명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 내부에서 웰스토리 사건의 무게를 ‘대장동 급’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공정거래조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로 헌정 사상 최대 위기에 몰린 검찰이 '수사권 보유 필요성'을 국민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론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하다.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을만한 대형 사건으로는 가장 먼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특혜 의혹'이 꼽힌다. 다만 이 사건은 수사 정점에 구 여권의 대통령 후보가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보복 수사, 표적 수사라는 잡음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권 보유의 필요성과 수사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균형을 맞출만한 사건이 있어야 한다. 검찰이 웰스토리 케이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찰이 웰스토리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동 사건 핵심 쟁점이 삼성이란 국내 최고 기업집단 내부의 불공정거래 관련 의혹이고, 두 번째 국민들이 민감해 하는 먹거리와 급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공정위 판단을 전제로, 진행 중인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과 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케이스와 같은 표적수사 논란을 피할 수 있으면서도 국민의 눈과 귀를 잡아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웰스토리 의혹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동 사건을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과 연결지을만한 구체적 증거나 증언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 어떤 방식과 과정을 거쳐 동 기업 보유 현금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쓰였는지 확인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사실로 단정짓는 행태는 위험천만하다.

동 사건에 대한 공정위 판단이 예단 내지 추론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칫 검찰의 이 사건 수사는 역설적으로 '검수완박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확대... 일부 반부패부 검사도 합류 

올해 3월 서울중앙지검은 고진원 공정거래조사부장이 지휘하는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을 각각 공정거래수사1·2팀과 부당지원수사팀으로 개편했다. 검찰 인력은 총 15명이 배정돼 중앙지검 내 최대 부서가 됐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 연말부터 시행되면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범위는 대폭 확대됐다. 불공정거래를 규제한다는 본래 입법 취지를 넘어서 기업 경쟁력을 해치는 독소조항이 곳곳에 산재해 조속한 재개정에 필요하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시행으로 검찰 공정거래조사부의 위상은 크게 강화됐다. 공정거래조사부 위상 강화는 '공정'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조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를 했거나 수사 중인 사건은 대부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관련돼 있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 자회사 부당지원 의혹, 대웅제약 특허조작 의혹 사건, 하이트진로의 친족회사 공시자료 누락 의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6월 고발한 삼성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역시 공정거래부가 수사를 맡고 있다.

수사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매섭다. 재경지검 차장을 지낸 A변호사는 "(중앙지검) 반부패부 일부 검사를 파견형식으로 합류시켜 압수물 분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로 이뤄질 임직원 소환 조사 강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경우 윤석열 정권에서도 이 부회장과 삼성의 수난이 내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적잖다. 이 부회장은 지난 정권 5년 동안 무려 120번 이상 법원에 출석했음에도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출석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의혹 사건은 아직 1심에 불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경영승계 의혹에 '웰스토리' 엮으려는 檢

공정위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 삼성전자를 비롯한 4개 계열사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약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계열사들이 사내 급식 전문기업 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줬고, 동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쓰였다는 것이 공정위 의결의 주요 골자다. 2015년 9월 이뤄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실탄 확보 목적으로 웰스토리를 악용했다는 것.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들을 소환조사하는 한편,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 삼성웰스토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공정위에서 발표한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를 노출하고 있다.

첫째, 계열사들이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어줬다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입증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와 증거를 살펴볼 때, 계열사와 웰스토리 사이 계약사항은 위탁자인 계열사에 유리하게 변경된 정황은 있어도, 수탁자인 웰스토리에 유리하도록 수정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웰스토리에 부당한 이익 제공을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 자체가 불분명하다. 

둘째,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로 조성된 현금이 모직-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 매수 자금으로 쓰였다는 주장은 막연한 예단 내지 추론에 의존하고 있다. 웰스토리가 실시한 배당을 문제 삼을 근거가 희박한데다, 해당 자금이 부정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직접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웰스토리 사건을 기소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아 보인다.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검찰 입장에선 웰스토리 사건을 정황증거의 하나로 끼워 넣을 수 있고, 그 자체로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단과 추측, 정황을 제외한다면 직접 증거가 거의 없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웰스토리 법인을 기소하면서 공소취지에 이 부회장을 등장시키는 편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웰스토리를 통해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했다는 추론은 상당히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만 수조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웰스토리에서 이 부회장이 배당을 받아 승계자금으로 썼다는 주장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삼성 계열사들이 웰스토리에 업무를 위탁한 이유가 임직원 급식 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라며 “경영권 승계 의혹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 재판과는 별개 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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