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센터 한 곳이 4천444대 정비?... '팔기 급급' 전기차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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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센터 한 곳이 4천444대 정비?... '팔기 급급' 전기차 실태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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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브랜드별 국내 정비 인프라 분석]
국내 전기차 약 26만대… 정비소 1100여개
테슬라, 센터 당 4444대… 현대·기아차 477대
정비 인력 부족으로 한 달 이상 대기하기도
올해 1분기 전기차 리콜 3만5829대… 전년도 0대
지방의 경우, 도 경계 넘어 정비 받는 사례도 있어
"뒤늦은 인력양성에 업계 내 인력 싸움 치열"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26만대에 육박했다. 국산·수입 브랜드를 불문하고 '친환경'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와 판매에 열을 올린 결과이다. 그러나 정비인프라는 판매 급증세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브랜드 별로 차이가 있지만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테슬라의 경우, 등록대수는 3만5000대를 넘었으나 정비 가능한 서비스센터는 전국적으로 8곳에 불과했다. 테슬라 서비스센터 한 곳이 4444대의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구조이다. 정비 인프라가 전기차 수요를 크게 밑돌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25만825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4만8000대) 대비 74.9%(11만대), 직전 분기보다는 11.6%(2만6810)대 증가했다.

전기차 등록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말 5712대 → 2016년 말 1만855대 → 2017년말 2만5108대 → 2018년말 5만5756대 → 2019년말 8만9918대 → 2020년말 13만4962대 → 2021년말 23만1443대 → 2022년 3월 25만8253대로,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 전기차 판매 독려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전기차는 엔진이 장착되는 내연기관차 대비 주요 부품의 수가 적어, 잔고장 발생 비율이 낮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턱없이 부족한 전기차 정비소... 국내 전체 정비소의 3%

문제는 에프터서비스에 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정비소는 1100여 곳으로, 국내 전체 자동차 정비소의 3%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중순께 "정비업 시설 기준 완화를 통해 전기차 정비소를 4년 안에 3배 이상 확대하겠다"며 '미래차 검사·정비 인프라 확충 및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발표했으나 현실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각 브랜드별 전기차 등록 현황과 전기차 정비 가능 서비스센터 수(올해 3월 기준)는 ▲현대·기아 17만6769대 / 371곳 ▲테슬라 3만5557대 / 8곳 ▲한국지엠 1만2034대 / 99곳 ▲르노 1만1885대 / 117곳 ▲BMW 2687대 / 72곳 ▲메르세데스-벤츠 2684대 / 75곳 ▲아우디폭스바겐 2328대 / 29곳 ▲포르쉐 1749대 / 10곳 등이다. 폴스타의 경우 볼보 서비스센터 29곳에서 수리가 가능하지만 올해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돼 제외했다.

현재 출고 대기 중인 차량과 지역별 서비스센터 현황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브랜드 별 서비스센터 1곳이 담당해야 하는 전기차 수는 ▲현대·기아 476.5대 ▲테슬라 4444.6대 ▲한국지엠 121.6대 ▲르노 101.6대 ▲BMW 37.3대 ▲메르세데스-벤츠 35.8대 ▲아우디폭스바겐 80.3대 ▲포르쉐 174.9대에 달한다.

본지는 각 브랜드 별로 전기차 정비 가능 인력 수도 문의했으나 대부분 "정비인력 이동이 잦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며 "앞으로 전기차 정비 인력 양성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업계 내 '전문가 모시기' 경쟁도 치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를 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객 불만을 막기 위한 인력 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애를 태우는 건 전기차를 이용하는 국민이다. 단순 진단 및 일반 정비가 가능한 서비스센터, 고전압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정비가 가능한 서비스센터 등 곳곳마다 정비 가능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의 경우 도(道) 경계를 넘어 수리를 받으러 가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정비 인력 양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내연기관 차량보다 수리 기간이 길다는 불편함도 적지 않다. 수리를 받기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 고전압 배터리와 전장 부품 관련 정비 기술이 부족한 탓이다. 수입차의 경우 고장 원인을 찾기 위해 본사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부품 수입을 기다리면서 한 달 이상 차를 서비스센터에 세워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e-Master’ 엔지니어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 엔지니어가 '아이오닉 5'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면서 리콜 대수가 급증하는 점도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자료 기준, 올해 1분기 리콜 대상 전기차는 3만5829대에 달했다. 단순한 부품 고장을 포함, 고전압배터리 충격 완화 패드 장애,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전기차 리콜은 '0'으로 수렴됐지만 판매 대수가 치솟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전기차 정비인력 육성 시급... 제조사 대응 숙제

한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기계적 구조는 단순할 지 모르지만, 전기계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비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차가 전기장치로 변해가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전기차 정비 전문가를 육성하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동안 정비가 수요를 따라가긴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 불만이 크게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브랜드들은 뒤늦게나마 정비인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지만, 기존 정비사를 상대로 전기차 관련 재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신속한 인력 확충에 한계가 있다. 

국내 전기차 판매 1위 현대차는 전국 서비스센터 인력의 전기차 정비 능력을 평가·인증하는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국 규모의 전수 평가를 실시해 총 2032명의 블루핸즈 엔지니어에게 'e-Master' 레벨을 부여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전기차 전담 블루핸즈 120여개소를 추가 구축(총 500여개)하고, 2025년까지 전국의 모든 블루핸즈에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전기차 우수 정비인력 양성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AET'를 통해 약 14주간의 이론교육과 40주간의 현장실습을 시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는 전기차 작업 안전 관리, 구동 시스템 정비, 고전압 배터리 제어시스템 정비, 고전압 배터리 냉각시스템 정비, 전기차 충전장치 정비 등 내용을 교육받는다. 해당 교육 수료 후 벤츠는 글로벌 벤츠 네트워크에서 공용으로 인정되는 유지·보수 테크니션, 공인 시스템 테크니션, 공인 고전압 전문가 자격 등을 부여한다.

볼보는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인력의 81%를 대상으로 고전압 시스템 구성품을 수리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을 실시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 수리 가능 서비스센터를 확충하고 전문가를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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