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銀 펀드사고 또 있었다... 2개 상품 '환매중단' 파장
상태바
[단독] 하나銀 펀드사고 또 있었다... 2개 상품 '환매중단' 파장
  • 문혜원,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5.16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銀 판매, 현대자산·포트코리아펀드 피해
기획문건 단독 입수... 이탈리아헬스 기초자산
운영사 CBIM... 기존 피해펀드 운용과 유사
"사실상 동일한 상품, 안내 못 받아" 137억 규모
사측 "형사소송 안 한다 약속해야 가지급"

하나은행이 판매하고 CBIM(Cross Border Investment Management)을 운용사로 둔 사모펀드 상품 2개가 최근 환매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CBIM은 앞서 환매 중단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운용사다. 펀드 피해자들은 이탈리아헬스케어, 영국UK 펀드 설계·판매 등에 하나은행 내부자가 관여한 정황을 근거로 들며 "사실상 4개 펀드가 연결된 사기(詐欺) 사건이 아니냐"라고 성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현대어드밴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34호(이하 현대어드밴스)', '포트코리아 스마트 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이하 포트코리아)' 설명서에 따르면 두 상품은 모두 CBIM 3개 주요 사모대출 전략에 투자하는 유사 구조를 띄고 있었다. 

투자 대상 외에도 취재진이 두 상품의 투자설명서를 확인·대조한 결과 △대체 자산 분산투자 △리스크 대비 양호한 수익률 △FX프리미엄 등 주요 특성이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 설정일과 만기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어드밴스의 설정일은 2019년 7월 23일, 만기일은 18.5개월이었고, 포트코리아는 동년 8월 28일 설정에 만기는 18개월이었다.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는 만기 환급일을 기해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까지 취재진이 파악한 두 펀드의 피해 금액은 약 137억원으로 집계됐다. 폐쇄형 펀드의 특성상 향후 추가 피해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펀드 피해자 A씨는 "사실상 같은 상품이 같은 기간 같은 은행에서 다른 상품으로 안내돼 판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UK 루프탑 펀드에 가입할 당시 하나은행 PB가 권유해 가입했고 펀드들의 유사성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또 "이탈리아헬스케어가 환매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 설명서를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운용사 CBIM이 개입된 유사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은행이 이런 유사 상품을 같은 기간 다른 상품으로 안내해 팔았다는 것은 업계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최소한 두 상품이 동일한 자산에 투자되고 리스크 영역이 겹친다는 안내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11일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현대어드밴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34호(이하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 스마트 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이하 포트코리아)'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두 상품은 모두 CBIM(Cross Border Investment Management)의 3개 주요 사모대출 전략에 투자하는 유사한 상품이었다. 사진=피해자 제보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현대어드밴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34호'(사진 위쪽), '포트코리아 스마트 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사진 아래쪽) 설명서에 따르면 두 상품은 모두 CBIM 3개 주요 사모대출 전략에 투자하는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사진=시장경제 DB

 

끝나지 않은 하나銀 사모펀드 사태

앞서 하나은행은 이탈리아헬스케어, 영국UK펀드 등 해외 운용사를 둔 상품들을 판매했다가 연이어 환매가 중단되는 낭패를 봤다. 두 상품군은 공통적으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처가 있다고 했지만 모인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유입된 공통점이 있다.

또한 피해자 변호인단에 의하면 "일련의 UK펀드들이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의 피고소인 신모씨에 의해 설계·기획·판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신모씨는 UK펀드 외에도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설계와 판매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1년 동안 하나은행 등 금융사에서 판매된 사모펀드다.

UK펀드 투자자들은 이 사건으로 총 1,172억원가량의 재산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측은 영국UK펀드를 판매할 당시 "영국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문제 생길 것이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상품은 2019년경 환매 중단됐다. 2021년 상반기 하나은행은 실사보고서를 통해 영국UK펀드의 자산실재성, 담보권 부실 등을 확인하고 합의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의 절반을 가지급 형태로 보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9년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역시 이탈리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의료비 채권(In-Budget Receivavles)에 투자해 안전하게 연 5% 내외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나은행은 해당 상품을 약 1,535억원어치 판매했지만 환매가 중단돼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피해자들의 사건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가 공개한 하나은행 직원들의 내부 증언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는 약속과는 달리 부실한 엑스트라 버짓(Extra Budget) 채권에 대부분 투자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해당 상품과 관련해 "앞서 발행된 펀드를 조기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를 설정·발행한 전형적인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 펀드 피해자들은 "(2개 펀드 문제는) 영국UK·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환매 중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CBIM이 운용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의 부실이 드러난 시점에서 (하나은행은) 같은 운용사를 둔 포트코리아, 현대어드밴스의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해야 했다"면서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하나은행 측은 사후 환매 중단된 사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수많은 PB와 창구 직원들이 펀드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일일이 개별 상품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본사 차원에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운용사가 여러 상품들을 운용하는 경우 특정 상품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상품들의 리스크를 예견하고 사전에 조치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현대어드밴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34호'(사진 위쪽), '포트코리아 스마트 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사진 아래쪽)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포트코리아 스마트 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 기초자산 상황 연기 안내문. 영국 소송 자금 대출과 이탈리아헬스케어 매출채권이 기초자산으로 설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가지급 앞서 형사소송 않겠다' 각서 요구

아울러 하나은행 측은 영국UK,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 펀드 피해자들에게도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하는 조건으로 형사소송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찰이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장하원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사모펀드 사태 수습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하나은행의 도덕성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취재진이 입수한 하나은행의 '가지급금 신청서' 문건의 8항은 "본건 합의금액을 지금받은 이후에는 귀행 및 관련자를 상대로 본건 펀드와 관련한 형사 고소·고발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라고 적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형 금융사를 상대로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법적 방어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지급은 차후 정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일부 금액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보상"이라면서 "이를 조건으로 피해 고객의 중요한 방어수단인 형사소송을 막는 것은 사실상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방탄 조항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분쟁을 주로 담당해온 변호사 A씨는 "형사고소를 못하게 하는 이러한 '형사부제소 합의'는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대법원 1967.5.23. 선고 67도471 판결 등에 의하면 형사고소 전 고소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고 이는 '형사부제소합의'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근거"라고 역설했다. 

최근 하나은행이 영국UK펀드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 지급을 조건으로 요구한 확인서. 사진=문혜원 기자
하나은행은 현대어드밴스와 포트코리아 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하는 조건으로 형사소송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해당 문건에는 가지급금을 받을 경우 추후 은행의 책임 범위가 확정되는 시기까지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담겨 있었다. 문건 6항은 "본건 합의금액으로 손해배상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고"라고 쓰여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는 은행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한 조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2년 후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해 50% 배상결의를 했다면 (해당 문건에 따라) 합의를 하지 않은 투자자는 50% 보상금에 지연된 시간 만큼의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합의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사이에 추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문건 조항과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지급금 지급에 앞서 그러한 요구 조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은행의 책임 여부나 경중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지급을 위해 업계 관례상 흔히 요구하는 수준이며 불필요한 개별 임직원 고소고발을 막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하나은행이 영국UK펀드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 지급을 조건으로 요구한 확인서. 사진=문혜원 기자
사진=피해자 제보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