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외면에... 반쪽 행사 전락한 '제주 전기차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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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외면에... 반쪽 행사 전락한 '제주 전기차엑스포'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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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제주서 열려
테슬라, 폴스타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참석
시승 행사 등 개최... 국내 소비자 적극 공략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불참에 ‘中企 홀대론’
마이브 등 국내 전기차 스타트업 시제품 전시
정부 규제에 발목 잡혀... 해외에서 더 큰 관심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폴스타 야외 전시장을 찾을 관람객들이 폴스타2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폴스타 야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폴스타2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이달 3일 제주에서 개막한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는 해외 전기 모빌리티전문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테슬라, 폴스타 등 해외 기업은 시승 체험 제공 등을 통해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현대·기아, 쉐보레, 한국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아 동네 잔치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시회에서 가장 공격적 전략을 편 기업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폴스타이다. 폴스타는 반도체 수급난에도 한국 시장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말 디자인 및 편의사양을 강화하면서 폴스타2 싱글모터 가격을 동결,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스타, 반도체 수급난에도 출고 대기 최소화 전략

현장에서 만난 폴스타 관계자는 "폴스타에게 한국 시장은 대단히 중요한 시장이다. 본사에서도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폴스타2 출고까지는 4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지금 폴스타2를 계약하면 올해 9월은 돼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수 완성차 기업의 인기 차종이 실제 인도에 이르기까지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폴스타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의 경우 신속하게 차량이 출고될 수 있도록 상당한 지원을 해주는게 사실"이라며 "토마스 잉겐라트 CEO도 한국의 디지털·스마트 환경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폴스타2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해외에선 신형 폴스타 2의 가격을 5~10% 인상했지만, 국내의 경우 싱글모터 모델 가격을 5490만원으로 동결했다. 다만 듀얼모터 가격은 200만원 올렸다.

이런 효과로 폴스타2는 지난달 460대를 고객에게 인도해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 전기차' 1위에 올랐다. 전월(249대)보다 84.7% 증가한 수치다.

폴스타는 22일까지 신세계센트럴시티·여의도IFC몰·스타필드고양 등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 고객에게 찾아가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마이브, 국내 스마트 관광도시에 차량 공급

초소형 전기차 브랜드 마이브도 전시, 시승행사를 통해 미래 이동수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이브 M1은 1회 충전에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김종배 마이브 대표는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교환 방식 시스템을 적용하려 한다"며 "여성분들도 들 수 있는 10kg 정도 무게의 보조배터리를 트렁크 부분에 3~4개 설치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마이브 시승 행사 부스. 사진=시장경제DB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마이브 시승 행사 부스. 사진=시장경제DB

다만 김 대표는 "아직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우선적으로 해외 여러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단일 배터리팩을 탑재한 전기자전거,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2인승인 마이브는 트렁크가 넓은 장점을 앞세워 물류시장과 세컨드 차량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도로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시내 골목 주행에 최적화된 차량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마이브는 경기 안양시를 비롯해 강원도 강릉, 경북 영주, 경남 하동 등 스마트 관광도시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마이브 측은 지자체 스마트 투어용으로만 올해 약 300대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행사에서는 르로 트위지를 생산하는 동신모텍 모기업인 DSEV가 삼륜 전기차 '카버'를 전시하는 동시에 시승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이밖에도 대동그룹의 무인 잔디깎이 '로봇모어', DNA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의 전기 오토바이 'EM-1S' 등도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김대환 위원장 "국내 대기업 힘모아 스타트업 도와줘야"

현장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의 협조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공동조직위원장은 "현대·기아. 쌍용차, GM 등은 IEVE 개최 15일 전까지도 참여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내 행사에는 불참하면서 제네바모터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에는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힘을 모아 스타트업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이 DSEV의 삼륜 전기차 카버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이 DSEV의 삼륜 전기차 카버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IEVE에 참여한 업체들도 대기업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김종배 마이브 대표는 "전기차 사업 개발 장벽은 높지 않다. 양산의 어려움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이브의 경우에도 소량 생산이다보니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도, 타이어를 공급받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며 "엑스포에 참여한 업체들 대부분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힘들 때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한 상태에서 작은 기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호응이 좋다"며 "결국 업체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찾다보면 가격이 싼 중국제품을 찾게 되고,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몇 백대 분량의 부품 공급은 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인 듯 하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들의 요구사항이나 불만을 알고 있지만, 봉사활동을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나 아쉬움은 업계에서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장논리에 따라 수익을 추구하는 대기업을 탓하기는 어렵다"며 "중소기업들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면 대기업들이 먼저 뛰어들게 된다. 결국 그 때까지는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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