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공정위 가설(假說)에 직원 밥값과 엮인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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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공정위 가설(假說)에 직원 밥값과 엮인 이재용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5.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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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재판 팩트체크
공정위, 경영 승계 이슈와 묶어 사건 재구성
"이재용 승계 실탄 목적, 웰스토리 부당 지원"
'공정거래법 위반' 입증 관건... 사실관계 모호
재판부, 공정위 의결서 법리 해석에 의문 표해
'부당지원' 성립 안 되면, 제재 처분 무효
막연한 예단·추론... 증거 없는 '가설' 제시 논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웰스토리 급식 몰아주기 의혹' 공판이 속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동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사건에 끼워 넣는 모양새다. 사건을 처음 조사한 공정위는 단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더해, 삼성 계열사간 부당지원으로 웰스토리가 확보한 현금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에 쓰였다는 가설(說假說)을 공공연하게 제시했다.

공정위 발표 당시 자료와 이후 속행 중인 재판에서 드러난 내용을 살펴볼 때, 웰스토리 보유 현금이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과정에 실탄처럼 사용됐다는 공정위 주장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는 물론이고 행위와 행위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정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한 추론 내지 예단을 제외한다면 공정위 판단은 입증 근거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웰스토리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계열사들이 사내 급식 전문기업 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줬고, 동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쓰였다는 것이다.

모직-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를 목적으로 범 그룹 차원에서 추진됐으며, 웰스토리 보유 현금은 위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 매수 자금으로 활용됐으므로,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는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한 준비과정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검찰의 밑그림이다. 

이런 의혹은 지난해 6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 삼성전자를 비롯한 4개 계열사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약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공정위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4개사가 삼성 옛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사내 급식물량 전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는 것. 웰스토리는 2013~2019년 기간 동안 4개사와의 거래를 통해 총 48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2015년 9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실탄 확보 목적으로 웰스토리를 악용했다‘는 취지의 가설을 곁들였다. 웰스토리 자체에 대해선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회사라고 단정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들을 소환조사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 삼성웰스토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승계 실탄 마련 위해 일감 몰아줬다?... 추론 빼면 증거 없어    

공정위에서 발표한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를 노출했다. 하나는 계열사들이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어줬다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입증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와 증거를 살펴볼 때, 계열사와 웰스토리 사이 계약사항은 위탁자인 계열사에 유리하게 변경된 정황은 있어도, 수탁자인 웰스토리에 유리하도록 수정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웰스토리에 부당한 이익 제공을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 자체가 불분명하다.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로 조성된 현금이 모직-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 매수 자금으로 쓰였다는 주장은 막연한 예단 내지 추론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기소의 정당성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부터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20년 9월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10명과 삼성전자 법인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그해 6월 개최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주가조작(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의 위법한 방법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를 시도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민간 심의위원들은 이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검찰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위원회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은 10대3이란 큰 표차로 '수사 중단-불기소' 결론을 내렸으나 검찰 수사팀은 기소를 강행했다.
 

웰스토리 사건... '경영 승계'와 엮는 공정위, 눈여겨보는 검찰

지난달 28일 서울고법 행정3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삼성 4개 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서울고법이 사건을 심리한다. 

삼성 측은 “웰스토리와의 계약관계는 규모와 거래 결과 등 모든 면에서 웰스토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된 사실이 없다”며 “식단가 상승으로 웰스토리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무리한 법리를 적용해 추상적 시정명령을 내렸다. 거래규모와 조건을 전부 변경했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바꿨어도 정상거래라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식단가 보조는 급식 품질 개선을 위한 조치였고, 구매간접비는 오히려 줄어들어 웰스토리의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고 삼성 측은 부연했다. 특히 검찰 주장과 달리 웰스토리 이익률 보전을 위한 TF는 논의된 바 없고,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웰스토리와 거래조건을 정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급식개선TF’를 구성한 사실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왔다. 변호인단은 "2013년 출범한 ‘급식개선TF’는 웰스토리에는 불리하고 삼성전자에는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고 반박했다.    

위 행정소송 선고 결과는 매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 부회장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공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공정위 '웰스토리 제재'... 법정 요건 충족했나

공정위는 사건 당사자인 웰스토리와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웰스토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핵심쟁점은 삼성 계열사와 웰스토리 간 계약을 ‘부당지원행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단초가 된 공정위 제재의 법리적 근거가 된 공정위 예규 제396호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 규정은 다음과 같다. 

지원행위라 함은 지원주체가 지원객체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급부의 정상가격이, 그에 대한 대가로 지원객체로부터 받는 경제적 반대급부의 정상가격보다 높거나,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여 지원주체가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작위 또는 부작위를 말한다. 

웰스토리 측은 공정위의 부당지원 제재 의결 자체가 법령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탄핵했다. 다음은 웰스토리 변호인단 항변 중 일부.   

“정상가격보다 약간 높다고 해서 모두 대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위 법령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이어야 한다. '규모성 지원행위'라면,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줄 정도로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따라서 (삼성 계열사와 웰스토리 간 계약이) 정상 가격·정상 규모보다 얼마나 높았는지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반면, 공정위는 ‘거래규모’와 '영업이익률'을 주된 근거로 내세웠다. 

“대가성 중심이라 해도 거래규모를 안 볼 수 없다. 법원 판례에는 거래규모가 상당히 크더라도 경제적 급부·반대급부를 확인하라고 돼 있다. 이 사건에서 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과 매출이익률이 업계 평균보다 높거나, 비계열사 거래보다 높다면 급부와 반대급부 간 차이가 있다는 정황증거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에 대한 공정위측 해석에 의문을 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정상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 ▲상당한 규모의 거래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 등의 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부당지원 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 부분 공정위 의결서 내용이 모호하다는 것이 재판부 시각이다. 

재판부는 “과다한 이익 제공이 맞는다고 해도 상당한 규모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상당한 규모로 거래가 됐는지 입증돼야 한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읽어보면 상당한 규모가 얼마라고 딱 말을 안 하고 있다"고 짚었다.

웰스토리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당지원’의 정황증거로 볼 수 있다는 공정위 법리는 위에서 적시한 근거 규정에 없는 내용이다. 반면 공정위 의결서는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하는데 있어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요건 즉, 상당한 규모에 대한 증명을 누락하고 있다. 재판부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가지 더, 높은 수준의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부당지원’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썼을 경우, 공급단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공정위 변론은 식자재 품질과 가격 간 상관관계를 외면한 채, 계약서상의 숫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품질과 가격 간 비교는 불가능하다”며 “처분 근거는 품질이 가격보다 좋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경쟁사보다 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이 높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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