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불량' 쉐보레 볼트 EV, 리콜도 불량... 소비자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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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불량' 쉐보레 볼트 EV, 리콜도 불량... 소비자 불만 폭발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4.2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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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GM, 볼트 EV 배터리 교체 발표
충전량 80% 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우선
업데이트 후 '시동 안걸림·충전안됨' 문제 발생
배터리 교체 3~4주... 추가 교통비 등 고객 부담
GM-LG엔솔, 서로 책임 떠넘기는 행태 아쉬워
법조계 "소비자 불편 해소위해 양사 협력해야... 집단소송 가능"
사진=한국GM 홈페이지
사진=한국GM 홈페이지

경기 남양주 오남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출근을 앞두고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차량은 쉐보레 EV(2019년식)이다. 이씨는 남양주에서 서울 광진구 소재 쉐보레 직영서비스센터까지 차를 견인해 입고시켜야 했다.

이씨의 차량은 배터리 교체 리콜 대상에 해당하지만, 작업 완료까지 3~4주가 소요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 차량에 대해 쉐보레 서비스센터는 "배터리 불량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라며 "수리까지 4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교체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에 대해 정비사는 "우선 배터리 수급이 어려운데다 배터리 자체가 차 바닥에 깔리는 방식이라 작업 시간만 4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콜까지 몰려있는데 하루에 2대 밖에 작업을 하지 못해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진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정비 기간 동안 내연기관 모델을 쉐보레 측에서 임시로 대여받아 출·퇴근 때 이용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 때문에 그는 같은 기간 동안 30만원 상당의 주유비를 지출했다. 전기 충전비(약 4만원)의 8배가 넘는 금액을 손해본 셈이다.

지난해 12월 2일 한국GM코리아는 쉐보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지엠은 볼트 EV 고전압 배터리 교체 및 소프트 웨어 업데이트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리콜 대상은 볼트 EV 2019년형과 2018년형이다. 쉐보레 측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2019년형 볼트 EV에 대한 배터리 리콜을 진행한 후 2018년형 모델에 대한 리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쉐보레가 자사 순수 전기차 모델인 볼트 EV 배터리 교환에 나선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 불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 업체 모두 "배터리를 교체하겠다"고만 할 뿐 실제 리콜 과정에 대해서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볼트 EV, 2019년까지 9311대 등록… 배터리 교체에 수개월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해 10월 전세계에 판매 중이던 전기차 볼트 EV를 전량 회수조치했다.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 사전 예약을 받던 볼트 EV 2022년형 역시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볼트 EV에 장착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다.

우선 리콜 대상은 볼트 EV 2019년형과 2018년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까지 등록된 볼트 EV는 총 9311대다.

쉐보레 측은 배터리 리콜에 앞서 충전량을 8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안내했다. 완충시 38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업데이트 후에는 주행거리가 300km 안팎으로 줄어든다.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그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충전량을 제한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충전량 제한 리콜을 받은 볼트 EV 중 충전이 되지 않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출력이 감소됨'이라는 경고등이 뜨는 경우까지 나온다.

이런 경우 최우선 리콜 대상에 오르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그래도 바로 리콜 계타셨네요. 부럽습니다" "완충량 낮아서 너무 불편한데 저도 빨리 교체하고 싶네요" 등 부러움 섞인 댓글을 달았다.
 

법조계 "리콜이 답은 아냐… 완성차 제조사, 배터리 기업 공동 책임"

하지만 쉐보레와 LG엔솔은 소비자들의 피해보다는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큰가'에만 신경을 쓰는듯 하다.

쉐보레 관계자는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2019년형 볼트 EV에 대한 배터리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데 LG엔솔 배터리 수급 문제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2018년형의 경우 7월 이후에나 순차적으로 차주들에게 연락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볼트 EV의 경우 리콜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만약 이 차량들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LG엔솔 측의 책임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LG엔솔 관계자는 "이미 배터리 문제에 대해 인정을 했고, 리콜 분담금도 냈다"며 "리콜은 쉐보레가 담당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화학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만 팔면 끝인가", "내 돈 내고 차 사고 언제까지 불안해야 하나" "전기차 살 때 배터리도 따져보자"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리콜 지연으로 소비자들이 떠안는 불편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홍세욱 상임대표는 "쉐보레와 LG엔솔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서로 각자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쉐보레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신속한 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LG엔솔은 어떻게 해서든 배터리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쉐보레가 볼트 EV 배터리 리콜을 해준다고 했지만, 추가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도 나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리콜을 해준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거나 피해에 대한 전부 배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나라는 자동차 업체가 과보호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이라면 소비자들이 쉐보레와 LG엔솔 양측에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비자 불편 해소가 먼저... 책임 전가하는 태도 버려야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 교수는 "볼트 EV 같은 경우 수리는 쉐보레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배터리가 불량이라면 이건 LG엔솔의 책임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있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쉐보레는 수리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LG엔솔 역시 소비자들을 생각해 배터리를 최대한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던 우선 소비자들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원인이 밝혀진 이후 나머지는 양사가 서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편집자주 >

▲ 쉐보레 볼트 EV자동차를 사용하는 미국 운전자 수십명은 지난해 12월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을 대상으로 대규모 집단소송에 나섰다. 외신들에 따르면, 파월 밀러 등 30여명의 자동차 소유주 등은 미시간 법원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소송대리인인 기반밀러 로펌은 "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이 제공한 배터리를 탑재한 GM볼트 자동차는 심각한 배터리 결함이 있다"며 " 자동차 제조업체 GM과 배터리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차량을 판매했으며, 해당 자동차를 집 앞에 주차하고 전기 충전을 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개인의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 지난 5일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안전성을 인증하는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13만8324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 당국은 LG엔솔이 배터리 교환과 수리를 계속해왔지만 여전히 화재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 11일 자동차 전문지 카컴플레인츠는 최근 캐나다에서 GM이 볼트 EV 배터리 관련 집단 소송을 당했다고 전했다. 원고 측은 "GM의 볼트 마케팅은 기만적이다. 자국 고객들이 배터리 화재 위험이 있는 차량을 이용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 캐나다 소송에서는 "GM이 광고에서 소비자에게 약속한 전기차가 아니다"라면서 "GM과 GM캐나다는 적어도 2018년부터 등급 차량의 배터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식 대리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경고 없이, 결함이 있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배터리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을 판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고는 "배터리 관련 경제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리콜을 연기하는 것"이라며 "전량 회수 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을 진행하면서도 볼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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