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이재용 사면복권 찬성' 61.5%,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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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이재용 사면복권 찬성' 61.5%,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4.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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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텔, TSMC 등 공세적 투자
경쟁사 투자 바라만 보는 삼성
이 부회장 경영 공백 장기화... 내부 활력 실종
멈춰선 삼성의 경영시계... '초격차 위기' 현실화
메모리 선단 공정, 파운드리 투자 등 제자리걸음
해외출국도 제한... 글로벌 경영 '언감생심'
재계 "삼성 구하려면 이 부회장 복권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라고 하면 첫 손에 꼽는 갤럭시S 시리즈도 과거에는 아찔한 위기의 순간이 존재했다. S1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S4까지 순항했던 갤럭시 시리즈는 2015년 공개한 S5에 이르러 위기를 맞았다. 경쟁사 애플이 유리와 메탈 소재를 이용해 감각적 디자인을 선보일 때, 갤럭시S5는 "후면 디자인이 반창고를 연상시킨다"는 혹평과 함께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 때 ‘판’을 뒤집으며 삼성 스마트폰을 위기에서 구한 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와병에 들어간 상황. 부친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고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갤럭시S시리즈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 우선, 스마트폰 제조에 가장 널리 쓰이던 실용적 소재 플라스틱을 과감히 버렸다. 메탈프레임과 유리 소재를 도입하면서도 아이폰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심미성을 추구했다. 메탈 프레임의 미려한 곡선은 당시 혁신적인 엣지디스플레이와 맞물려 완성도를 더했다.

어디서도 접해볼 수 없었던 파격적 디자인과 최강 스펙의 조합은 급격하게 기울어지던 갤럭시S 시리즈의 운명을 단번에 바꿨다. S5를 계기로 갤럭시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처음부터 다시 정립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은 차기작인 S6로 이어졌다. S6 개발 암호는 '프로젝트 제로', 이 부회장은 차기작 개발에 두 팔을 걷어붙이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개발 단계부터 양산, 부품에 이르기까지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겼다. 이 과정에서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며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갤럭시S6에는 ‘이재용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갤럭시S6는 출시 당시 단통법과 심화된 글로벌 경쟁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 부회장의 경영감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회자된다.
 

이 부회장, 해외 투자자 미팅도 여의치 않아... '초격차' 전략 흔들 

최근 삼성을 향한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밀리는 현실은 '위기의 삼성'을 반증한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는 물론이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문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인텔와 TSMC, 애들 등 각 사업부문별로 시장 1위를 놓고 삼성과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한 박자 빠르게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동안 삼성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50조원 이상을 들여 건설 중인 경기 평택 P3는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으나 장비 반입은 예정보다 1개월 가량 늦게 시작됐다. 삼성이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건설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삼성의 상징이 된 '초격차' 전략은 오너의 과감한 투자 결정과 한 박자 빠른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일부 반기업 성향 시민단체조차도 부인하지 못하는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이런 풍토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삼성의 투자시계는 멈췄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우려했던 경영 공백은 현실이 됐다. 글로벌 시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짚으면서 한 박자 빠르게 발걸음을 옳기던 삼성 특유의 기민한 행보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이 제자리 걸음을 걷는 사이 경쟁사들은 발빠르게 투자를 늘리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에 이견을 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재계는 삼성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오너 공백 장기화를 꼽고 있다. 당국의 가석방 처분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현실적 제약이 너무 큰 탓이다.

주요 해외 투자자 및 협력사 미팅은 물론이고 경쟁사 동향 파악을 위한 해외 출장도 여의치 않다. 해외 사업장 시찰과 같은 통상적인 업무도 마찬가지다. 가석방은 잔여 형 집행을 면제하는 처분에 불과하다. 형 선고 효력이 실효된 것도 아니라서 현행법에 따른 경영참여 제한 조치는 여전히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온전한 경영 일선 회복을 위해선 '복권(復權)'이 절실하다는 견해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복권이 이뤄지면 경영참여 제한을 비롯한 법령상의 규제 족쇄를 걷어낼 수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역시 사법리스크로부터 벗어나 초격차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다.  

IT분야는 "1년이 늦으면 10년이 뒤처진다"는 불문율이 작용하는 냉혹한 세계다. 경영공백으로 인해 과감한 투자결정과 경영판단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한다면 업계 선두는 언제든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삼성이 지금처럼 적기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업 가치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다. 삼성의 추락은 곧 코리아 브랜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계에서는 다음달 있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을 앞두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사면청원대상자 명단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경제5단체는 청원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경제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에 코로나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재계는 “투명경영, 윤리경영 풍토를 정착하고 신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 부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거듭 호소했다.  

 

재계, 靑에 이 부회장 사면복권 건의... 국민여론도 우호적

재계에서는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 전반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초격차’ 전략에 따른 압도적 기술 격차 실현을 위해선 무엇보다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총수인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여론도 이 부회장 사면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6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를 기록했다. 

같은 해 12월 <시장경제신문>이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1.5%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찬성했다. 사면 반대 응답은 30.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3%였다. ☞관련기사 : [시경 여론조사] 국민 61.5% "이재용 사면찬성"... 호남 60.7% 〉 서울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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