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ESG DNA로 'IPO·마케팅' 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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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ESG DNA로 'IPO·마케팅' 힘 싣는다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4.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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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외이사·임원 잇달아 영입
ESG·마케팅 전문성 확보 '총력'
신창재·편정범 2인 체제 변경
보험업계 ESG 트렌드 선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본사 사옥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본사 사옥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은 이사회를 새롭게 정비했다. 특히 여성 사외이사 영입을 늘려 다양성을 확보하는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이사회 성별 구성 특례조항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신규 발탁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두 명 이상인 기업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새로 영입한 여성 사외이사는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와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이다. 문효은 대표는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교수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영주 소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 이력을 바탕으로 ESG 관점에서 다양한 경영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슷한 기간 마케팅 기획 담당 임원으로 현대카드 출신 이미영 전무가 합류하기도 했다. 마케팅 기획 부문 임원은 편정범 사장 직속으로 교보생명의 전체 브랜드·마케팅 관련 전략을 조율한다. 이미영 전무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UC버클리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AT커니, 현대카드 브랜드 마케팅팀장, 프리미엄사업실장, 브랜드실장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았다. 

교보생명은 "여성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한 것은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들고자 함“이라고 했다. 또한 ”디지털 혁신사업이 중요해진 시대이니 만큼 전문가를 통해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아가 인본주의 경영 철학을 발전시켜 ESG 전략을 본격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풋옵션 분쟁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등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한 교보생명이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대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러한 해석은 실질적으로 IPO(기업공개)와 연결된다. IPO는 교보생명의 장기적인 발전·성장에 필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그간 발이 묶여있던 분쟁 소송 리스크를 해결하고 IPO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교보생명이 ESG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교보생명이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지배구조를 변화하는 시도를 보인다는 것은 비상장이라는 한계를 허물고자 ESG부문 평가 가산점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상장을 준비 중인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한데 여성 전문가 영입은 답보상태에 놓인 IPO 추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인 체제’ 재편... 체질 개선 시도
 
교보생명은 기존 각자대표 체제에도 변화를 주며 회사의 질적·양적 성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교보생명은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신창재·편정범·윤열현 3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신창재·편정범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지난달 28일로 임기를 마친 윤열현 사장은 퇴임 후 특별경영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보생명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알려진 윤열현 전 사장은 40년간 쌓은 영업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윤열현 전 사장이 맡아온 경영지원·대외협력담당 역할은 편정범 사장이 이어받았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편정범 사장은 그간 보험사업담당을 맡으며 디지털 전환 업무에 집중해왔다. 앞으로는 디지털 업무를 넘어 보험영업과 경영지원, 대외협력담당까지 통할한다. 신창재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기업 전략 기획 업무를 맡는다.

교보생명이 2인 체제로 전환한 것은 올해 상반기 IPO를 목표로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결성 총회에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이사(왼쪽)와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결성 총회에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이사(왼쪽)와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제공

◇ ‘ESG 최초’ 이해관계자와 상생 앞장

교보생명은 ESG 뿌리가 강한 기업이다. ESG경영 관련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와 동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교보생명은 2010년 업계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협약인 UN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생보업계 최초로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이해관계자와 활발한 소통을 추진했다. 2012년 주주총회에서는 기업의 헌법 격인 정관을 개정하며 정관 서문에 ‘이해관계자 간의 장기적인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과 협업 가능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이노스테이지 사업'을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청각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와우 다솜이 소리빛 사업' △청소년이 미래 세대의 디지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보 다솜이 드림메이커스 사업' 등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나아가 투명한 거래 관행을 확립하기 위한 '클린계약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문화 정착을 위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을 시행해 공정 경쟁은 물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20년에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 생명보험부문 11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지속가능경영 통해 ‘ESG’ 성장 가속화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이사회 내 위원회에 지속가능ESG위원회와 현업 부서장이 참여하는 ESG실무협의회를 새로 꾸린 것이다. ESG경영 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에는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올해 1월에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도 가입했다. 지속가능보험원칙은 지난 2012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가 선포한 보험업권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국제협약으로 보험사의 운영전략, 리스크 관리, 상품·서비스 개발 등 모든 경영활동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SG채권 투자에도 공들이고 있다.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된다. 교보생명은 2021년 9월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ESG채권(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30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4700억원까지 규모가 늘어났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까지 ESG채권 발행자금의 108%에 해당하는 5091억원에 대한 ESG 투자를 집행했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ESG 인증을 받은 녹색·사회적 사업 분야에 전액 투자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친환경 시설 △사회 기초 인프라 투자 등 환경·사회 분야 프로젝트에 자금을 매칭했다.

교보생명의 ESG채권은 수익률 면에서 성공적인 쾌거를 이뤘다. 지난 2월 교보생명은 우수한 자산운용역량을 활용해 ESG채권 조달금리(3.72%)보다 훨씬 높은 4.10%의 운용금리로 투자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에게 3.72%의 이자를 주고도, 추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 강화’라는 성과도 동시에 올렸다는 평가다. 

신창재 회장은 계열사들과 함께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등 계열사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세계적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과 주요 금융 계열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힘쓸 것을 선언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며 "앞으로도 모든 이해관계자와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ESG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친환경 관련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광화문글판 폐현수막을 친환경 가방으로 만들어 ESG경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교보생명은 이달 28일까지 광화문글판 폐소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메신저 백을 교보핫트랙스에서 판매한다.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메신저 백은 글로벌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Nukak)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했다. 광화문글판 폐현수막을 재가공해 만든 이 가방은 재료 특성상 모양이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색도 제각각이다. 그 덕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 됐다. 가방 끈은 자동차 안전벨트로 처리했다. 가방에 쓰인 모든 소재는 세척, 살균 등 엄격한 품질·공정 관리를 거쳤다. 메신저 백은 친환경 가치는 물론 다양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겉감에는 100% 방수 소재를 사용했다. 태블릿PC와 15인치 노트북이 수납되는 사이즈로 데일리백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 키홀더와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해 편의성을 더했다.

교보생명은 폐자원을 활용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가 연결되는 선순환도 이뤘다. 판매하는 메신저 백 수익금은 모두 환경단체에 기부된이다. 기부금은 모두 국내 초등학교 내 학교숲을 조성하는데 쓰인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국민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지구의 날에 관심을 갖도록 판매 기간을 조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나섰다.

한편,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 분쟁' 속에서도 IPO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달 24일 윤열현 당시 교보생명 사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IPO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투명 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IPO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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