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역차별 돌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가상화폐 진출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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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역차별 돌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가상화폐 진출 '묘수'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4.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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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빅테크와 전쟁에서 우위 선점"
신한캐피탈 통해 코빗 지분 투자 검토
신한은행, KDAC에 전략적 투자 추진
파트너십 통해 미래 사업 우군 확보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시장경제 DB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T)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디지털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2017년부터 취임 직후부터 그룹의 디지털화를 위한 인재 개발·육성에 박차를 가해 왔다. 2020년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을 주재하면서 던진 발언은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조용병 회장은 당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며 혼돈의 세상에서 리더만이 해결책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리더들을 독려했다.
 

"금융 경계 뛰어넘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회장은 최근 가상화폐 사업 진출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 제도상 은행은 직접 가상자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은 디지털 자산 수탁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토를 늘리는 중이다. 디지털 금융을 파고드는 인터넷은행·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은행의 본업을 넘어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을 통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펀드 투자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맏형인 신한은행은 코빗에 일부 법인용 원화계좌를 발급하기도 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선 은행의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부터 코빗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자회사 신한캐피탈을 앞세워 코빗에 200억원을 투자, 지분 5.5%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500억에서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신한금융은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 비즈니스 확대 차원에서 코빗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확한 계약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빗은 지난 2013년 7월 국내 최초로 출범한 가상화폐 거래소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과 함께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힌다. 기업가치는 약 2830억원에 달한다. 코빗의 1·2대 주주는 넥슨 지주사인 NXC와 SK스퀘어다. 이들의 지분은 각각 48%(자회사 포함 64%), 35%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한금융의 가상화폐 사업 진출이 성공할 경우 해당 분야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향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가 완료되면 신한금융은 코빗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조용병 회장은 신기술 벤처투자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디지털 기반 유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함과 동시에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협업을 확대해 향후 고객 서비스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한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가 유망 벤처·스타트업 육성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는 지난해 3월 조성된 3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SI 펀드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이 출자하고 신한캐피탈이 펀드 운용(GP)을 맡고 있다. 코빗 투자의 경우도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7월 첫 투자 이후 현재까지 16개 기업에 총 2165억원을 투자했다. 대표적인 투자 기업으로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 등이 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약정식에서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신사업 공략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보관·관리)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추진했다. 조용병 회장은 KDAC 사업에 뛰어들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구동체계를 바탕으로 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라"고 역설했다. 신한은행이 투자를 하는 KDAC는 코빗을 비롯한 블록체인 분야 선도기업들이 설립한 회사로 고객들의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수탁하고 운용하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대비해 LG CNS와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해외 송금 기술을 개발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해 달러·원화 등과 같은 법정화폐에 일대일로 가치가 고정돼 있다. 이밖에도 신한은행은 골드 안심서비스, 닥터론 자격검증,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도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카드를 통해 NFT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신한카드는 지난2월 초 ‘마이(My) NFT’ 서비스를 선보였다. 보유한 사진을 NFT 자산으로 만들어 등록·발행하고 앱을 통해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NFT 거래·유통 기능은 없고 생성·조회만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전략적 제휴사인 번개장터, 스니커즈 등과 연계해 상품의 정품 인증을 위한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향후 제조·유통사들과도 협업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디지털 자산 전문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가상자산 분야를 강화하는 등 조용병 회장의 신사업 시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지난 2019년에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 에이아이(AI)’를 출범시켰다. ‘신한 AI’는 일반 고객들도 자산가들처럼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한금융은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AI 도입 개발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자산배분·글로벌 우수상품을 추천하는 AI 분석모델 NEO에 대한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집중했다. 이후 2018년 12월 신한 AI 자회사 설립을 지주 이사회에서 승인 받았다. 투자자문업 등록과 금융위원회 자회사 편입 승인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신한금융은 ICT(정보통신기술)·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사업협력의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KT와 ‘미래성장 디지털전환(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 양사는 AI 인재양성 분야 협력에 이어 두 번째 공동 프로젝트로 사내 벤처 육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AI,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빅데이터 등 23개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의 금융 노하우와 KT의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의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달성하기 위한 디지털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다양한 관점의 자산배분전략 수립을 위한 디지털 자산 투자 콘텐츠를 구상했다. 신한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론칭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스타트업 상생의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그룹 글로벌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외에도 추가 거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퓨처스랩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에서 금융권 최다인 10개사가 선정되며 대한민국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룹 내 투자 연계를 강화해 선발기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전사적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투 트랙의 인재양성을 추진 중이다. 일차적으로 디지털금융공학 석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 등 과정을 통해 전문가를 육성한다. 동시에 그룹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강화하고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현업 직원들을 디지털 시티즌으로 육성해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테크기업, 연구기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R&D 추진도 병행한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전문가 1000명을 양성하는 ‘BD1000 프로젝트’를 이미 시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그룹 공동 교육으로 디지털 인력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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