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는데, 수익성 하락... 롯데온의 기이한 '새벽배송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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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커지는데, 수익성 하락... 롯데온의 기이한 '새벽배송 철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04.1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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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온' 18일부로 종료... '바로배송' 집중
롯데쇼핑, '온라인 조직-시스템' 이커머스로 이관
통합했지만 법인 독립 못한 롯데온의 딜레마
물건 팔면 적자만 늘어... 타 기업보다 부담↑
크는 새벽배송 시장... 신규업체 진출 늘어
사진= 롯데마트몰 홈페이지 캡처
사진= 롯데마트몰 홈페이지 캡처

롯데온이 새벽배송 시장 진출 2년만에 중단한다. 투입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이 이유다. 새벽배송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수를 결정한 롯데온의 행보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8,000억원에 불과했던 새벽배송은 올해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발을 뺀 롯데온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다.

롯데온은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18일부터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향후 경쟁력있는 '바로배송'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롯데온은 롯데마트몰을 통해 2020년 5월부터 '새벽에 온'이라는 이름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김포·의왕·부산 3곳의 전용센터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부산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속된 적자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통합했지만 독립 못한 롯데온의 딜레마

롯데온이 새벽배송에서 철수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이 중 거버넌스 통합에 따른 손해가 지목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백화점과 마트 등 각 유통 사업부의 온라인 조직과 시스템, 설비자산(커머스 시스템, 물류센터 자산) 등을 모두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오히려 통합이 롯데온에게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자산이 롯데온으로 이동되면서 손익 인식 기준이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마트의 상품이 롯데온에서 판매되면 매출은 해당 계열사로 인식된다. 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물류비 등의 지출은 롯데온이 떠안는다. 이로 인해 롯데온은 자사 계열사 제품을 판매할수록 매출 없이 적자만 쌓이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이커머스 사업부의 총거래액(GMV)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롯데쇼핑 내 사업부들이 롯데온을 통해 거래한 GMV는 2021년 2조4105억원으로 전년대비 48.2% 증가했다. 특히 작년 4분기 기준으로 GMV는 7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늘었다. 즉, 이커머스 사업부의 손실은 커졌지만 업계에서 주요한 지표로 판단하는 GMV가 커졌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건을 팔면 매출 없이 적자만 늘어나는 롯데온의 기이한 구조는 통합만 하고 법인 독립을 못한 것이 이유"라며 "따라서 타 경쟁업체보다 새벽배송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력 없는 것이 새벽배송 철수 이유

업계는 롯데온의 새벽배송 철수가 경쟁업체보다 이렇다할 경쟁력이 없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고객들에게도 인지도를 올리지 못해 시장은 커지지만 롯데온 새벽배송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은 2019년 8,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률이 좋지 않지만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 국내 새벽배송은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 네 곳 정도로 대변될 수 있다. 아직 흑자를 내는 곳은 없지만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수익성 문제로 포기하는 업체들도 있어 왔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7월 자체 새벽배송인 '새롯배송'을 론칭했지만 1년만인 2020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도 2019년 2월 새벽배송 '밴드프레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2020년 6월부로 서비스를 마쳤다. 롯데슈퍼 역시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반면, 새로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다. CJ온스타일과 NS홈쇼핑도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서 가정간편식 등을 새벽배송하고 있다. 올해 들어 2월 G마켓·옥션과 인터파크가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이달부터 티몬도 콜드체인 물류회사인 팀프레시와 협약을 맺고 새벽배송 서비스 개시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의 새벽배송 철수는 결국 업계 경쟁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타 기업들도 서비스 차별화 등의 경쟁력에서 밀리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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