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소상공인 지원금 편중 심각... '숫자'로 성과 요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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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소상공인 지원금 편중 심각... '숫자'로 성과 요구 말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4.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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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지원 핵심은 '역량강화', 교육 등 간접 지원 중요
금융 지원, 판로 개척 등, '역량강화' 바탕이 기본
대부분 단기간 지원사업... 최소 3년 지속 필요
"정부, 숫자로 표시내려는 안이한 태도 버려야"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생산성본부(KPC)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은 신세계백화점 MD 출신이다. 풍부한 유통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관련 다양한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다. 또한 영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KPC는 조직 및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별도 센터를 설립하고, 유통 전문가인 안 팀장을 영입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대한 KPC의 의지는 확고하다. 안 팀장은 전국을 돌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사각지대 구제를 위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는 등 KPC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에게서 현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특징과 한계, 문제점과 해법을 들었다. 

- 경제산업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일반 독자들은 KPC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습니다. 기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한국생산성본부(KPC)는 산업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1957년 설립된 산업자원통산부 산하 비영리특수법인입니다. 기업 임직원에 대한 재교육과 컨설팅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1월 고용성장본부와 소상공인성장센터 등의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상생은 물론 ESG 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상공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원스톱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운용하는 지원제도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정보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소상공인의 상품개선, 판로개척 관련 각종 코칭, 컨설팅, 프로세스 개선 등의 업무를 하며 현장을 다니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지원제도가 있음에도 이를 잘 몰라서, 혹은 찾지 못해서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금조차도 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에 ‘지원금 헌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부 소상공인은 '지원금 따먹기'를 하며 지원 사업의 이익을 독식합니다. 즉 지원도 부익부빈익빈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중기부 및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회적기업진흥원 등 다양한 유관기관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기 부처의 사업만 알고 있을 뿐 타 부처나 다른 지자체의 연계 사업 정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혼재돼 있는 각종 지원사업을 총괄해서 안내할 수 있는 기관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합동민원센터나 다산120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 최근 시행 중인 소상공인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큰 범주로 구분해 ▲금융 지원 ▲직접 지원 ▲역량강화 지원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융 지원’은 각종 손실보상, 특례보증 등과 같은 금융 관련 지원책이고, ‘직접 지원’은 각종 인프라 및 집기구입 지원, 유통사 입점 및 판로개척 지원, 패키지 디자인 개발 등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원을 말합니다.

한가지 더 다양한 방식의 ‘역량강화 지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교육, 코칭, 컨설팅, 각종 상담회, 상품기획 등이 있습니다. 

어떤 지원책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들이 필요한 정책입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융지원을 해 줄 필요도 있고, 자신이 특히 부족한 부분만을 채워 줄 수 있는 맞춤형 지원도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 근간이 되는 것은 ‘역량강화 지원’입니다. 소상공인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 즉,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대부분 정부 지원은 ‘성과’를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숫자’로 표현된 성과를 요구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단시간에 나타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원을 수행하는 곳에서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성과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에게 ‘판로’와 관련된 20시간 교육을 시킨 뒤 전년대비, 전월대비 매출 성장률을 요구합니다.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해 줬으니 개선 전후 판매량을 비교분석해서 성장된 숫자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몇 달 간의 교육컨설팅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육이나 지원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소상공인이 단번에 성장할 수 있다면 누구나 소상공인을 하려할 것입니다. 역량강화는 소상공인을 업으로 삼고 수십년 후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각각의 개인을 위한 마중물일뿐, 동화 '재크의 콩나무'처럼 갑작스런 성장을 안겨주지는 않습니다.  

국민 혈세를 투입했으니 그에 대한 결과 요구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매출액, 판매량 등과 같은 숫자로만 평가하려는 태도는 문제입니다. 이런 행태가 고착화되면 세금낭비, 몰아주기 지원 등과 같은 폐해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될성싶은 소상공인에게는 지원이 돌아가지 않고,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소상공인을 찾아서 필요치 않은 지원을 더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연말에 그럴싸한 숫자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지에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있듯, 생태계의 유지와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 즉 꾸준한 역량강화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비대면 판매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진출을 많이 독려하는 추세입니다. 온라인 진출을 앞둔 소상공인들에게 당부할 사안이 있다면? 

“코로나 확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다양한 플랫폼 업체의 등장 등으로 소상공인의 입지 혹은 주도권은 날이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온라인으로의 판로개척을 하려는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매출활성화 및 고객유입을 위해서는 대기업 유통망이나 대형플랫폼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겠다고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플랫폼이나 유통망을 만들기도 하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다양한 플랫폼의 협업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제가 돼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불공정한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 마련 등이 그것입니다. 

장기적 차원의 지원 및 보장도 담보돼야 합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길어야 6~10개월 정도 단기간 진행되는데, 그 지원이 종료되고 나면 터무니없는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한 사업영위가 불가능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창업 후 생존기간은 약 2.6년입니다. 즉 최소 3년 정도는 일정 정도의 보호와 지원 등이 있어야 자생력을 갖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생산성본부 소상공인성장센터 안성민 팀장. 사진=시장경제DB.

- 소상공인 스스로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소상공인 업종이 도소매로 분류됩니다. 특정 타겟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해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어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트렌드’를 읽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고, 세상의 변화를 유심히 살피고 적응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속도감도 중요합니다. 트렌드는 제대로 읽을지라도 속도감을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운 결말을 맺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대만카스테라, 뽑기방, 무인편의점, 밀키트 판매점’ 등은 잠깐 떴다가 사라져버린 대표적 사례들입니다. 소상공인이 자주하는 착각이 나름 트렌드와 시장 움직임을 잘 캐치한다고 자평하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항상 가속도가 붙습니다. 트렌드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 바로 가속도가 붙습니다. 빠르게 확산되고 빠르게 콜라보레이션되며 빠르게 소멸합니다.

때문에 유행과 트렌드를 쫒아 비즈니스를 하려면 '나의 속도'를 먼저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도와주는 지원사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현직 유통사 MD들과 연계해 주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포함돼 있습니다. 판매와 관련된 트렌드와 전망은 그 누구보다 유통사 MD가 가장 정확하고 빠릅니다. 내 감을 믿고, 혹은 주변 지인의 말을 듣기보다는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상당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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