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맛 핵심 맥아함량 낮은데... 신세계 발포주 '레츠',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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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맛 핵심 맥아함량 낮은데... 신세계 발포주 '레츠', 성공할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04.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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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소주' 고배 마신 정용진, 맥주 진출
보리 함량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맥아'"
'용진이형' 마케팅 배제, 주류사업 실패 부담 탓
목표 매출 100억... "조심스럽게 천천히 키운다"
사진= 신세계L&B
사진= 신세계L&B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소주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하자 맥주 시장 도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보리 함량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족한 영업력과 맥주 맛의 핵심인 맥아 함량이 낮은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L&B)는 신규 발포주 브랜드 '레츠 프레시 투데이'(이하 레츠)를 출시했다. 높은 가성비와 보리 성분 강화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의 맥주 시장 진출은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정 부회장은 꾸준히 주류 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해 '푸른밤 소주'를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고, 결국 철수했다. 반면 이마트를 통해 진출한 중저가 가성비 와인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안착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명 '용진이형 맥주'로 불리는 발포주 '레츠'를 출시한 것이다. 누리꾼들을 통해 '용진이형 맥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신세계 측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기존 푸른밤 소주, 노브랜드 버거, 노브랜드 피자 등은 '용진이형' 키워드를 활용해 인지도를 올린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사업에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어 매우 조심스러워 보인다"며 "정 부회장의 이름으로 또 실패하는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짚었다.

 

보리 함량보다 중요한 '맥아'

레츠는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운다. 500㎖ 캔 기준 판매가격이 1,800원으로 타사 맥주(2,500원)와 발포주(약1,600원) 대비 중간 가격이다. 

발포주는 맥주보다 세율이 낮아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 발포주는 맥류(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이어서 주세법 상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맥주 세율은 72%지만 기타 주류 세율은 30%에 그친다.

레츠는 보리 함량이 높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레츠의 전체 보리(보리+보리 맥아) 함량은 물을 제외한 원료 내 비율로 따지면 99%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유통하는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발포주지만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것도 높은 보리 함량에서 기인한다. 

신세계엘앤비는 수입 맥주 대비 가격이 저렴한 발포주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의 대체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엘앤비의 기대와 달리 업계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업계는 보리함량보다 중요한 것은 맥아의 함량이라고 지적했다.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의 싹을 틔워 건조시킨 보리 맥아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리와 맥아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며 "보리 함량이 높다고 기존 맥주와 똑같은 맛을 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신세계 엘앤비는 일반 술집 등 유흥 시장도 적극 공략할 예정이지만 기존 업체에 비해 영업력이 낮아 시장 안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 레츠는 캔맥주만으로 출시돼 병맥주가 주로 판매되는 유흥시장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세계엘앤비도 레츠에 대한 목표를 크게 잡고 있지는 않다. 레츠의 올해 판매 목표는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가 3600억원임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 2~3% 수준을 목표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레츠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당장 무리한 마케팅과 영업보다 시장 추이를 보며 차근차근 키워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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