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R&D 현주소①] 명품 없는 대한민국... '쿠션' 같은 신기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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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R&D 현주소①] 명품 없는 대한민국... '쿠션' 같은 신기술 절실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2.03.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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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 유통-마케팅서 제품 투자로 전환
연구개발 중요성 다시 부각... 투자 노력 확대
명품 못만들었지만 쿠션 화장품 세계 문화 변화
지속적인 투자 통한 독자 성분, 기술 개발이 경쟁력

<편집자 주> 코로나 장기화, 중국 시장 고전 등 K-뷰티에 위기설이 돌고 있다.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수 부진 현상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업계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혁신 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매 위기 때마다 혁신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이겨냈다. '선밤', '비비크림', '쿠션' 등 우리가 개발한 혁신 제품들은 세계 화장 문화까지 바꿔놓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K-뷰티는 짧은 역사에도 세계 3위의 화장품 수출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본지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 노력과 이를 통해 개발된 신성분, 신기술, 그리고 상용화돼 인기를 모은 히트 제품들을 정리해 봤다.

최근 국내는 물론, 전세계 화장품 산업은 높아진 소비자 니즈와 함께 바이오, 의학 분야와 융합되며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최근 국내는 물론, 전세계 화장품 산업은 높아진 소비자 니즈와 함께 바이오, 의학 분야와 융합되며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세계적인 ‘명품(名品)’으로 가는 길 연구개발이 ‘정도(正道)’

세계 화장품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유통과 마케팅에 집중하다가 최근 제품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력을 보유하고자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코로나 위기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아름다움'이란 영역에서 출발했던 화장품 종주국들과 달리 판매를 목적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 전쟁 이후 대량 생산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국내 화장품 산업은 판매를 위해 제품력 보다는 유통과 마케팅에 집중했다. 

국내 화장품은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소비자들의 사용감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세계 어떤 기업과 견줘도 사용감에서는 단연 선두에 있다. 또한, 판매에 공을 들인 결과 마케팅 관련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가성비 높은 것이라 인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패키지에 집중한 K-뷰티는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화장품에서 의약품 이상의 효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전세계 화장품 산업은 높아진 소비자 니즈와 함께 바이오, 의학 분야와 융합되며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쿠션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이 됐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쿠션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이 됐다. 사진=아모레퍼시픽

특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더 이상 톡톡 튀는 패키지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구축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인건비 상승으로 가성비 부분에서도 중국 등 다른 국가에게 주도권을 넘겨준지 오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선두 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는 명품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결과 다수의 히트 제품들이 출시되며 국내는 물론, 세계 화장 문화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마케팅이나 유통이 아니라 결국 제품력이 명품으로 가는 정도임을 확인한 셈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첫 선을 보인 쿠션 화장품이다.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쿠션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이 됐다.

아이오페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브랜드 15개에서 출시됐으며, 2008년 출시 이후 10년 만에 1억개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관련 국내외 177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26건의 특허를 등록(2016년 10월 기준)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를 탄생시키지는 못했지만, 명품으로 불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이 만들어낸 기술을 도입해 자사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산업은 2000년대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이 성행하면서 화장품 OEM 산업이 발전하고 화장품 사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연구개발보다는 유통 확보와 마케팅이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확고한 효능, 효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면서 연구개발 노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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