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시장 뺏길라"... 脫러시아 두고 시름 깊은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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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시장 뺏길라"... 脫러시아 두고 시름 깊은 식품업계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3.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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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비판 여론에 결국 러시아 떠나
러시아서 자리 잡은 한국식품기업 '진퇴양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철수 고려해야" 지적
"中에 시장 뺏길 수 있다" 우려 목소리도
사진=오리온
사진=오리온

러시아에 자리잡은 국내 식품기업들이 탈(脫)러시아를 두고 시름이 깊다. 서방 제재에 맞춰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자니 그동안 들인 공이 아쉽고, 실익을 위해 잔류하자니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은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 등이 있다. 현재까지 이들 기업은 러시아 사업 철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스타벅스,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에는 생활 필수품이라는 이유로 잔류에 무게를 뒀으나,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와 전쟁 반대 여론이 커지자 결국 러시아 철수를 선언했다.

반면, 한국 식품기업들 중 러시아 철수를 선언한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수십 년간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철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수시 재진입 '불투명'... 中에 시장 내줄수도

국내 식품기업들이 러시아에서의 철수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시장 진입해 자리잡는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호시탐탐 러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어 시장 철수는 곧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 중 규모가 큰 곳은 오리온이다. 오리온의 러시아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1,0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2006년 트베리 공장을 설립하며 러시아 제과시장에 본격 진출해 2019년 이후로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러시아 트베리주에 세 번째 신공장 건설하고 있다. 

롯데제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법인은 약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초 약 34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하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2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 

'도시락' 컵라면을 앞세운 팔도 역시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팔도는 지난해부터 공급량 확대를 위해 약 282억원을 들여 러시아 라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러시아 공장 확장으로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철수할 경우 미국 기업과 달리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식품기업들도 시장 철수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식품기업들이) 경제적 실익만 따진다면,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제과업체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사업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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