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디지털 혁신③] 교보생명, AI 훈풍타고 '헬스·자산관리'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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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혁신③] 교보생명, AI 훈풍타고 '헬스·자산관리' 영역 확장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3.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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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마이데이터 본허가 획득
인터파크와 건강증진 구독 서비스 출시
이노스테이지 통해 벤처·스타트업 지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진행... 상품·서비스 혁신 모색
교보생명 본사 출구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본사 출구 사진=교보생명 제공

보수적인 운영을 추구하던 보험업계에 디지털 열풍이 불고 있다. 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디지털 변혁에 따라 보험사들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IT 신기술을 곳곳에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체적 사후 보장에 그쳤던 보험사의 역할은 어느덧 예방·돌봄 같은 사전 관리로 확대됐다. 본지는 각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세 번째 순서는 마이데이터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교보생명이다. <편집자주>

16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조직 전반, 영업 영역에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간 건강, 인공지능(AI),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왔다면, 올해는 마이데이터 허가 획득을 기반으로 헬스·건강자산을 접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 디지털 전환 위해 조직개편 단행

교보생명은 지난 2020년 말부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조직을 변화시켜왔다. 먼저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지원실로 확대 개편했다. DT지원실은 고객가치 극대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한다.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팀도 신설했다. 신설된 DT추진팀은 전사적 디지털 비즈니스를 지원하며, 이를 위해 산하에 디지털혁신지원파트를 꾸렸다. 디지털 신사업팀은 오픈 이노베이션팀으로 명칭을 변경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플랫폼사업화추진TF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TF는 고객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또한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금융마이데이터파트를 신설했다. 디지털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는 빅데이터지원팀과 AI 활용팀을 만들었다.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 등을 고객 중심으로 효율화 한다는 복안이다. 디지털전략파트는 디지털마케팅전략파트로 명칭을 바꿔, 변화한 영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인력개발팀 내에도 디지털역량강화파트가 신설됐다. 전 임직원에게 디지털 DNA을 내재화시키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기존 경영지원실은 지속가능경영지원실로, 경영기획실은 지속가능경영기획실로 명칭이 변경됐다. 지속가능경영기획실 산하에는 관계사지원팀이 새로 신설됐다. 이 팀은 관계사와 지속적으로 시너지를 도모한다. 

현재 교보생명 디지털사업은 편정범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편정범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편정범 사장은 보험사업과 디지털 전환 업무를 이끈다. 
 
◇ 개방형 혁신 실험... 유망스타트업과 '맞손'

교보생명은 조직개편 단행 이후 디지털 전환의 초석을 다지기 시작한다. 신기술을 활용한 유망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보험 상품 개발·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2019년 구축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이노스테이지(Innostage)’를 통해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지원 강화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노스테이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단순한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9년 첫 진행된 이노스테이지 1기에는 주로 건강 증진형 헬스케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업체들이 참여했다. 2020년에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 보유 스타트업과 대거 협력을 맺었다. 당시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노스테이지 2기 스타트업 5곳이 선발됐다. 이들은 전문 액셀러레이터 크립톤과 함께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라이프케어 △웰스케어 △퓨처테크를 중심으로 육성했다. 

이 외에도 교보생명은 여성 생활 데이터 기반 라이프스타일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여성용품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 씽즈와 협력하고, 교보생명의 통합 고객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케어(Kare)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인사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타임과 제휴를 맺고, 교보생명 현업부서와 함께 만든 중소기업 인사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보생명이 다수 스타트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하려는 이유는 신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발굴하기 위해서다. 보험사의 경우 조직 규모나 절차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의 적용이 느린 편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기 때문에 새 아이디어가 빠르게 반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혁신적인 사고나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상품 개발과 서비스 측면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며 “기존 상품과 업무방식에서 벗어난 사고가 가능해 아이디어 발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스테이지는 스타트업에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회사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윈윈(Win-win)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통해 전사적 디지털 혁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근 열린 '2022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술변화'관련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근 열린 '2022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술변화'관련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보생명 제공

◇ 마이데이터 사업 확장... 헬스케어 차별화 추진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 뿐만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빅테크·플랫폼 기업과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데 이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펀드(CVC)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디지털 인재를 확보해 조직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창재 회장은 신년 초부터 디지털 전문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후 교보생명은 오는 21일까지 진행하는 상반기 경력 공채에서 디지털 부문 채용을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약 100명 안팎의 경력사원을 뽑는데, 이 중 최대 20%를 디지털 부문직에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홈페이지 통해 공개한 주요 내용을 보면 새로 선발되는 디지털 직무 인력은 플랫폼, 마이데이터, 오픈이노베이션, 디지털 콘텐츠, 모바일 등 자회사로 별도로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체계화된 조직에서 근무한다.

교보생명이 디지털 부문 채용을 실시하는 것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단계적 행보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업계 최초 마이데이터사업 본 허가를 획득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디지털화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교보생명은 이에 따라 지난달 2일 모바일 앱 ‘Peach(피치)’를 통해 마이데이터 자산관리서비스를 출시했다. 피치(Peach)는 마이데이터 기본 서비스인 ‘내 손안의 금융비서’ 외에도 보험사의 특성을 반영해 ‘생애자산설계’, ‘건강자금관리’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애자산설계'는 원하는 생애목표를 설정하고 소득과 지출을 토대로 생애자산을 진단하는 ‘셀프 재무컨설팅’을 통해 인생 목표에 맞는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건강자금관리'는 현재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주요 질병의 발병률과 생애 의료비를 예측하고 소득과 보장성향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꼭 맞는 보험 보장을 준비하는 기능이 포함됐다. 3월에는 인터파크와 헬스케어 플랫폼 밸런스톡을 합작해 선보였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월 이용료를 내면 헬스케어 관련 상품을 주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마이데이터가 도입되면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금융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상품 개발을 확대해 고객의 건강한 금융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 외에도 데이터 시각화 포털을 구축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다. 이 시스템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각화 포털'으로 BI는 기업이 보유한 수많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해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일련의 기술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 유의미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차트나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해 누구나 이해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했다. 

교보생명의 BI 시각화 포털은 지난해 구축이 시작됐다. 일하는 방식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하에서 추진됐다. 디지털 기반의 상품서비스 혁신을 모색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직원들은 BI 시각화 포털에서 그래프·차트화된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 대시보드를 활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분석·활용,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경영 현황을 시각화된 자료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BI를 통해 데이터를 실제 사용하는 현업이 중심이 된 데이터 분석 문화를 확산하고 전문 통계 분석을 활용한 결과물의 신뢰도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은 물론 업무 효율성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디지털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교보생명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6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디지털 채널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양호한 자산에 투자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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