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퇴출 보고, 부회장이 묵살"... [막오른 한화솔루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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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스프레스 퇴출 보고, 부회장이 묵살"... [막오른 한화솔루션 재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3.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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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화솔루션 부당거래 의혹' 의결서 분석
회사 구매팀 '한익스프레스 퇴출 보고서' 작성
"보고 불구, 한익스프레스에 '외부컨설팅' 맡겨"
김창범 부회장 "보고 받은 적 없다"
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일가 재산증식 의혹도
한화솔루션 직원, 같은 팀 직원과 이메일 교신
"일감몰아주기, 공정거래법 위반 우려"
[관련사진] 2019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임원들. 사진 왼쪽부터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김재율 여천NCC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관련사진] 2019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임원들. 사진 왼쪽부터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김재율 여천NCC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 주>한화그룹 계열 한화솔루션과 김승연 회장 친인척 소유 기업 한익스프레스 사이 부당거래 의혹 사건 핵심은 동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과 김승연 회장 측근 중 한 명인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은 2011년 한화비자금 비자금 사건의 본산(本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 컨트롤타워로 다시 한 번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지목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이 전체 밑그림을 그렸다면, 김창범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내부에서 직원 반발을 무마하고 지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1979년 5월 15일 한화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 1989년 9월 28일 최대주주였던 한화가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화로부터 한익스프레스 주식을 인수한 이들은 한화 계열사 임직원들이었다. 현재는 김승연 회장 친누나인 김영혜 씨가 대주주로 있다. 한익스프레스의 2019년도 매출액은 5489억8800만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이며 한화와의 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 

한화솔루션 부당거래 의혹 공판은 29일 시작한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이 사건 쟁점을 정리했다.
 

회사 구매팀, '한익스프레스 퇴출 보고서' 작성 
김 부회장 "보고 받은 적 없다" 

공정위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의 부당거래 의혹 사건 중심축은 그룹 경영기획실과 김창범 부회장이다. 두 기업 사이 부당거래는 김 부회장이 한화솔루션 대표를 맡은 시기 집중적으로 이뤄젔다. 그룹 경영기획실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부당거래를 설계했다면, 김 부회장은 내부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거래 관계를 지속한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한화솔루션 내부 직원들이 작성한 ‘한익스프레스 퇴출 보고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화솔루션 구매팀은 2014년 11월 ‘HCC 내륙운송현황’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동 문건에는 회사의 물류 부문 현안과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회사 담당 직원들은 한익스프레스를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보고했다. 

▲한화솔루션 내부지침(운송관리 요령)에 따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연 1회 운송사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점. 
▲한익스프레스는 높은 외주비율 때문에 외주차량 관리 및 통제가 어렵고 외주운송사 파산시 신속한 차량배차가 어렵다는 점. 
▲외주화로 인한 복수 마진 청구사례가 빈번한 점. 
▲한익스프레스 단독 운영으로 인해 운송비 경쟁력이 떨어지며, 내륙운송 부문 운송단가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11% 이상 떨어진다는 점. 

회사 구매팀은 '한익스프레스 퇴출'을 포함한 ‘2015년 내륙운송 운영안’을 만들어 당시 업무지원부문장 상무 A와 김 부회장에게 보고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 신임 사장(현 김창범 부회장)에 대한 업무보고에 포함돼 사실상 사장의 승인 하에 추진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익스프레스 퇴출은) 단순한 실무차원의 검토를 넘어선 전사 차원의 주요 현안업무 또는 과제로 추진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공정위 조사에서 구매팀으로부터 위와 같은 보고를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공정위 "직원이 퇴출 요구한 기업에 외부컨설팅 맡겨"

한화 측이 물류 운송 개선을 위해 외부컨설팅을 추진하면서 동 업무를 한익스프레스에 위탁한 사실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직원들이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 관계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해당 업체를 외부컨설팅 용역 기관으로 선정한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직원들이 작성한 ‘2015년 내륙운송 운영안’이 묵살된 후, 회사 측은 15년 2월 ‘물류효율화 컨설팅’을 한익스프레스에게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구매팀의 자체 물류개선 활동을 무산시키고, 한익스프레스 독점 체제를 강화시킨 조치로 판단했다. 이같은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 그룹 경영기획실과 김창범 부회장(당시 사장)의 개입 여부 등은 이 사건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익스프레스의 물류 현안은 컨설팅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익스프레스 직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익스프레스가 작성한 ‘PA 사고 관련 미팅 결과보고서’ 문건을 보면, 한익스프레스가 실시하기로 했던 '한화솔루션 CS(Customer Satisfaction) 관리를 위한 정례 미팅, 사고예방대책 지속 추진, 월간 CS Reporting' 등은 진척이 없었다. 한화솔루션 직원들은 한익스프레스와의 미팅에서 "사고대응 연락체계가 미비해 CS 강화 측면의 개선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솔루션 직원 이메일... "한익스프레스 물량 편중, 일감몰아주기 우려"

공정위가 이 사건 거래에 공정거래법 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적용한 결정적 근거 가운데는 한화솔루션 직원이 작성한 이메일도 포함된다. 동 이메일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미 17년부터 회사 직원들은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 관계가 공정거래법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의 이메일은 한화솔루션 구매팀 B가 2017년 10월 19일 같은 팀 C에게 보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익스프레스 운영 물량 편중(2017년 8월 현재 약 85%) →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저촉 우려↑.

수의계약 진행으로 HCC 운송비(물류비) 경쟁력 검증 불가.

회사 구매팀 직원들이 우려한 일감몰아주기는 2019년 3월까지 계속됐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내부거래 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50억 미만 거래 내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동 위원회 위원장은 김창범 부회장이 겸직 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돼 회사 측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2020년 공정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이 올해 1월에 기소,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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