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놓고 금융사 간 소송전... "신한금투 배상비율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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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놓고 금융사 간 소송전... "신한금투 배상비율이 관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3.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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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 라임 TRS 신한금투 고소
신한금투 부장 구속... 금감원 부실 지적
법조계 "양측 조율 시 배상비율 나올 것"

환매 중단으로 1조원대 피해를 기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금융사 간 소송전이 시작됐다. 법조계·금융권 전문가들은 관례상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최근 신한금융투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피소됐으나 최근 파산으로 사실상 손해배상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우리은행 647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등 1,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91억원가량 펀드를 판매했던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해 4월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남부지법에 손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7일 서울회생법원의 선고에 따라 파산한 상태로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자산 190억원에 부채는 약 5,3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헤지펀드 업계 운용자산 기준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은 설립 8년여 만인 2020년 말 등록이 취소됐다. 사실상 배상할 여력이 없는 운용사를 제외하면 결국 이번 소송의 핵심은 신한금투에게 얼만큼의 배상 책임을 물을 것인지로 귀결될 전망이다.

2017년 5월경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투자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펀드 등 5개 해외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했다가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환매가 중단됐다. 당시 TRS대출을 주선한 곳이 신한금융투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고 측인 두 은행은 이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투에 있다고 보고 구상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고' 라임 사태란?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를 편법거래하며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이 운용하던 펀드에 편입된 주식 가격이 폭락했다. 이 여파로 라임이 관리하던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가 대규모 환매 중단되면서 라임 사태가 본격화됐다. 당시 펀드 설정액은 총 1조6,679억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고'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후 이종필 전 부사장과 원종준 전 대표 등 경영진은 펀드 부실을 숨기고 투자금을 계속 유치하는 등 펀드 판매·운용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억원, 추징금 7,676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모펀드 업계 1위 기업이었던 라임의 책임자로서 수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하거나 뇌물을 수수해 금융 종사자의 신의 성실 의무를 저버렸다"면서 "펀드 손실을 다른 펀드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자산운용으로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차명으로 법인을 운영하면서 법인 자금 6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투자의 대가로 7,6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봉현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현재 해외로 도피해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중인 라임 펀드 피해자. 사진=시장경제DB
배상 문제와 관련해 시위를 하고 있는 라임 펀드 피해자. 사진=시장경제 DB

 

법조계 "신한금투 배상비율 관건... 장기화 가능성"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사법부가 신한금투에 어느 정도의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인지가 소송의 핵심이라면서 경우에 따라 소송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고 측인 두 은행은 앞서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자사를 통해 라임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했던 피해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배상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구상권 차원에서 소송을 강행한 만큼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이 조사를 통해 신한금투가 관련 펀드의 문제점을 알고도 은폐한 뒤 다른 펀드로 부실을 전가한 것으로 결론낸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투가 2018년 11월 부실을 인지한 후에도 운용 방식을 변경해가며 펀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IIG펀드 사무관리사로부터 부실을 통보받고 IIG편입 펀드의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다수 IIG편입 펀드와 IIG미편입 펀드를 합해 '모자형 펀드'로 변경했다.

신한금투와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월 미국 출장을 통해 IIG 투자금액 2,000억원 중 약 1,000억원의 손실가능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약 2,000억원의 BAF펀드도 만기 6년 폐쇄형으로 전환됐음을 통보받았다. 결국 신한금투와 라임이 공모해 IIG의 부실과 BAF 환매불가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수재 등)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 전 신한금투 PBS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신한금투 측 PBS본부장이 구속됐고 금감원 조사 결과도 신한금투의 과실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신한금투의) 배상비율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신한금투는 직원 개인의 범죄이며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의 본질은 결국 라임과 신한금투의 신의성실, 선관주의 의무 위반여부와 그 수준"이라면서 "사법부 판단과 관계 없이 그 평판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투 역시 운용사 위치가 아닌 이상 라임펀드 내 투자구조 변경이나 기준가 임의 조정 등을 사전에 모두 다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지난날의 경험상 기나긴 법정공방과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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