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진단②] '펀드亂' 반면교사... 신한은행, 소비자보호 혁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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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1년 진단②] '펀드亂' 반면교사... 신한은행, 소비자보호 혁신 주도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2.2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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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금소법 앞서 고객 중심 평가체제 개선 
진옥동 행장, 소비자보호그룹 격상 조직 개편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다양한 제도 추진
Cell 부서에 금융소비자보호플랫폼 기능 추가
금융정보 연계망 구축 업무협약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정보 연계망 구축 업무협약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지난해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기·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은행들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금융의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본지는 금소법 시행 1년을 앞둔 현재 각 은행들이 추진 중인 소비자 보호 전략과 철학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두 번째 순서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금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소비자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는 고객 관점 영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줄곧 강조해온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응하고 고객의 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 9월 말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빠르게 적용했다.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은 DLF 사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은행권과 금융감독원이 머리 맞대 만든 규정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원금 비보장 상품의 심의·판매·사후관리 등 전 과정을 규율한다. 일부 금융투자상품에만 적용하던 ‘해피콜 제도’를 비예금 전 상품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모범규준은 또 은행이 고령자에게 부적합 확인서를 받고 판매한 경우 성과 평가에 반영하지 않거나 축소 반영토록 했다. 신한은행은 모범규준 발표 이전부터 이미 내규를 바탕으로 비예금상품위원회, 협의회를 운영했다.

이후 모범규준에 맞춰 2020년 5월부터 전 투자 상품을 대상으로 해피콜 점검 제도를 도입했다. 같은해 7월부터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 판매한 투자상품 건수를 KPI 평가에서 배제토록 했다.
 

'투자상품 총괄' 소비자보호그룹 격상

신한은행은 2020년 1월 초부터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밑에 있던 소비자보호본부를 별도로 떼어내 '소비자보호그룹'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IPS본부를 그룹으로 격상시켜 산하에 투자상품의 판매 관리를 총괄하도록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셈이다. 

이전 소비자보호 조직과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지원부가 내부에 신설됐다는 점이다. 소비자보호부는 신한은행 소비자보호 총괄 부서로 금융소비자보호종합대책 수립, 소비자보호 KPI 항목 관리, 소비자보호협의회·위원회 운영, 비예금상품협의회·위원회 운영, 소비자 중심 제도·프로세스 기획, 미스터리쇼핑 개선 등 소비자보호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존의 CS추진실은 Good서비스부로 재편됐다. 지난 몇 년간 신한은행이 강조해 온 고객만족(CS)의 개념을 넘어 확장적 개념의 ‘Good서비스’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다. 표준화된 창구 서비스를 통해 고객, 직원간의 소통·관계를 강화시키는 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지원부는 민원, 전기통신금융사기와 관련한 업무를 본다.

2020년 7월에는 소비자보호그룹 내 상품감리팀이 배치됐다. 상품감리팀은 판매 후 관리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투자상품 전반에 대한 상시 감리를 한다. 현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들을 주시하며, 문제가 있다면 바로 위원회·협의회에 감리 결과를 보고한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조직 개편 후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도 투자 상품 판매에 대한 자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의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한 바 있지만, 새로 도입한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는 좀 더 규제를 강화했다.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먼저 전체 영업점을 대상으로 1차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을 선정한다. 이후 해당 영업점을 대상으로 2차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은 최종적으로 ‘판매 정지’ 패널티를 받게 된다. 판매 정지 영업점은 1개월간 펀드, ELT 등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해당 영업점의 투자 상품 판매 담당 직원들은 절차·정보에 대한 교육을 다시 이수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향후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판매 프로세스 점검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중심 판매 체계를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지난해 소비자보호기구 내 신규 인력 23명을 별도로 채용하고, 전국 22개 지역 영업본부와 1개 PWM본부에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를 신설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는 신한은행 각 지역본부에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과제들을 점검하고 영업점에서 발생한 고객의 불만사항 해결을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의 주요 업무로는 △고객 관점에서의 상품판매 프로세스 적정성 점검 △만기도래예금이나 타발송금 등의 지급 지연 예방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 활동이 있다. 당시 채용된 23명은 오랜 근무 경력을 가진 신한은행의 부서장급 퇴직 직원으로 풍부한 근무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업 현장에 일어나는 불편사항을 듣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본사. 사진=시장경제DB
신한은행 본사. 사진=시장경제DB

 

영업그룹 조직 통일... 고객 관점 세부 과제 추진

신한은행의 두 번째 조직 재편 변화는 영업그룹을 통일한 점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영업기획그룹, 영업추진1그룹, 영업추진2그룹으로 복잡하게 나뉘어있던 것을 하나로 합쳤다. 신설된 영업그룹 산하에는 영업기획부, 채널전략부, 영업추진부 3개 부서가 자리 잡았다

영업 조직을 통일한 목적은 중구난방으로 겹치는 활동 영역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영업조직을 간소화함으로써 은행 영업전략 추진과 부서 간 협업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편으로 평가된다.

금소법 시행령 입법 예고가 나온 지난해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부 과제를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금소법은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펀드 판매를 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설명의무 준수에 관한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4월 전기통신금융사기로부터 고객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Anti-피싱(Phishing) 플랫폼’을 선보였다.

‘Anti-피싱(Phishing) 플랫폼’은 고객정보나 의심거래정보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모니터링 담당 직원은 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기 거래에 대한 관련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영업점 창구와 모바일·인터넷·ATM 등 대면·비대면 거래 전반에 걸쳐 필터링 정확도를 높이고 의심거래와 정상거래에 대한 구분 능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딥러닝 분석 과정에 활용되는 거래 유형과 변수 데이터 분량을 확대하고 의심거래 제어 능력도 강화했다.

이밖에도 신한은행은 청약철회권·금리인하요구권 같은 권리 사항을 정기적으로 안내해 소비자 권리 구제가 누락되지 않는 효과적 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 은행 중심의 약관·상품설명서 등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개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금소법이 통과된 지난해 3월부터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 TF를 구성해 여러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타 시중은행들이 10~11월에 되어서야 TF를 꾸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앞선 행보로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 관련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재정비와 민원 관리 관련 전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IT 업무 최적화를 위해 구성한 업무효율화셀(Cell) 조직을 통해 지난달부터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업무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셀 조직 구축은 유연한 조직이 필요한 IT 기업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처음 디지털솔루션그룹 내 셀 조직을 도입했다. 셀 조직은 업무에 따라 나뉘는 기존 조직체계와 달리 프로젝트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된다. 그룹 내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관련자들이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업무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TF에 투입되거나 기존에 소속된 부서로 돌아와 업무를 진행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셀 조직을 통해 새로운 금융소비자보호 디지털 플랫폼을 창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고객 채널을 통해 들어온 민원·칭찬·제안 등 고객 금융경험을 금융거래 정보와 결합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의 은행 내부용 플랫폼으로 금융소비자보호 활동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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