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진단ⓛ] "2개 그룹서 소비자보호 관리"... 사활건 하나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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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1년 진단ⓛ] "2개 그룹서 소비자보호 관리"... 사활건 하나銀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2.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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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행장, 고객가치 증대에 방점 '전면 쇄신'
소비자관리리스크체계 전면 재정비
금융사 유일 소비자리스크관리委 추가
4월 중 민원 관리 DB확장시스템 도입 '주목'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편집자주> 지난해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기·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은행들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금융의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본지는 금소법 시행 1년을 앞둔 현재 각 은행들이 추진 중인 소비자 보호 전략과 철학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첫 번째 순서는 하나은행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금소법 시행 전후 ‘고객가치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세우고 소비자보호기구를 새로 재정비했다. 내부적인 제도와 시스템도 전면 개편했다. 금융사 중 유일하게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부서(그룹)를 복수로 두고 각각의 전문성을 부각시켜 업무를 이원화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3월 금소법 시행에 앞서 ‘금융소비자 보호’ 실천을 공표하고 은행권 최초로 모든 금융상품에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했다. 신규 금융상품 판매 시 직원의 교육 수료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해당 상품의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나은행은 금소법 시행 초기 영업 현장에서 발생한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더욱 정확한 상품 설명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시성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영업점 녹취 등 투자상품의 완전판매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재정비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금소법 시행과 관련한 규정을 개정하고, 모든 업무를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초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소비자리스크 관리그룹 이원화해 체계화

하나은행은 기존 소비자보호그룹을 손님행복그룹과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이원화해 소비자리스크 관리를 체계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사회 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추가한 것이다. 통상 은행들이 리스크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소비자 리스크에 특화한 위원회를 신설한 셈이다. 이후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는 기존 금융회사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던 리스크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고객 자산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위원회 운영 차별화를 위해 금융 소비자 교육에 능통한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사외이사로는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있다. 최 교수는 서울대 농가정학과 출신으로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 상활과학대학 학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금융감독자문위원,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전기 사외이사로 잠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그는 금융소비자가 당면하는 제반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금융소비자 복지 증진에 노력해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의 핵심 역할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리스크 관리 거버넌스 체계 구축 △상품의 제조·선정 판매, 사후관리 전 과정에 걸친 위험관리체계 도입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상품 관리 기준 마련 △소비자리스크관리 점검과 보고체계 수립 △소비자리스크 통합 관리체계 구축 등 5가지다.

하나은행 내부에선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장을 맡고 있는 이인영 시니어 변호사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그는 연세대학교 법학학사,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김앤장 변호사 등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하나은행은 실무진이 따로 모여 소비자리스크 관리를 하는 소비자리스크협의회도 신설했다. 소비자리스크협의회는 유관 부서의 실무진이 모여 소비자리스크 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전담기구다. 

영업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자문단 조직도 신설했다. 소비자보호 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 구성된 BT자문단은 올해 초 신설됐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MZ세대인 대학생으로 구성됐다.

최근 신설된 소비자보호모니터링팀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비자보호모니터링팀은 △Co-check 방식의 고도화 된 소비자보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영업점&본부) △금융상품의 단계별(제조·판매·사후관리 등)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상품·홍보물 출시 전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에 관한 사전검토 업무 등을 수행한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은 소비자리스크관리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다. 단순히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보호와 고객자산위험관리의 이중 보호장치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리스크관리 지표는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사후적 적발보다는 리스크 취약 요인을 파악하고, 임직원들이 스스로 개선토록 매뉴얼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또 투자성 상품과 제조회사를 점검하는 가이드라인도 만들 계획이다.
 

민원 데이터화 주목... 사유 분별·식별해 사후 피드백

오는 4월 도입할 예정인 ‘민원 혁신 시스템(ABC-Analysis Bettement Collecion)’도 주목할 만한 제도다. 사전 민원 예방이 목적이며, 민원 감축을 위해 기존 민원 데이터를 세밀화하게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민원을 데이터화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사후 분석은 유닛단(고객 관점 관리팀)이 맡는 식이다.

예를 들어 기존 은행 내 민원담당파트에서 A, B, C시스템(Analysis Bettement Collecion 가칭)을 도입하면 민원 접수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민원 사유를 분별·식별하는 것이다. 특정 주제가 있는 민원이나, 반복·중복되는 민원을 구별하기도 하고 개선 피드백도 주어진다. 

사후 피드백은 민원 대응파트에서 이뤄지는데, 유닛팀(고객 관점 관리 팀)이 민원 유형이나 분석 등 세분화 시키는 작업을 한다. 유닛팀이란 최근 하나은행에서 애자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를 브랜드화한 명칭이다. ‘하나웍스 유닛’이라 불리며, 담당하는 업무는 주로 대고객 서비스다. 지난해 상반기 하나은행은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닛을 구성했다.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6대 판매 원칙 보완방안 중 민원분쟁·금융상품 모니터링 정보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민원 감축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복잡하고 다양한 민원 분쟁을 데이터베이스화(DB)하게 되면 서로 상관 관계지수나 연관관계 분석이 가능해 민원 사유를 보다 세부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은행권 민원 분쟁 해결에 있어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이달 초 밝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6대 판매 원칙 보완방안’은 소비자보호실태평가 3년 주기제 도입에 따른 그룹별 평가와 자율진단을 실시한다. 민원·분쟁 빈발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선제적 처리기준을 마련하고, 은행 보이스피싱 예방체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확충한다. 이와 함께 은행 점포와 ATM 축소 등 계층별 맞춤형 소비자보호, 취약차주 등에 대한 금융·위기관리 지원으로 금융양극화를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소비자 보호 정책은 민원 접수 단계에서부터 통계 자료를 세분화 처리해 선제적인 민원 예방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민원에 대한 사후 개선 피드백도 전산고도화 통해 이뤄지며 영업점 내 민원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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