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공정법 47조' 라는 함정... 내주 조현준 판결 쟁점 '둘'
상태바
[시경pick] '공정법 47조' 라는 함정... 내주 조현준 판결 쟁점 '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3.08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 적용 논란
檢 "TRS 거래 악용... 총수 개인회사 부당 지원"
"효성 계열사 통해 부실기업에 특혜 제공"
辯 "검찰 TRS 거래 관계 자의적 해석"
"금융거래 현실 외면한 무리한 법 적용"
동법 47조4항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 논란도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공판 선고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양환승 부장판사)은 다음주 15일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금지' 규정(동법 47조 4항, 개정 전 23조의2 4항)이 적용된 이 사건 1심은 2020년 4월 21일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약 2년간 이어졌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조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이자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지원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여왔다. 올해 1월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효성 측이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GE 발행 영구전환사채(CB)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방식으로 간접 인수한 행위가 ‘불법’인지 여부다. 검찰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인 공정거래법 47조를 들어 명백한 부당지원이자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검찰 기소에 대해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기소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 맹점이 언급된다. 하나는 이른바 '총수익 스와프'(TRS) 거래 관련 검찰 시각에 대한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 적용한 공정거래법 47조가 안고 있는 내재적 모순이다. <시장경제>는 위 두 가지 사안에 초점을 맞춰 이 사건 검찰 기소의 당부를 짚었다. -편집자주.
 

TRS 거래, 총수 사익편취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GE는 LED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재무제표상 최대주주는 조현준 회장이며 효성그룹 계열사 중 한 곳으로 편입돼 있다. 조 회장은 이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8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자회사로 최대주주는 (주)효성과 조 회장이다. 주력사업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대행 등 부동산 사업이다.

앞서 2014년 GE는 25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효성투자개발은 같은 해 12월 하나금융투자 등 4개 금융기관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총수익 스와프 거래'(TRS)를 통해, GE가 발행한 CB를 간접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은 SPC에 300억원 상당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효성투자개발과 SPC가 체결한 TRS 거래기간은 만 2년. 2016년 12월 계약기간이 만료하자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 GE 발행 CB 전량을 인수하면서 거래는 마무리됐다.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당시 GE가 부실기업이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특히 검찰은 효성투자개발과 SPC 사이 TRS 약정 및 담보 제공, SPC와 GE 사이의 CB 매매 관계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상 조 회장 개인기업인 GE에 대한 부당지원을 목적으로, 효성 계열사들이 동원된 불공정거래행위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SPC와의 TRS 약정은 하나의 수단 내지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 사건 성격을 ‘부도 위기에 몰린 총수 지배 개인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이라 정의하면서, 효성투자개발의 실제 거래 상대방은 SPC가 아니라 GE라고 봤다. 형식적으로 중간에 SPC가 개입돼 있다고 해서 효성투자개발과 GE간 거래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효성투자개발과 GE간 거래계약서가 있든 없든,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은 최종 상대방이 GE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기업 모두 효성 계열사이므로 공정거래법 4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TRS 거래 주체는 효성투자개발·4대 금융... 범죄요건 성립 의문 

TRS 거래는 증권시장과 재계에서 통용되는 특수한 대출 형태로 증권담보부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TRS 거래는 법인 내지 개인이 특정 기업 발행 주식이나 전환사채 매입을 증권사에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증권사가 의뢰를 받아들이면 특정 기업 발행 주식 혹은 전환사채 매입 업무를 전담하는 SPC를 설립한다. 계약 기간, 담보 제공, 이자율, 부대조건 등에 대해 협의가 끝나면 주식 등 매입을 요청한 법인 내지 개인과 SPC 사이에 TRS 약정이 체결된다.

SPC는 약정에 따라 특정 기업 발행 주식 내지 전환사채 등을 매입한 뒤 그 대금을 당해 특정기업에 지급한다. 최초 거래를 제안한 법인 혹은 개인은 SPC를 통해 특정기업 발행 주식 내지 CB를 간접 보유함으로써 당해 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기존 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원하는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SPC를 통해 거래에 나선 증권사는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기업 총수 혹은 우량 기업을 대출 채무자로 두고, 안정적인 약정 이자(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금융시장에서 그 순기능이 분명해 다수의 기업이 TRS 거래를 이용한다.

기업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거래인만큼 당해 법률관계의 상대방은 명확하다. 즉 TRS 거래 주체는 약정을 체결한 기업(혹은 개인)과 SPC이며, 실질적 당사자는 당해 기업(혹은 개인)과 SPC를 설립한 증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효성투자개발과 4개 금융기관이 실질적 당사자이다.

공정거래법 47조 4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특수관계인(총수 및 그 일가) 또는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과 거래를 할 때 적용된다. 효성투자개발과 TRS 약정을 체결한 당사자는 하나금융투자 등 4개 금융기관이 설립한 SPC이다. 금융기관과 SPC는 효성이나 조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으므로 동조는 적용 여지가 없다. 즉, 효성투자개발의 거래 상대방을 GE로 인식한 검찰 공소장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TRS 거래를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위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보고, 효성투자개발과 SPC 사이 TRS 거래, SPC와 GE 간의 CB 매매 전체를 전체로서 하나의 거래로 봐야 한다는 검찰 논리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검찰이 기업금융거래 현실을 무시하고 사실관계를 억지로 꿰맞추려 한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현령 비현령"... 총수사익편취 금지 규정의 함정

검찰이 조 회장 등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적용한 공정거래법 47조 1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으로 한정한다)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단독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동조 3항은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4항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위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식 비율은 20%이다. 이 사건 거래를 살필 때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GE이다. 검찰 주장의 허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TRS 거래 주체인 효성투자개발과 증권사 설립 SPC의 경우, 조현준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다. 지분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효성투자개발과 SPC, SPC와 GE 사이 거래를 핵심으로 하는 이 사건 사실관계에 위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 

동조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다른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검찰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동 조항이 규제하는 행위는 효성투자개발과 GE 사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전제로 한 거래가 된다.

문제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효성투자개발과 GE 사이에는 거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금융거래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효성투자개발의 거래 상대방은 GE가 아니라 금융기관 설립 SPC가 맞는다.

앞선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계열사간 거래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모두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마치 조세사건에서 과세관청이 사인(私人)간 거래행위를 임의로 재구성하는 것과 같다”며 “형사절차에서 죄형법정주의 반하는 주장”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효투와 SPC 간 TRS계약, GE 전환사채 발행 등은 각각 개별 사안이며 조 회장은 계열사 간 거래 행위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항변했다.

같은 조 4항의 경우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같은 법 47조 4항을 적용했다. '총수 사익편취 금지 조항'으로 불리는 동항은 총수 및 그 일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목적으로 가장 최근에 신설됐다. 조문 체계상 동조 1항 및 3항에 대한 특별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4항 신설 전 공정거래위와 검찰 일부에서는 1항 및 3항이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을 항목별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는 총수를 처벌(기소)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 금지행위가 존재함을 밝혀도, 총수가 그 거래를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지시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47조 4항이다. 이 조항이 신설되면서, 검찰의 입증 책임은 한결 줄어들었다. 총수가 금지행위를 '지시'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도, 정황상 증거를 통해 '관여'한 사실만 밝혀내면 처벌이 가능해진 것이다.

검찰의 부담이 줄어든만큼 역설적으로 위헌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범죄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구성요건이 모호해 얼마든지 임의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문을 확대 적용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날 기업집단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상사법학계의 공통된 우려이다.

위 조항은 '관여'라는 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으며, 그 판단기준이나 적용 범위, 예시 등도 적시하지 않았다. 이 사건 변호인단도 동조 4항의 위헌성을 문제삼았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