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삼바, 에피스 다시 품었다... '백신·신약' 공세적 행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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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삼바, 에피스 다시 품었다... '백신·신약' 공세적 행보 전망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1.3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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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바이오젠 보유 에피스지분 전량 인수
연구개발 전담법인 에피스, 삼바 '자회사' 재편입
바이오젠, 에피스 15% 지분투자, 투자 차익 2조
바이오젠 지분 인수 先제안, 삼바 측 수용 성사
CMO/CDMO 글로벌 1위, 초격차 경쟁력 확보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백신 개발... 포트폴리오 변화 주목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계 글로벌 기업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 이로써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10년 동업관계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노하우와 R&D 역량을 적극 활용,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오젠과의 동업관계 청산으로 독자적인 백신 연구와 신약후보물질 개발 등 파이프라인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8일 삼성바이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 전체를 23억 달러(약 2조765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에피스 지분 매각으로 바이오젠이 10년 만에 올린 투자 차익은 약 2조원에 달한다. 바이오젠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다. 삼성은 2011년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초석을 놨다.

당시 한국은 바이오산업에 관한한 불모지였다. 관련 산업생태계는 물론이고 기초적인 연구인력도 태부족이었다. D램을 앞세워 반도체시장 세계 1위 신화를 달성한 삼성이 컨테이너 몇 동으로 사업을 시작할 만큼 상황은 열악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업계와의 네트워크가 전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초기 제휴 상대방을 찾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보인 곳이 바이오젠이다.
 

바이오젠, 에피스 투자 인색
두 차례 유증 불참... 보험용 '콜옵션' 보유

바이오젠은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조인트벤처(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에 파트너로 참여했으나 투자에는 인색했다. 삼성 측은 에피스 설립 초기 바이오젠에 50% 지분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15% 투자에 그쳤다. 바이오젠은 이어진 두 차례 유상증자에도 모두 불참할 정도로 에피스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향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초기 투자는 보수적으로 하되,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보유 지분을 대폭 늘려 이익을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렇게 출범한 기업이 에피스이다. 연구개발 전담법인으로 설립된 에피스는 2014년까지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종속회사)로, 2015년부터는 관계사로 바이오시밀러, CMO/CDMO 의약품 개발에 매진했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업계의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뚜렷한 성과를 냈다. 삼성바이오는 한국 식약처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으로부터 잇따라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받아내면서 지명도를 높였다.
 

삼성 바이오사업, 15년부터 성과
바이오시밀러 넘어 자체 개발 역량 확보 

그 사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의약품 복제 생산을 넘어 자체 개발 역량까지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는 CDMO 사업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 백신 생산까지 맡으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허브로 부상했다. 

삼바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바이오젠은 2018년 6월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번 인수는 바이오젠의 제안을 삼성 측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지분 인수와 관련돼 바이오산업에 대한 삼성 측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젠의 제안이 먼저 있었지만, 외부의 조력을 받지 않고도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았다면 지분 전량 인수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다.

에피스를 다시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삼바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업계는 유전자·세포치료제(CGT), 차세대 백신 독자 개발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지분 인수로 에피스의 검증된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며 "CDMO·바이오시밀러·신약을 3대 축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젠 지분 인수금액은 앞으로 2년간 분할 지급 예정이다. 인수 계약의 효력은 1차 대금 10억 달러 납부 완료 시점부터 발생된다. 양사는 지분매매계약 체결 완료 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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