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맥주사 '라온' 상표등록 막고 있는 오비맥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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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맥주사 '라온' 상표등록 막고 있는 오비맥주... 왜?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01.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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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맥주 '라온 위트 에일' 상표권 논란에 시끌
'라온맥주' 상표등록 5일전 오비맥주 이의제기
에프엔티, "대기업 악의적 갑질"... 공정위 제소
이후 '라온' 떼고 '밀구름 위트 에일'로 공급
오비맥주, 라온 위트 에일 먼저 등록
이의제기 후 아무 조치 없어... '시간끌기' 주장
오비맥주가 라온 위트 에일에서 밀구름으로 브랜드 명을 교체했다.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라온 위트 에일에서 밀구름으로 브랜드 명을 교체했다.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라온'이란 상표권을 놓고 코리아에프엔티(에프엔티)와 법적 분쟁 중이다. 오비맥주는 논란이 길어지자 상표 사용중단을 선언하고 '밀구름'으로 교체했지만 상표권 이의제기는 철회하지 않고 있어 그 속내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5월 에프엔티는 '라온맥주' 상표를 출원하고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 등록했다. 이후 같은해 7월 상표출원 공고통지를 받았다. 상표출원 공고통지란 특허청에서 본 상표등록에 대해 거절할 사유가 없으므로, 다중에게 60일간 이를 공고해 이의신청을 받게 하는 제도다.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으면 9월 21일에 '라온맥주'는 정식 상표 등록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표등록 완료 5일 전인 9월 16일에 오비맥주가 이의제기를 신청해 막혀버렸다. 이유는 그 해 7월 15일에 오비맥주 자회사인 한트앤몰트를 통해 '라온 위트 에일'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특허청에서 심사관을 새로 배정해 상표 등록하기까지 8개월여가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오비맥주가 출시한 '라온 위트 에일' 판매가 가능하다.

에프엔티 측은 대기업이 악의적으로 상표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의신청을 냈다며 오비맥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라온맥주가 상표등록을 출원한 상태에서 '라온 위트 에일'을 출원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별도의 상표를 출원해 진행하거나 원 출원자와 합의해 상표권 사용을 허가 받아야 하는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라온 위트 에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주요 유통 채널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인 에프엔티는 오비맥주에 밀려 판매처를 잃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비맥주, "우리가 먼저 상표 사용 신고했다"

오비맥주는 이런 에프엔티의 주장에 대해 라온 위트 에일이 먼저 상표 출원됐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에프앤티가 상표를 출원하기 전인 3~4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에 주류 상표 사용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회사 사정상 제조가 연기돼 7월 1일에서야 실제 사용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과를 비공개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길어지자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상표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달 17일 라온 위트 에일을 '밀구름 위트 에일'로 변경해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밀구름 위트 에일로 상표를 교체했지만 상표권 이의제기는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에프엔티 측은 특허청 판단 기간동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라온 위트 에일을 최대한 판매한 후 철수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비맥주가 이의제기를 했지만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시간끌기가 목적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특히 오비맥주는 상표권 분쟁을 의식한 듯 별도 공지나 안내 없이 조용히 출시했다.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핸드앤몰트 사이트나 공식 SNS에서도 밀구름 위트 에일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 특허법 관련 전문가는 "오비맥주가 상표 사용 신고를 먼저했고, 후에 등록된 에프엔티의 상표에 대해 이의제기 하는 것은 갑질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브랜드명을 교체하고서도 이의제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독점적 권한 취득 후 다시 '라온'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법적 분쟁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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