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통] "인심도 함께 배송합니다"... 문경 신선채소집 '호계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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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통] "인심도 함께 배송합니다"... 문경 신선채소집 '호계상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1.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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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로 채소판매↑ 신선도↑
SNS 활용한 홍보로 젊은층에 어필
보냉 쇼핑백으로 신선한 채소 배송

<편집자주>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전통시장·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한 때 인파로 북적였던 우리네 전통시장은 발길이 뚝 끊기며 혹한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위드코로나' 시행과 더불어 그동안 억눌려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전국 방방곡곡 전통시장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시장경제신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시장통통' 코너를 새롭게 연재한다. 점차 다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해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를 발굴·소개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이 코너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소상공인·전통시장에 한 줄기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계상회에서 판매하는 채소. 사진=문경중앙시장 블로그
호계상회에서 판매하는 채소. 사진=문경중앙시장 블로그

 

배송 서비스, 코로나시대 무기가 되다

문경중앙시장은 경북 문경시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1956년 도심 중앙(점촌동)에 문을 연 뒤 40여 년 간 호황을 누렸다. 1990년대 탄광촌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쇠퇴기에 들었다. 인구 감소와 함께 대형마트까지 입점하면서 문경중앙시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2019년 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NS가 결합됐다.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장보기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신반의’했던 배송서비스는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선견지명’이 됐다. 

젊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넉넉한 인심까지 배송됐다. 초창기 배송과정과 제품 등에서 겪었던 문제점은 1년 여 지나면서 안정됐다. 인근 지역 배송서비스와 함께 드라이브 스루 판매 시스템도 구축했다. 

호계상회는 문경중앙시장의 대표 채소가게다. 박일순(63) 사장은 20여 년 간 시장 노점으로 있다 3년 전 가게를 마련했다. 사진=문경중앙시장 블로그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2021년 2월 기준 네이버 밴드 가입자는 2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배송서비스를 통한 연 매출은 2억 7000만 원에 달한다. 주 가입 고객은 20~40대 젊은 층이다. 20~40대 소비자들이 배송서비스에 만족하자 문경중앙시장의 이미지 개선에도 한 몫 했다. 

직접 시장을 찾아 구경하고 구매하는 등 유입 고객 증가라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중소도시 전통시장의 1년 간 도전은 전국 전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살 수 없다는 상인들의 절박함은 문경중앙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되고 있다.

호계상회는 문경중앙시장의 대표 채소가게다. 박일순(63) 사장은 20여 년 간 시장 노점으로 있다 3년 전 가게를 마련했다. 시장에서 배송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신청했다.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전통시장의 한계를 넘을 기회였다. 또래 중에서 스마트폰을 비교적 잘 만지다보니 ‘까짓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돈 들이지 않고 매장이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여기에 공동 배송시스템이라는 무기까지 생겼다. 

“여기서(시장)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 밴드에서도 팔 수 있으니깐 좋잖아요. (밴드로 주문하는) 그분들이 너무 고맙죠. 덕분에 더 팔 수 있으니 너무 좋지요.”

호계상회 간판. 사진=소진공
호계상회 간판. 사진=소진공

코로나로 손님이 부쩍 줄어든 상황에서 밴드는 매출 유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평균 월 매출은 100만 원 가량에 이른다. 온·오프라인 판매로 채소 회전이 빨라지면서 상품의 신선도 역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는 또 다른 비밀은 문경중앙시장에서 제작한 보냉 쇼핑백이다. 여기에 소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채소 꾸러미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배송 초기 일부 소비자의 불만이 터졌다. 물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글이 보자 속이 상했다.

“좋은 걸 보낸다고 보냈는데 손님이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동안 좋은 채소를 판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그런 글이 올라오니깐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런데 젊은 손님들은 나름대로 제품에 대한 안목이 있어요. 우리는 손님을 이기려하지 말고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해요.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손님이 어떤 걸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게 됐지요."

문경중앙시장 입구. 사진=소진공
문경중앙시장 입구. 사진=소진공

 

젊은 구매자에게 눈을 맞추다

장사를 위해서는 젊은 소비자 눈에 맞춰야 한다고 결심을 했다. 박 사장은 기존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획 상품으로 과메기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어물전에서 과매기를 받아 온 뒤 양념과 채소를 넣어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 하는 일도 많다보니 나 스스로 새로운 걸 해보자고 생각하는 건 어려워요. 하지만 어떤 걸 해보자고 제안이 들어올 때는 되도록 맞춰서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문경중앙시장은 2019년 12월부터 장보기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판매품목을 공지하고 주문을 받는다. 새로운 플랫폼은 비용문제와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 친숙한 SNS를 활용하기로 했다.

특성화시장사업단은 고령인 상인 눈높이에 맞춰 개별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했다. 상인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배송센터 전담직원이 주문, 배송, 홍보, 고객관리 등을 맡고 있다. 1일 2회 시장 주변인 점촌동지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후 배송 가능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배송불가 지역 고객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판매도 하고 있다. 1시간 전에 주문을 하고 배송센터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과일, 채소, 육류, 생선, 빵, 떡, 반찬, 생필품 등 제품은 수백 개에 이른다. 신문, 방송 등 여러 언론매체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글·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리=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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