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한우 '조각투자' 5차 펀딩도 완판... 곧 주식처럼 지분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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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한우 '조각투자' 5차 펀딩도 완판... 곧 주식처럼 지분 거래"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12.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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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키퍼' 안재현 대표 인터뷰
모바일 한우자산 플랫폼 앱 '뱅카우' 출시
축산투자시장 조각투자 형태로 진출
2년 뒤 소가 경매로 낙찰되면 수익 창출
전염병으로 폐사 시 투자 원금 100% 보장
5회 펀딩 3600여건 참여, MZ세대 비중 60%대
"소비자·생산자 모두에 이익되도록 한우산업 생태계 바꿀 것"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대학생 A씨는 12만원으로 송아지 세 마리에 투자했다. 첫 투자이니만큼 분산투자가 좋을 것다는 생각에 한 송아지에 몰아서 투자하지 않고 일단 나눠서 투자했다. 손실이 날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A씨는 한우투자의 경우 원금 보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특히 감염병 등 재해로 인해 송아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험처리가 된다는 것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느껴졌다. 송아지가 모두 성장해 경매에 넘겨지기 전까지 A씨는 투자금을 중간에 뺄 생각은 없다. 일단 소 도매가격 추세 등을 살피며 추가 공모에 참여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조각투자가 재테크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조각투자란 하나의 투자 대상을 여러 명의 구매자가 공동소유하고 소유권을 조각처럼 분배해 물건을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가치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자산을 잘게 쪼개 투자하는 방식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스탁키퍼가 지난해 5월 출시한 뱅카우는 한우 한 마리를 다른 사용자들과 쪼개서 투자하는 앱이다. 기존 일반 투자자들이 진출할 수 없던 축산투자시장을 조각투자의 형태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뱅카우가 한우 농가와 협약을 맺고 개인 투자자를 공모하면 이 돈으로 한우 농가가 송아지를 사서 키운다.

투자자들은 2년 뒤 소가 경매로 낙찰되면 그에 따른 수익을 나눠 갖는다. 뱅카우는 구제역 등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이 발생해 한우가 폐사할 경우 투자 원금을 100% 보장한다.

서비스가 출시 초기 단계라 아직 수익이 실현된 사례는 없지만 반응은 뜨겁다. 현재 뱅카우에는 약 1만100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1020세대 1900명이 참여하고 있고 3040세대는 약 7000명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뱅카우는 5월 31일 첫 펀딩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차 펀딩을 모두 성황리에 완판시켰다. 5회 펀딩에 참여한 건수는 약 3600건이다. 조달 자금만 총 12억원에 달한다. 특히 1차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의 연령대는 20대가 26%, 30대가 55%였다. 2030이 81%를 차지한 셈이다. 2차 펀딩에서도 2030 비율은 82%에 육박했다.

투자자는 본인이 투자한 소가 자라는 모습을 앱을 통해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건강상태나 검진내역 등도 확인해 투자대상의 가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 이후 앱에서는 소의 출하, 등급 판정, 최종 수익률과 수익금 등 정보를 제공한다.

"한우를 키우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농가는 통상 한우 한 마리를 사용하는데 약 10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합니다. 이 사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농가는 대출 제도를 이용하죠. 소수점 투자를 통해 농가는 이자 없이 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1986년생인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한우 생산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지난해 창업을 추진했다.

"저는 30년간 한우 목장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자랐습니다. 한우의 수급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 종합상사에 취업해 외국산 축산물 수입을 담당했는데 외국에서 들여오는 축산물의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며 그 고민이 더욱 커졌습니다."

안재현 대표는 "한우는 안전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실물 자산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한우 지분 소유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한 거래소도 내년 상반기 오픈할 예정이다"며 "한우에 대한 투자가 한우 소비로 이어져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한우 정보와 수급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 14층에서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안재현 스탁키퍼(stockeeper)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창업 배경은? 

"한우 가격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우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농가에서 공급할 수 있는 한우의 생산량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우 공급량 정체라는 문제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많은 농가들이 대규모 한우사육을 위한 초기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우 투자를 조각투자로 재해석,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고안했다. 한우자산플랫폼 뱅카우를 통해 소비자들은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자산인 한우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농가는 투자금을 통해 초기 생산부담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축산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 뱅카우의 특징과 장점을 꼽자면?

"뱅카우는 누구나 손쉽게 한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은 뱅카우를 통해 송아지를 4~5만원 단위의 소액부터 송아지 마리당 투자까지 자유로이 투자할 수 있다. 투자받은 농가는 약 2년간 해당 송아지를 사육하게 된다. 한우로 자라나면 경매를 통해 한우자산을 현금화하고 경매를 통해 일어난 최종 손익을 고객과 농가가 투입한 투자금 비율만큼 공정하게 나눠갖는 구조다. 이를 통해 농가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투자자들은 진입장벽이 높았던 축산 투자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스탁키퍼(stockeeper).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현재 사업 진행 단계와 추후 계획은?

"지난 5월 31일 첫 출시 이후 5차례의 한우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이후 내년부터는 주기적으로 한우 펀딩을 진행해 생산자와 투자자를 최대한 확보하고 매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금공여가 필요한 소규모 사육농가를 먼저 집중 공략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뱅카우는 22조 원의 국내 소 사육업 시장에서 새로운 축산 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축산업이 가진 어려운 고정관념을 깨고 생산자와 투자자, 소비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 안재현 대표의 꿈은 무엇인가?

"일반투자자는 뱅카우를 통해 연간 22조 규모의 한우 사육업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에 투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는 한우 농가의 자립을 돕고 국내 한우 시장을 성장시키는 엔젤투자자가 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뱅카우는 농가에게 농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한우상품에도 농가의 이름을 붙인다. 이를 통해 농가 스스로에게 퍼스널 브랜딩을 제공한다. 품질 좋은 한우 생산의 증대와 수익 좋은 한우에의 투자, 이런 도전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나아가 한우산업 생태계도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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