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수수료 없는 '돈받기 앱'... 시장·식당서도 QR코드 하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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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수수료 없는 '돈받기 앱'... 시장·식당서도 QR코드 하나면 OK"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1.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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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플랫폼 '돈냥이' 개발, 샵온에어 고용철 대표
계좌번호 없이 QR코드로 송금 받는 어플 개발
당근마켓, 푸드트럭 등 돈받는 모든 현장서 활용
"카카오 추격 네이버, 결제 도입땐 파괴력 클 것"
"더치페이도 가능... 30초면 깔끔하게 마무리"
"과도한 통행세, 소상공인 생존 위협... 결제수수료 만이라도 깨끗해야"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지갑에 현금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지갑을 놓고 다니는 사람도 꽤 된다.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면 핸드폰 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현금 쓰이는 곳이 많다. 푸드트럭, 전통시장은 물론 당근마켓으로 중고거래 할 때도 현금이 오간다. 로또는 아예 현금으로만 구매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이럴 땐 흔히 돈 받을 계좌번호 알려주며 송금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거스름돈 필요 없고 카드수수료도 발생하지 않으니 판매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은행앱 열고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해서 돈 보내는 과정은 그리 매끄럽지 않다. 보다 편리한 카카오페이로 보내려면 낯선 사람과 카톡 친구를 맺어야 하는 찜찜함과 원치 않는 스팸까지 받아야 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샵온에어의 고용철 대표는 토스와 카카오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송금QR'을 활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굉장히 편리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기능이다. 

토스와 카카오 어플에는 입금 받을 계좌번호와 금액을 포함시킨 '송금QR'이라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돈 받을 사람이 QR코드를 만들어 보여주고, 돈 보내는 사람이 핸드폰 카메라를 가까이 대기만 하면 저절로 토스와 카카오가 열린다. URL링크 혹은 딥링크라고 불리우는 기술인데 사실 TV홈쇼핑이나 로또 확인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 본 흔한 기술이다. 송금 거래시에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돈냥이'는 토스와 카카오의 송금QR을 '대신 만들어' 주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어플이다. 

샵온에어는 여기에 '대신 알려주는' 기능 하나를 추가했다. 인도에는 페이티엠(Paytm)이라는 간편결제 플랫폼이 있다. 알리페이나 카카오페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회사가 SoundBox라는 QR코드 전용 단말기를 1천만대 가까이 판매했다. 이 단말기는 오직 '입금 완료'된 사실을 스피커로 알려주기만 한다. 그런데 이 알려주는 기능 하나로 기존 QR결제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는 물론 대부분의 QR결제 사업자들은 결제용 QR코드를 스티커 등의 인쇄물로 만들어 매장에 배포하면서 사업을 시작한다. 인프라 투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이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매장과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크다. 결제금액을 고객이 직접 입력해야만 하고 그 결제 결과는 점주가 핸드폰을 열어 확인해야 했다. 서로 불편하다.

페이티엠은 스피커로 입금 결과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장난감 같은 장치 하나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샵온에어는 이 SoundBox 기능을 이미 매장에 수백만대 설치되어 있는 코로나체크인용 스마트폰에 접목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전국 수백만 매장에 개인용 스마트폰이 아닌 '매장용 스마트폰'이 저절로 생겼다. 구닥다리 스마트폰이라도 와이파이, 스피커, 터치패널은 쌩쌩하게 작동한다. 구글의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도 덤으로 쓸 수 있다. SoundBox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고성능의 매장용 단말기를 한국의 매장은 이미 보유한 상태가 된 것이다.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샵온에어는 어떤 회사인가

"QR코드 결제 방식의 대중화를 위한 POS 연동 기술만을 개발해온 전문 스타트업이다. 나는 원래 신한은행에서 써니뱅크라는 모바일 채널을 담당했다. 뱅킹 서비스의 기본인 계좌송금 기능을 이용한 계좌 to 계좌 방식의 결제 플랫폼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지금의 제로페이와 똑같은 구조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백만개 넘는 매장에 설치된 POS 시스템과의 연동이 QR결제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3년 넘게 QR코드와 POS 연동 분야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냥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 돈냥이는 어떤 서비스인가

"당근마켓이 활성화되며 개인간에 돈을 주고 받는 상황이 많아졌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송금QR 기능을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오직 사용경험이 부족할 따름이었다. 유튜브에서도 이런 기능을 소개하는 컨텐츠가 전무했다. 답답한 마음에 간단한 초기 버전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보니, 계좌송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푸드트럭이나 포장마차는 물론, 퀵서비스와 대리기사가 떠올랐다. 수수료 없이 돈을 빠르고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으니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로또판매점은 카드 거래가 안되는데 계좌송금을 이용하면 굳이 CD기에서 현금 뽑지 않아도 되겠네? 골프장에서도 보다 폼나게 캐디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샵온에어에서 배포한 돈냥이 사용설명서

- 사용 수수료는 없나

"돈을 보내는 토스와 카카오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돈 받는 어플이 결제수수료를 챙길 수는 없다. 은행에서 계좌 to 계좌 방식의 결제 플랫폼을 추진한 이유도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고 판매자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이다. 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 회사가 제공하는 '외상의 댓가'인 셈이다. 외상은 은행의 관점에서는 대출인 셈인데, 1개월 대출해주고 2%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연리 평균 24%의 고리대금업이다.

그런데 대부분 소비자의 카드결제액은 매달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매달 결제하는 금액이 비슷하다면 외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얼마 되지도 않는 포인트나 우대혜택을 강조하며 신용카드로 '빚'을 지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젊은 MZ세대들은 체크카드를 선호하며 알뜰하게 사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소비문화라고 생각한다. 24%에 달하는 고금리의 이자 부담은 결국 상품 가격에 전가되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 돈냥이가 결제수수료를 줄여줄 수 있는가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댓가로 수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를 경유하는 결제망이 워낙 고착되어 있다 보니 소비자의 '외상 비용'을 모두 공급자에게 강제하고 있다. 한국은 불필요한 신용의 댓가를 지불하는 시스템에 갇혀 있다. 제로페이도 아마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처리 원가가 제로에 가까운 은행의 계좌송금 인프라를 이용하면 이와 같은 고비용 결제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정부가 보호해주는 오프라인 매장과는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기본 3.5% 수준이다. 계좌송금 방식도 최저 200원에 2%를 기본으로 받고 있다.

오픈뱅킹의 시행으로 계좌이체 1건당 처리 비용이 50원 안팎으로 줄었지만 결제수수료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토스와 카카오가 지금처럼 송금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돈냥이를 이용한 결제수수료도 100% 무료이다."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소상공인 단체들이 매년 카드수수료 인하를 강하게 요청하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의 성장기에는 물건을 팔면 마진이 많이 남았다. 돈 잘 버는 시절에는 소소한 카드 수수료 따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소상공인들은 돈을 잘 벌지 못한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도에는 동네마트 등 도소매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4.19%, 숙박 및 음식점 업종은 6.78% 였다. 리먼사태로 저성장 국면이 본격 시작된 2008년도에는 도소매 영업이익률이 3.81%, 숙박음식점이 4.56%로 떨어졌다. 그런데 2020년도에는 각각 2.70%, -4.81%로 추락했다. 물건을 아무리 팔아도 마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예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결제수수료가 크게 보이는 것이다.

동네마트의 결제수수료가 무료가 되면 매출이 2배 뛴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고, 음식점의 결제수수료와 배달수수료는 흑자와 적자를 가르는 변수가 된다. 최근 신한은행이 '땡겨요'와 같은 초저가 배달앱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것도 수수료에 민감해진 소상공인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토스와 카카오만 연결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계좌번호와 금액을 포함시킨 송금QR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국내에 딱 2개 뿐이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 페이코, 뱅크샐러드 등 계좌송금 기능을 가진 모든 간편결제 플랫폼이 URL링크 혹은 딥링크 방식의 송금QR 기능을 개방형으로 제공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접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간편결제 플랫폼들은 당장의 수수료 이익보다는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최대한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트래픽 증대'를 우선시 하므로 송금QR 기능을 도입하면 당근마켓 등 사용률 증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에는 송금 및 오프라인 결제 분야에서 카카오에 크게 뒤지고 있으므로 매우 의미있는 전략이 될 것 같다."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샵온에어(Shop On Air)고용철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더치페이 기능이 인상적이다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식당들은 '더치페이 안됩니다'라는 양해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 점심 때처럼 바쁜 시간에는 네다섯명이 더치페이를 하겠다고 하면 카운터가 거의 마비된다. 가장 많이 보급된 POS에서 실제 측정을 해보니 신용카드로 3명을 결제하는 데에  1분~1분30초 가량이 소요되었다. N빵인 경우에는 계산기로 금액을 나누고 끝전을 처리하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다. 순차적으로 한명이 끝나야 다음 사람의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신용카드는 더치페이에 친화적이지 않다. 그런데 돈냥이의 계좌송금을 이용하면 3명이건 4명이건 5명이건, 아니 10명이 넘는 사람이 더치페이를 해도 30초면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QR코드는 동시에 여러명이 스캔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돈냥이는 입금된 금액을 계속 합산해서 청구금액에 도달하면 음성과 팝업 그리고 인쇄물로 결제완료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결제도 빠르고 수수료도 없고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 1석 3조다."

- 샵온에어의 수익 모델은

"샵온에어는 일반 개인들을 위해 만든 '돈냥이'와 매장의 O2O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스캔고ScanGo'를 분리하여 운영한다. 스캔고는 돈냥이의 계좌송금 결제는 물론, 간편결제와 포인트적립 등의 O2O 서비스를 POS와 연동해 제공하는 매장 전용 솔루션이다. 특히 쓰레기로 버려지는 영수증을 수집하여 빅데이터로 활용하고, POS 매출과 배달앱 매출을 통합해 보여주는 기능을 피자 한판 값에 불과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체크인 스마트폰만 있으면 즉시 도입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빨대 꽂아 먹고 사는 회사들이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소위 '뽀찌' 뜯는 비즈니스가 넘쳐난다. 나이 들면 모두가 치킨집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계형 매장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과도한 통행세는 결국 생존의 문제와 결부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언젠가 나 스스로도 치킨집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결제수수료 만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돕기에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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