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 대우 품었다... 단숨에 건설 2위·재계 2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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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 대우 품었다... 단숨에 건설 2위·재계 21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12.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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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그룹, 9일 KDBI와 주식 매매계약 체결
최종 인수가액 2조600억 전망
대우 인수로 중흥그룹 위상 수직 상승
시공능력평가액 GS, 현대건설 보다 많아
정창성 회장 “현대와 기아처럼”... 경영·브랜드 독립 약속
움츠러든 대우건설 해외사업, 활로 열릴 듯
중흥건설그룹 사옥, 대우건설 사옥. 사진=각 사 제공
중흥건설그룹 사옥, 대우건설 사옥. 사진=각 사 제공

새해를 보름 남짓 앞두고 건설업계와 재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방의 작은 건설사로 시작해 착실히 몸집을 키운 중흥건설그룹이 올해 시공능력평가 5위이자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 기업 중 한 곳인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9일 주식양도계약을 체결로 중흥의 위상은 건설업계 2위, 재계 21위로 수직 상승했다. 중흥 창업주 정창성 회장의 오랜 꿈인 해외건설 진출 길도 열렸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흥과 대우의 시너지다. 정 회장이 중흥과 대우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중흥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주식 2억1093만1209주)를 위한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중흥그룹은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고, 10월 법무법인 광장, 삼일회계법인과 실사를 실시했다. 이후 KDB인베스트먼트와 막바지 가격 협상을 벌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인수금액은 비공개다. 중흥과 KDB는 “인수금 비밀 조항이 있어 당장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에 따라 다음 주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인수금액은 당초 2조1000억원에서 400억원 할인된 2조600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은 인수금 전액을 차입금 없이 자체 조달하면서 만만치 않은 현금 동원 능력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뿐이다. 중흥건설이 독과점하는 분야가 없어 공정위 심사는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2021년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우건설은 5위(8조7290억원)를 기록 중이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17위(2조585억원), 45위(1조1130억원)를 기록 중이다. 세 회사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치면 11조9178억원이다. GS건설(9조9286억원), 포스코건설(9조5157억원), 현대건설(11조3370억원)을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현재 이 부문 1위는 삼성물산(22조5640억원)이다. 재계 순위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40위권(47위)에서 20위권(21위)으로 치솟았다. 

대우건설은 11년만에 새주인을 만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원 대에 인수했다. 이중 3조5000억원을 재무적 투자자(FI)에 빌렸다.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대우건설 영업이익으로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초래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정이 급변했다. 대우건설 영업이익과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KDB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했다.

중흥은 금호와 상황이 다르다. 재무적 투자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인수대금 전액을 스스로 마련했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대우건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창성 회장은 대우건설을 품게 됨에 따라 해외 건설 진출이라는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숙제는 중흥과 대우의 ‘시너지’다. 일단 정 회장이 전면에 내세운 방침은 ‘독립 경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을 합치지 않고, 독립 브랜드(중흥 S클래스, 푸르지오·써밋), 독립 경영 체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에게 △임직원 고용승계 △건설업계 최고 수준 처우 △내부 승진 보장·능력 중심 발탁 인사 △부채비율 개선(2020년 기준 284%→105%) 등을 약속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 KD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대우 임직원들의 처우와 독립 경영 문제 등 현안을 논의 중이다. 중흥 측은 계약직을 포함한 대우 임직원 급여를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존 대우 브랜드 유지 전략은 국내 주택시장의 현실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지방에서 시작한 중견기업이 대우를 인수하면 프리미엄 단지를 원하는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장 등 핵심지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반포3주구였다. 당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중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중흥 푸르지오'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 회장의 해외진출 전략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대우건설은 업체 최고 수준의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 이력도 화려하다. 다만 해외사업은 특성상 리스크가 커, 산업은행 관리 체제 아래에선 운신의 폭이 좁았다. 실제 2016~2020년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4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경영평가부문 순위는 7위에서 17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해외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증흥의 인수는, 대우건설 해외 파트에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정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 흔들리지 않은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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