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취지 알지만 불편·찜찜"... 스타벅스 에코 매장, 불만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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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취지 알지만 불편·찜찜"... 스타벅스 에코 매장, 불만 한가득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12.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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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인근 12개 매장 일회용컵 없는 매장
다회용컵 사용시 1000원... 반납할 때 환불
다회용컵 최소 70회 사용 100회까지도 가능
40대 고객 "절차 번거로워 한동안 스타벅스 찾지 않을 것"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입구. 사진= 김보라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입구. 사진= 김보라

"불편해요. 커피전문점에 텀블러는 물론 컵, 쟁반까지 챙겨야 해 번거롭기만 합니다."

"반납기가 하나 밖에 없어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을 피해야 합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을 방문한 고객이 한 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서울에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용객들의 불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서울 12개 매장에서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해당 매장에선 기존에 쓰던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머그잔이나 개인 컵, 다회용 컵에만 제공된다. 다회용 컵을 선택할 경우 음료값에 보증금 1,000원을 더 내야 하고, 매장 안에 설치된 무인 반납기에 다 쓴 다회용 컵을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인다는 취지다.

시범 운영 매장은 ▲무교동점 ▲무교로점 ▲한국프레스센터점 ▲시청점 ▲시청플러스점 ▲을지로삼화타워점 ▲을지로내외빌딩R점 ▲을지로국제빌딩점 ▲을지로경기빌딩점 ▲서소문로점 ▲서소문점 ▲별다방점이다.

30일 오전 기자는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을 직접 방문해 음료를 구매했다. 매장 입구부터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을 강조하는 안내판이 비치돼 있었다. 매장 안 고객들도 일회용 컵이 아닌 머그잔이나 개인용 텀블러를 이용했다.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 사진= 김보라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 사진= 김보라

'아이스 캐모마일티'를 테이크아웃(가지고 다니며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 혹은 포장된 음식을 일컫는 말)으로 가져가겠다고 이야기하자, 카운터 직원은 7,100원을 청구했다. 이는 기존 음료 가격인 6,100원에 컵 보증료 1,000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직원은 음료를 다 마신 뒤 컵을 반납기에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음료는 불투명색의 다회용컵에 담겨 제공됐다. 컵은 '비스페놀A 프리(BPA Free, 환경호르몬 물질이 없다는 뜻)' 소재로 스타벅스 로고도 무늬도 없었지만, '해피해빗' 이란 글자가 투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컵 옆면에는 주문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고 뚜껑은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음료를 다 마시면 컵은 뚜껑과 빨대를 제거하고 세척한 뒤, 스티커를 떼 반납기에 하나씩 넣어야 한다. 반납기가 컵을 인식하고 보증금을 돌려주기까지는 1~2분이 걸린다.

이날 이 매장에서 음료를 다 마시고 반납기 설명을 듣던 한 어르신은 복잡한 절차에 당황해하며 컵을 직원에게 전달한 후 보증료를 돌려받지 않은 채 매장을 떠났다.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 사진= 김보라
스타벅스 서울프레스센터점 에코 매장. 사진= 김보라

이날 눈에 띄는 고객들을 만났다. 매장 건너편 사무실에서 온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8잔의 음료를 가져가기 위해  텀블러, 머그잔, 심지어 쟁반까지 챙겨왔다. 일행 중 한명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종이 캐리어를 사용하던 때에는 2명으로도 음료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컵이 무거워 4명이나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가장 가까운 카페라서 왔는데 올 때마다 다량의 컵과 쟁반까지 챙겨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리유저블컵을 가지고 매장을 나가던 30대 여성 A씨는 "테이크아웃 하기 위해 다회용컵을 1,000원 내고 이용했는데, 반납하러 다시 매장을 들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1,000원이 아깝지만 반납하지는 못할 거 같고, 추후 재활용으로 분리수거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을 위한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현실적으로 귀찮은 일인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매장을 찾은 20대 C씨는 "텀블러를 소지하고 있지않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데, 여러 사람이 쓰는 컵이라 찜찜하다"라며 "꼼꼼히 세척을 한다고 하지만, 컵 자체적으로 사용 횟수를 카운트 할 수 있는 기능도 없어 사용하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40대 D씨는 "스타벅스 옆에 다른 카페는 일회용컵으로 준다. 헹구고 반납하고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한동안은 스타벅스를 찾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매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다회용컵 반납기. 사진= 김보라기자.
매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다회용컵 반납기. 사진= 김보라기자.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고객도 있었다. E씨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컵을 반납하는 것을 종종 잊을 수도 있겠지만, 환경 보호를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따르면 회수한 다회용컵은 전문 업체에서 수거해 철저한 위생 관리를 거친다. ▲외관 상태 확인 ▲애벌세척 ▲소독침지 ▲고압자동세척 ▲물기제거 및 자연건조 ▲UV살균건조 7단계를 거쳐 깨끗하게 세척된다. 세척 후 오염 여부를 체크한 뒤 각 카페로 공급된다.

스타벅스는 이번 에코 매장 12곳을 통해 올해에만 일회용컵 50만개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범 운영인 만큼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불편사항들을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내년까지 서울 전 매장, 2025년에는 전국 모든 매장을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개인 컵 사용문화의 확산이다.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에서의 다회용 컵 사용은 고객분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과도기적인 과정으로 초기의 어색함이 편안함으로 바뀔 수 있도록 고객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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