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풍에 281억 과징금 때린 환경부... 근거 곳곳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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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영풍에 281억 과징금 때린 환경부... 근거 곳곳 '구멍'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12.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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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영풍 석포제련소에 역대급 과징금 부과
"카드뮴 유출로 낙동강 상수원 오염"
환경부 제시 근거 최소 5곳 이상 '팩트 오류'
검출기준 지난해는 '추정치'... 올해는 '산정치'
'오염액 흘러넘쳐'... '방지 시설 구축, 전량 회수'
국내 최초 '오폐수 무방류 설비' 도입... 환경부 '무시'
석포제련소. 사진=경북도
석포제련소. 사진=경북도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영풍그룹 계열 석포제련소에 281억원이라는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환경부가 단일 공장에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적으로 배출했다는 것이 과징금 부과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영풍이 범그룹 차원에서 낙동강 수질 오염 차단을 목적으로 다층 방지시설을 지속 구축하고 있음에도, 그 동안의 노력은 무시하고 당해 기업을 중금속 오염물질을 무책임하게 외부로 투기하는 파렴치범으로 폄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부가 배포한 과징금 부과 보도자료 중 일부 내용은 팩트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마녀사냥을 정부 부처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재 결과 환경부 배포 자료는 최소 5곳 이상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과징금 부과 처분을 결정하고, 이틀 뒤인 같은 달 24일 ‘카드뮴 불법배출 영풍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 원 부과’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소속 대구지방환경청은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제1·2공장 인근 낙동강 수질을 2019년 4월 14일부터 이틀간 측정했고, 그 결과 일대에서 카드뮴 22.888㎎/L를 검출했다. 동 검출량은 하천수질기준(0.005㎎/L)을 최대 4578배 초과하는 수치이다.
 

무허가 관정 이미 폐쇄·재설치 했는데... "무허가 관정 설치"

환경부 중앙환경단속반은 같은 달 17일부터 19일까지 석포제련소에 대한 현장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단속반은 "공업용수 등의 목적으로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중 30개 관정에서 ‘지하수 생활용수기준(0.01㎎/L)’을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위 대목 중 ‘석포제련소가 공업용수 등의 목적으로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표현은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 관계자는 “이 관정들은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오염 지하수를 양수해 정화 처리함으로써 오염물질의 낙동강 유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며 “기존 52개 관정이 무허가라는 지적이 있어 즉시 폐쇄했고, 환경부의 오염지하수 방지 명령에 따라 적법하게 67개의 관정을 다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라면 상황을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도가 무엇이든 환경부가 기업의 개선 노력을 무시 혹은 은폐했다는 점에서 정부 발표의 공신력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카드뮴 검출 기준, '추정치'→'산정치'로 1년 만에 번복 

‘공장 내부 지하수 관측정에 형광물질을 주입 후 약 2일 만에 공장 외부에서 최고 농도가 나타났으며, 누출된 카드뮴이 빠르면 2일 만에 낙동강까지 유출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하수 유출량 및 카드뮴 오염도 조사 등을 통해, 카드뮴의 낙동강 유출량은 약 22kg/일(연 약 8030kg)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됐다’는 발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8일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카드뮴) 유출량 산정결과는 일정 실험조건 아래 산출된 추정치로서, 산정결과에 활용된 인자는 현장 조건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석포제련소 지하수 관측정에서 검출됐다고 표현한 카드뮴의 양은 '산정치'가 아니라 '추정치'이다. 환경부 스스로 밝혔듯 실험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값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를 단정적 검출량으로 표기한 것이다.

환경부는 불과 1년 사이 '추정치'를 '산정치'로 바꿨다. 이는 과징금 부과 근거에 중대한 흠결이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추정치'를 '산정치'로 바꾸는 결정을 한 이유를 환경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공정액 전량 회수했는데... "카드뮴 공정액 흘러 넘쳐"   

'석포제련소는 평상시에 낡은 공장시설에서 카드뮴 공정액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흘러넘치게 하는 등 관련 시설을 부적절하게 운영했다'는 대목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취재 결과 석포제련소는 공정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정액을 회수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위 대목의 쟁점은 '공정액이 흘러넘쳤다'가 아니라 '유출된 공정액을 회수했는지 여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환경부의 발표는 사실을 왜곡 또는 오인케 하기 충분하다.  

영풍 관계자는 “현재 석포제련소는 공정 과정에서 넘친 공정액을 전량 시설 내에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전체 오염저감시설 운영 중인데... "1~3공장, 우수관 통해 카드뮴 유출"

‘제1, 2공장은 40mm/일 이상, 제3공장은 33m/일 이상 비가 내릴 경우 관리 소홀로 인해 사업장 바닥에 누출된 각종 원료물질, 폐기물(카드뮴 함유)과 공장시설에서 누출된 카드뮴 공정액 등이 빗물과 섞여 별도의 우수관로 등을 통해 낙동강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발표한 대폭도 팩트와 다르다. 

환경부 발표와 달리 석포제련소는 1~3 공장 모두에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1, 2 공장은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 대상도 아니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오염원의 외부 전파를 막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오염 저감 시설을 운영 중이다. 칭찬을 받아야 할 대상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오염수 무방류 시설' 국내 첫 도입에도... "유출 대비 근본대책 전무"

‘카드뮴 유출을 중단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유출된 카드뮴의 일부만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대목도 사실에 반한다. 석포제련소는 습식공장 하부 바닥 내신타일을 전면 교체하고, 빗물저류조와 이중옹벽 설치, 배수로 집수로 개선 등 오염 차단 시설 확대에 수백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을 위해 지난해 말 320억원을 들여 공정사용수(폐수) 무방류설비(ZLD)를 도입했다. ZLD 설비 도입은 국내 제조업체 중 영풍이 최초이다.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오폐수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바이오 기업 등이 ZLD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430억원을 들여 1·2공장 외곽 하천부지(2.1km) 지하에 ‘지하수 차집시설’ 설치도 서두르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오염원이 공장 울타리를 넘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위)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외곽 지하수차집시설 1차 공사 구간, (아래)지하수 차집시설 표준 횡단도. 사진=영풍그룹
(위)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외곽 지하수차집시설 1차 공사구간, (아래)지하수 차집시설 표준 횡단도. 사진=영풍그룹

환경부 김종윤 환경조사담당관은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석포제련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카드뮴의 낙동강 불법배출을 지속할 경우, 제2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정의했다. 그는 "석포제련소는 1974년 세워진 공장이고, 281억원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된 환경범죄단속법은 2020년 11월 시행된 법이다. 지난해 제정된 법을 토대로 과거의 공장을 들여다보면 살아남을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81억원의 과징금은 정부와 기업의 공존보다는 기업의 폐쇄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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