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가스 내뿜는 젖소 트림-방귀… 씽크포비엘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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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가스 내뿜는 젖소 트림-방귀… 씽크포비엘이 잡았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11.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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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1kg에 우유 1리터, 2kg에도 1리터 생산하는 소 파악
AI·유전자 활용해 사료량 최적화… "사료·트름·방귀 적어져"

10월 1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탄소중립 엑스포(대한민국 에너지대전)’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중소기업의 기술에 주목했다. AI 공학기업 씽크포비엘은 젖소 트림 등의 반추위 작용을 최소화 해 자동차 보다 많은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관심사인 탄소배출 기술로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행사 기간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축산 서비스 ‘씽크팜’(Think Farm)을 선보였다. 아울러 행사장 부스에서 씽크팜 가운데 하나인 AI 기반 ‘개체 정밀사양’ 도구 ‘밀크티’(Milk-T) 작동 개념과 원리를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밀크티는 사료 섭취에 따른 우유 생산성 변화 데이터로 소의 유전적 능력을 파악하고, 축사에 설치된 카메라와 움직임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로 활동·소화·수면 양과 상태 등을 탐지·분석해 적정 사료 급여량을 알려준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데이터 밸런스’ 등 AI 머신러닝 기술이 활용됐는데, 국내외 연구기관과 다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유사 도구 대비 가축에 부착하는 센서가 크게 줄었고, 대신 비접촉식 카메라가 늘어 가축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

밀크티가 엑스포에서 이목을 끈 건 축산 분야에서 생산성과 농가 수익 증대는 물론,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 도구이기 때문. AI 신뢰성 검증 기법을 활용했고,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실증을 진행함으로써 정밀도와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도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밀크티는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급여하는 사료량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소의 품질 등급 저하와 우유 생산량 감소를 막으려고 농가에 따라 사료를 적정량 대비 최대 20% 더 많이 주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젖소에게 과도하게 사료를 급여하면 메탄가스 발생량이 증가해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농가 손해를 키울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06년 펴낸 보고서(축산업의 긴 그림자)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축산업이 18% 정도를 차지한다고 봤다.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은 2015년 펴낸 보고서에서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 가운데 농업 분야가 약 31%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78%가 소의 반추위를 통해 방출된다고 밝혔다.

(좌측부터)김태환 KOIIA 회장, 김세종 KTL 원장,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좌측부터)김태환 KOIIA 회장, 김세종 KTL 원장,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엑스포 부대행사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소의 상태를 진단하면 결과에 따라 최대 산유 수준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사료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 ‘밀크티’로 이런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면 소의 행동 분석과 생산성과의 상호 관계를 비롯해 기후 온난화에 따른 소의 생산성 분석과 사양 관리 및 품종 개량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며 “축산 분야에서 실효성 떨어지는 ‘효모·미생물 첨가 사료’나 ‘분뇨 처리’ 방식 등을 대체할 수 있는 현존 가장 효과적인 탄소 저감 기술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원하는 양자기타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성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씽크포비엘이 스마트축산에 뛰어든 건 독보적 위상을 쌓아온 AI 신뢰성 및 데이터 검증 분야 기술로 미래 축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2015년 만해도 스마트축산은 센서로 축사 환경을 제어하는 정도 기술뿐이었고, 가축 ‘생육’ 정보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건 일부 선진국에서나 막 시도되고 있었을 뿐”이라며 “가축은 식물과 달라서 생육 정보 확인이 무척이나 어려운데, 우리가 가진 데이터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가축한테 스트레스 주지 않고도 생육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그러면 관련 연구에만 10년이 걸리는 젖소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밀크티는 행사 기간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과 스마트축산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이런 반응은 정부 관계자는 물론 금융 지원 및 투자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법 많이 나왔다.

씽크포비엘에 따르면,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KOIIA) 회장과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등 전시 부스를 찾은 주요 인사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밀크티’와 ‘씽크팜’ 기술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고 향후 발전 방향과 정부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메탄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여기고 있는데, 시의적절하게 잘 개발된 것 같으니 다방면으로 정부 지원책을 찾아 후속 전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밀크티는 국제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5일 카자흐스탄 국영 TV가 전시 부스를 방문·취재해 이를 러시아어권 지역에 방송했다. 카자흐스탄은 사료가 충분하지 못한 곳으로 알려진 국가. 방송에서는 밀크티가 사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에 도움 줄 수 있는 기술로 소개됐다고 전해졌다.

탄소중립 구현을 위해 개체 정밀사양 기술 활용 스마트축산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학계도 공감하고 있다. 박성권 세종대(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는 “저탄소 가축 관리를 위해 나오고 있는 여러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과도히 급여되는 사료량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도 최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도록, 정밀사양 개념을 도입해 가축별 영양유전 능력 파악과 그에 맞는 영양성분 급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기술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증이 더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베트남 및 중국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실증이 중단된 상태로, 정부 지원이 올해 말 종료되면 이후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젖소 생애 주기 데이터는 최소 10년 치를 수집·분석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금융 지원 정책이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박 대표는 “밀크티는 정부 금융 지원이 종료되면 자체 비용으로 축산업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필리핀 루손(Luzon)대와 실증 등의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장기간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은 정부의 R&D 지원이 종료되면 투자·융자 등의 방법으로 자체 재원 조달에 나서야 하는데, R&D 지원과 달리 정부 금융 지원 정책이 창업 7년 이내로 집중된 탓에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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