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꿈꾸는 '뉴 삼성'... 능력 앞에 나이·서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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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꿈꾸는 '뉴 삼성'... 능력 앞에 나이·서열 사라진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1.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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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 젊은 경영진 양성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기회와 터전 마련
성과관리체제 혁신해 '협력과 소통 문화 조성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하는 ‘뉴 삼성’의 내부혁신 방안이 공개됐다. 나이·서열 상관없이 능력을 중시하고,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등 철저히 성과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될 전망이다. 수평적인 사내문화 조성과 함께, 임직원 간 소통·협력 강화에도 방점이 찍혔다. 

삼성전자는 29일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마련해 내년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은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 등 3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와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방향을 마련했다. 최종적인 세부 운영방안은 노사협의회·노동조합과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수립했다.
 

'연공서열' 사라지는 삼성... 내부혁신 가속도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와 터전을 마련하며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짜여졌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사장/전무' 직급은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된다.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 구축하기 위함이다. 직원 승격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키로 했다. 

한편,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아울러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된다.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정했다. 

인재양성에도 한층 힘이 실린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해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 후보군 양성에도 나선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복직에도 부담이 없도록 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대대적인 혁신 예고한 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고삐 죈다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관리체제 고도화와 더불어 소통·협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 방안도 마련했다. 

먼저,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단,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도 도입된다.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하는 한편,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오랜 고심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6년부터 삼성전자는 직급 단순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기존 7단계의 수직적인 직급 단계를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른 4단계의 경력개발 단계로 변경하고, 직원간 호칭도 '○○님' 또는 '○○프로'로 단순화하는 방안이었다. 

2018년에는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진 여성인력 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 생활, 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 10월 고 이건희 회장 1주기에서도 이 부회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삼성'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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