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시각장애인도 e쇼핑 마음껏... '소리마켓'은 시작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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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시각장애인도 e쇼핑 마음껏... '소리마켓'은 시작일 뿐이죠"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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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 와들(WADDLE) 대표 인터뷰
시각장애인 위한 AI 기술 개발 매진
시각장애인 특화 쇼핑 앱 소리마켓 출시
문자정보 추출, 음성 변환 서비스 제공
"음성 기반 인클루시브와 AI 기술 지속 개발... 다양한 음성 인터페이스 솔루션 회사로 성장할 것"
박지혁 와들(WADDLE)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지혁 와들(WADDLE)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와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렇습니다. '기술혁신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도 정보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 지난 2년 동안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집처럼 오가며 그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어요. 모바일·인터넷 쇼핑을 비롯해 온라인 서비스들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연구에 매진했고 그 결과 지난해 7월 시각장애인 쇼핑 앱, '소리마켓'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각장애인들이 타인을 도움을 받아야 온라인 쇼핑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혼자서 쇼핑을 하려고 해도 상품 정보가 이미지로 돼 있어 음성 지원이 안 되고 쇼핑몰 디자인이 제각각 달라 회원가입과 결제 서비스 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지혁 와들(WADDLE) 대표는 '따뜻한 창업'을 위해 휴학을 선택했을 정도로 신념에 찬 청년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시절 영화 '아이언맨2'를 보고 슈트 로봇 개발을 꿈꿨고, 고2 때는 뇌성마비 환자들의 보행 보조 재활 로봇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재활공학에 눈을 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뒤에는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 인코퍼레이션'에서 8개월 간 일했다

개발의 최전선에 선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전자, 기계 공학 기술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명확한 진로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쇼핑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각장애인도 정상인처럼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술혁신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소셜벤처'를 기치로 선·후배 7명과 함께 창업 전선에 나선 것이다.

박지혁 대표는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술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모바일 쇼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프라인 상점은 물론 온라인에서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혼자서 구매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박지혁 대표는 동료들과 함께 와들을 창업했다. 그가 이끄는 '와들'은 2018년 카이스트(KAIST) 학부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프로젝트팀에서 출발했다. '뒤뚱거리며 걷는다'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어딘가 조금 어설프면서도 웬만하면 넘어지지 않는 펭귄의 걸음걸이와 끈기를 추구한다

소리마켓 소개. 사진=와들 제공
소리마켓 소개. 사진=와들 제공

지난해 7월 그는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향상한 온라인 쇼핑몰 '소리마켓'을 출시했다. 소리마켓은 광학문자인식(OCR) 엔진 기술을 활용해 사진이나 그림 안에 담긴 문자정보를 추출해 음성으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모든 문자를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상품과 관련도가 높은 설명을 선별적으로 읽어 시각장애인의 쇼핑을 돕는다.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온라인 쇼핑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기존에 '스크린리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텍스트만 인식해서 읽어주고 이미지 안에 들어 있는 텍스트는 읽어주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품 정보가 가득 적힌 이미지가 있어도 '이미지'라고만 읽어주고 끝나는 식이었죠."

와들 팀은 '광학 문자 인식(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에 주목했다. OCR 기술은 사람이 쓰거나 기계로 인쇄한 문자가 포함된 이미지를 스캐너로 인식·분석해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대학생 수준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OCR 기술을 활용해 상품 이미지에 담긴 텍스트를 읽어주는 쇼핑 앱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미지 안에 생각보다 불필요한 텍스트들이 많더라고요.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필터링해 제공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했어요."

결제 단계 접근성도 개선했다. 박지혁 대표는 "랜덤 키패드와 같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결제 과정은 없앴고 보안성은 살리면서도 음성 지원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기술혁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들 박지혁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지혁 와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지혁 와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시장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이언맨과 같은 '입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KAIST 기계공학과에서 재활로봇을 만드는 연구를 하게 됐어요. 기술이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느끼면서 이후 7년째 장애보조기기 개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진학 이후에요. 첫 학기를 마치고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며 시각장애인을 고객이자 동료로 만나게 됐습니다.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밥을 먹는 것, 화장실을 가는 것과 같은 반복되는 일상에는 문제가 없는 친구가 스마트폰의 단순한 기능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벌어지는 디지털 격차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생각하다가 지금의 와들 팀을 만들게 됐어요.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팀원들을 모으고,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창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 소리마켓의 특징과 장점을 꼽는다면?

"시각장애인은 화면상의 텍스트를 읽어주는 스크린리더를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는 VoiceOver(보이스오버), 안드로이드폰에는 TalkBack(톡백)이라는 스크린리더가 기본으로 탑재가 돼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스크린리더는 텍스트 형태의 정보만을 읽어줄 뿐 이미지 내에 포함된 텍스트나 정보들을 읽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이미지 내에 게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텍스트만을 읽어주는 기존 스크린리더를 통해서는 상품명, 가격과 같은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와들의 '소리마켓'은 이미지 내 텍스트를 추출하는 OCR과 후가공 기술을 통해 상품 상세이미지 내의 텍스트 정보까지 음성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보안 프로그램과의 충돌로 인해 음성 안내가 적용되지 않았던 기존 결제 모듈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높은 접근성의 인앱 결제 시스템, 시각장애인 사용자 간 상품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리뷰 공유 커뮤니티 '리뷰마을'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타겟층이 특정 소비자인데, 미래 전략은?

"와들은 시각장애인이 겪는 정보격차 문제를 시작으로 온라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모든 디지털 소외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UX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며, 보다 많은 사람이 와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혁신 기술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리하게 사용하는 기술과 서비스는 분명 더 많은 사람들, 더 나아가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직관적인 음성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기술이 모두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와들의 미션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소리마켓‘을 시작으로 음성 기반의 인클루시브 디자인과 관련 인공지능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다양한 음성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와들은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소외 없는 디지털 세상을 꿈꿉니다. 가장 직관적인 와들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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