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골드만삭스 회장 면담 목적은 경영 투명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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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골드만삭스 회장 면담 목적은 경영 투명성 확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1.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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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삼성 합병 의혹’ 22차 공판 분석
檢, 혐의 입증 유력 증거로 제시... 辯, '반박 이메일' 공개
14년 골드만삭스 회장, 이 부회장 면담 이메일 작성
이 부회장 "소유 구조 투명 위한 노력, 주주들 인정할 것"
스마트폰 폼팩터, 파운드리 등 미래 사업 계획도 밝혀
'경영권 승계' 언급 전혀 없어... 검찰 공소사실 무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주주들과 다른 사람들도 소유 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결국 인정해 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미국의 글로벌 투자운용사 골드만삭스 회장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위 발언에는 삼성의 미래 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동 발언이 나온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란 사실을 고려할 때, 그룹의 경영 투명성 확보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물밑 준비는 적어도 2014년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두 사람의 면담을 '경영권 부당 승계를 목적으로 한 비밀 회합'으로 본 검찰 판단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부회장의 위 발언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경영진 10명에 대한 ‘삼성바이오 회계·삼성 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서 공개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진 사이크스 골드만삭스 회장은 2014년 12월 8일 이 부회장을 만난 뒤, 같은 날 골드만삭스 서울지부 대표 정 모씨 등 3명에게 대화 내용이 담긴 영문 이메일을 보냈다. 정 씨는 이 부회장에게 지배구조 개편 관련 조언을 한 인물로,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이메일에서 사이크스 회장은 "제이(Jay·이재용 부회장)가 오늘 저를 만나러 왔다"며 "고성능 부품,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폼팩터, 카메라 기술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제품 차별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전략,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 확대, 애플과의 지속적인 공급 관계 등을 주제로 집중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사이크스 회장은 골드만삭스 내에서 IT부문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다. 미국 애플과 고(故) 스티브 잡스의 전담 뱅커로 유명세를 탔다. 사이크스 회장을 이 부회장에게 소개해 준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사이크스 회장의 만남을 주목하면서 혐의 입증의 중요한 포인트로 봤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더불어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한 비밀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이다. 검찰은 이건희 전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 경영권 조기 승계를 위해, 삼성 전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추진됐으며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시세조종과 회계분식이 벌어졌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주가를 일자별로 예측,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했다는 가설도 새롭게 제시했다.

이 사건 증인신문에서는 검찰의 동 추론을 반박하는 반대 진술이 잇따랐다. 검찰이 상황을 되돌릴 스모킹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 공소는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골드만삭스 회동,
검찰 공소사실 ‘탄핵증거’로 작용
 

검찰은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 회장 사이 면담 사실을 통해 '범행의 목적'을 입증하고자 했으나 변호인단의 탄핵 증거 제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의 관련 진술과 이날 공개된 이 부회장 발언의 의미를 종합하면 '경영권 부당 승계를 목적으로 조직적 범행에 나섰다'는 검찰 추론은 신뢰를 잃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되레 사이크스 회장의 이메일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목적은 각 계열사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와 지배구조 개편에 있었다'는 변호인단 반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이크스 회장이 이메일에서 언급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은 7년이 지난 현재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7년 전 고민은 현재 삼성의 사업 방향과 사실상 일치한다.

지난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 권고가 나왔던 배경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는커녕, 오히려 혐의를 부인하게 만드는 탄핵증거만 드러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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