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유별난 스타트업 지원.. '아기·예비유니콘' 5곳 배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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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유별난 스타트업 지원.. '아기·예비유니콘' 5곳 배출 성과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11.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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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롯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분석
신동빈 회장 지시로 롯데벤처스 설립
롯데벤처스, 스타트업 육성·지원 전문회사
자본금 150억 중 50억, 신 회장 사재 출연
17년부터 '엘캠프' 프로그램 운영... 180곳 선정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집중... 펀드 규모 2450억
지원 스타트업 5곳, 아기·예비유니콘 성장
신 회장, 이스라엘서 스타트업 프로그램 벤치마킹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엘캠프 데모데이 단체 사진. 사진=롯데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엘캠프 데모데이 단체 사진. 사진=롯데

롯데가 5년간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시로 출범한 벤처캐피털(CVC) 롯데벤처스가 지원하는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1조원을 넘어섰다. 엘캠프 지원 전 이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3070억원 수준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 중 5곳은 '아기·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롯데의 그것이 특별한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그룹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롯데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 내막을 잘 아는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스타트업 지원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롯데벤처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로 설립됐다. 2015년 8월 신 회장은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창업보육기업을 구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듬해 법인이 세워질 때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신 회장이 사재 출연했다. 

롯데벤처스는 2017년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한 이후 스타트업 육성과 직접투자를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투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벤처스의 대표적 사업은 '엘캠프(L-Camp)'다. 이 프로그램은 초기 스타트업을 선발·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엘캠프에 선발된 기업은 약 6개월간 창업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비롯해 사무공간, 전문가 자문 등을 무상 제공받는다.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 기회도 부여된다.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 기회 부여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금전적 지원보다 귀한 사업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와 스타트업의 협업 성공 사례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다. 식음료 커머스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운영하는 '미로'가 대표적이다. '미로'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6개 롯데 계열사와 협업 중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해 음식 폐기물 감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씹어 먹을 수 있는 천연 구강청정제를 생산하고 있는 '바른'은 롯데칠성음료와의 협업을 통해 구취제거 기능음료를 개발했다.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롯데홈쇼핑·롯데온에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한 '모비두'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자율주행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는 롯데GRS에 서빙 로봇을 공급하면서 판로를 열었다. 뷰티 플랫폼 '언니의 파우치'를 운영하는 '라이클'은 롯데홈쇼핑과 함께 PB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엘캠프 1~8기를 통해 총 180개 초기 스타트업이 지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5곳은 아기·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아기 유니콘이란 유니콘(1조원 이상 기업가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기업을, 예비 유니콘은 기업가치 1천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을 말한다.

엘캠프 1기 '센스톤'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아기 유니콘에 선정됐다. 올해는 엘캠프 3기 '앙고슬래브', 엘캠프 5기 '미로', 엘캠프 7기 '쿼타랩'이 아기 유니콘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가상현실(VR) 관련 디바이스 기업 '링크플로우'(엘켐프 2기)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취임 이후, 펀드 규모와 투자금액은 더 늘었다. 올해 롯데벤처스가 조성한 펀드 규모는 245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 롯데가 직접 투자한 금액은 831억원이다. 롯데벤처스는 연내 롯데건설 등과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해, 스마트시티 및 화학소재분야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농식품 스타트업 육성 전문 프로그램 기획 

이스라엘 스타트업 벤치마킹

롯데는 스타트업 육성을 신성장 동력 발굴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신 회장이 2019년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는 이스라엘 최대 식품사 스트라우스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주목했다. 스트라우스는 푸드테크 인큐베이팅 전문기업 '더 키친'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더키친'을 벤치마킹해 농식품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미래식단'을 만들었다. 

미래식단은 롯데그룹과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푸드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올해 6월 미래식단 1기로 6개(팡세·위미트·라피끄·뉴처·엔티·한우연)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이들 기업에는 ▲5000만원에서 2억원 수준의 자금 지원 ▲롯데중앙연구소의 연구개발(R&D) 인프라 활용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GRS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제품화·양산화 지원 등 파격적 혜택이 부여된다. 

롯데벤처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1' 조사에서, '스타트업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4위'에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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