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G차저', 요금 70% 올려놓고... 가장 싼 척 '소비자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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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G차저', 요금 70% 올려놓고... 가장 싼 척 '소비자 우롱'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11.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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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서비스 'G차저', 최고수준 요금 인상 논란
GS에너지-지엔텔 합작 지커넥트, 8천개 운영 중
정부보조금, 한전 할인혜택 줄자 큰 폭 올려
이용자 몰리는 야간시간대 요금 대폭 인상
전문가 "심야 요금 비싸면 전기차 이점 없어"
회사 측 "야간 이용자쏠림 해소위해 요금 조정"
이용자들 반발... "비용부담 국민에게 떠넘기나"
"보조금 받아 돈 안들이고 충전소 지은 뒤 입맛대로 요금 인상"
사진=지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사진=지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전기차 충전소 운영기업 지커넥트가 자사 충전소 이용요금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충전소 이용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저녁시간대 요금을 대폭 올려 비판이 거세다.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퇴근 후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부 혹은 주택 인근에 설치된 충전소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용자들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충전소를 두고도 요금이 저렴한 다른 충전소를 찾아가란 말이냐"며 "충전소 인프라를 이용한 업체의 갑질이나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커넥트는 GS에너지와 지엔텔이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 확대를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엔텔은 2017년 전기차 충전 서비스 'G차저'를 론칭하고 현재까지 전국에 약 8000개 충전기를 설치·운영 중이다. 

지커넥트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업계 최저 수준' 요금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급격한 요금 인상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인한 요금 인상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지커넥트의 요금 상승폭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일반적 반응이다. 지커넥트는 특정 시간대 이용자 쏠림 현상 해소를 위해 야간시간대 요금을 올리는 대신,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낮 시간대 인상 폭을 줄였다고 해명했으나 회사 측 데이터 분석 결과 낮 시간대 인상 폭도 야간시간대 못지 않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충전소 수를 대폭 늘린 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요금을 올려 적자를 매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 측이 부담해야 할 영업손실을 전기차를 보유한 일반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커넥트는 지난달 자사의 전기차 충전서비스 브랜드 'G차저' 이용요금을 충전기 설치 2년 미만(운영계약기간 이내) 기준, KWh당 평균 34% 인상했다. 이에 따라 KWh당 154.38원이었던 충전요금은 206.14원으로 올랐다. 설치 2년 이상 충전기의 경우 평균 KWh당 235.40원에서 251.14원으로 9.4% 인상했다. 설치 2년 이상보다 2년 미만 충전기 인상폭이 3배 이상 더 높다.  

시간대 별로 보면 전기차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압 경부하 요금' 인상폭이 가장 컸다. 설치 2년 미만 충전기의 경우 평균 KWh당 128.1원에서 196.81원으로 67원(54%) 가까이 뛰었다. 설치 2년 이상의 경우 평균 KWh당 209.18원에서 241.81원으로 32.63원(16%) 인상됐다. 

지커넥트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한 고정형 충전기 사업자 가운데 가장 저렴한 요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올 10월 기준 지커넥트의 이용요금은 민간 사업자 중 가장 높다. 그럼에도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 요금이라는 홍보 문구가 올라와 있다.

지커넥트 측은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든 데다가 유지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인상의 주된 이유이다. 최근 1~2년새 전기차 충전소가 대폭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화된 점도 인상 요인 중 하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커넥트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낮은 전기차 보급률 및 적은 충전기 수량으로 충전비용 매출이 미미하고, 설치 후 2년간 충전기 유지보수 비용을 제조사가 부담해 추가 비용이 발생치 않았다"며 "이후 정부 보조금 축소, 한전 할인율의 단계적 축소, 운영 2년이 넘는 충전기의 순차적 도래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인상 요인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한전은 지난해 7월부터 연 단위로 전기차 충전 특례할인율을 축소 조정하고 있다. 기본요금에 대한 특례할인율은 기존 100%에서 지난해 7월 50%로 반토막 났다. 올해 7월 1일에는 다시 절반인 25%로 할인율이 줄었다. 특례할인제도는 내년 7월 1일 완전 폐지된다.

지커넥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G차저 차별점. 사진=지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지커넥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G차저 차별점. 사진=지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정부 보조금·한전 할인혜택' 축소... 요금인상으로 손실 메워 

한전의 특례 할인제 단계적 폐지와 정부 보조금 축소는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인상 요인을 반영한다고 해도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  

무엇보다 유지관리비가 별도로 발생치 않는 설치 2년 미만 충전기 요금 인상폭이 더 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설치 2년 미만 충전기는 회사 측 설명대로 유지보수 비용을 제조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충전소 운영사업자인 지커넥트 지출은 증가할 이유가 없다. 회사 측은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보조금이 줄어들어 설치 2년 미만 충전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충전기 설치 총 비용과 보조금 간의 차익을, 일부 고정성 비용(콜센터 운영비, 기본요금, 유지보수비 등)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고객에 환원하는 요금정책을 시행했다"며 "현재는 요금 할인에 적용할 수 있는 재원 자체가 축소돼 설치 2년 미만 요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보조금은 완속 기준 완전공용의 경우 1기당 2020년 350만원, 부분공용 300만원에서 올해는 완속 기준 200만원으로 축소됐다. 회사 측은 "줄어든 보조금은 충전기 설치비용의 '원가 수준'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회사 측 해명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충전기 설치 소요 비용은 전액 국고로 지원을 받은 셈이다. 충전기 설치를 하고도 보조금이 남아 이를 고객에게 환원한 점을 고려하면, 충전기 설치와 충전소 운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거의 없었거나 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회사 측의 요금 인상 이유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든만큼 투자를 늘릴 생각은 않고, 비용부담을 사실상 전기차 이용 고객에 떠넘기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이용 어려운 낮 시간 인상폭 낮춘 건 생색내기" 

야간시간대 이용량이 급증하는 현상 해소를 위해 시간대별 인상폭을 조정했다는 회사 측 해명도 신뢰하기 어렵다. 최근 2년간 지커넥트는 이용자가 몰리는 야간시간대(경부하,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9시) 요금을 설치 2년 미만 충전기의 경우 평균 KWh당 129원에서 219원으로 70% 올렸다. 같은 기간 설치 2년 미만 충전기의 낮 시간대(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은 평균 KWh당 176원에서 234원으로 33.5% 인상됐다. 설치 2년 이상 야간시간대 요금은 평균 KWh당 261원에서 242원으로 7% 감소했으나, 전체 충전기 중 설치 2년 이상 기기의 수량 자체가 워낙 적어 영향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몰리는 야간시간대 요금 인상률이 낮 시간대 그것보다 2배 이상 높다. 회사 측은 수요가 특정 시간대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인상폭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해명이다. 

직장이든 자영업이든 직업을 가진 이들은 낮 시간대 충전소 이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요금이 저렴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낮 시간대에는 충전소 이용 자체가 곤란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낮 시간대 요금인상률을 낮췄다는 회사 측 해명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소유주 A는 "퇴근 후 충전하는 경부하 이용자가 많으니 경부하 요금을 대폭 올리는 행태"라며 "공동주택의 특성상 경부하 시간에 충전하는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경부하 요금을 대폭 인상해서 거의 고정형 요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부하 시간에 전기차 충전을 유도하려는 정부 전력 정책에도 반한다"고 꼬집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과 교수)은 "전기차는 휴대폰처럼 퇴근 후 집에 들어가 충전기에 꽂아 충전한 뒤 아침에 빼서 나오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며 "때문에 경부하용(심야용)은 정부에서 요금을 낮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간 충전 사업자도 이윤이 나야 하기 때문에 충전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간대별 요금 차이가 크지 않고, 전부 비싸면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차저를 이용하는 전기차 소유주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커넥트 요금 인상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G차저 저속 7kw 속도인데, 환경부 운영 급속은 물론 초급속인 200kw 요금 수준으로 인상하는 도전 정신이 훌륭하다.' 

'아직도 홈페이지에는 최저라고 홍보', '설치할 때는 그렇게 싸다고 자랑하더니, 설치 이후엔 내 맘이다 심보.' 

'저렴한 요금 내세워 보조금으로 많이 설치한 이후에 이제는 자기들 입맛대로 요금 책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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