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국토부②] "기반시설 부족 실책 덮으려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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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국토부②] "기반시설 부족 실책 덮으려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11.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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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정책 난맥상... 국토부 부서별 엇박자
공공택지관리과, 오피스텔 규제 가이드 배포 논란
오피스텔 정의 무시... 업무·주거용 비율 강제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 시행... 재산권 침해
'9·15 부동산 대책' 발표에 역행... 현장 혼란 극심
업계 "기반시설 설계 때 오피스텔 인구 예측 실패"
"국토부 실책 덮으려 가이드라인 급조... 원주민, 실수요자 모두 피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국토교통부가 법령 근거도 모호한 주택용 오피스텔 규제 가이드라인을 작성·배포해 부동산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9월 15일 25번째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중대형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 확대 방침을 밝혔으나 이보다 앞선 올해 3월, 공공주택지구 내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사업 시행기관에 배포했다.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과 관련해 '9.15 대책'은 '확대'에, 올해 3월 가이드라인은 '억제'에 각각 방점이 찍혔다. 국토부가 전혀 상반된 정책을 시행하면서 현장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3월 가이드라인의 경우 법적인 근거가 없거나 모호해 국토부 가이드라인 배포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토부는 '9.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피스텔 바닥난방 허용 면적 확대 방침을 밝혔다. '9.15 대책'으로 오피스텔 바닥난방 허용 면적은 기존 85㎡에서 120㎡로 늘었다. 바닥난방은 오피스텔 용도를 '업무용'과 '주거용'으로 구분짓는 기준으로, 동 면적의 증가는 건축 가능한 주택용 오피스텔의 평형(전용면적) 확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중대형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올해 3월 국토부가 각 사업시행기관에 내려보낸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계획 가이드라인'은 '9.15 대책'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피스텔을 업무용·주거용으로 구분하고, 공공주택지구 면적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을 전체 주택 수의 10~25%까지만 지을 수 있도록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발 더 나아가 가이드라인은 주택용 오피스텔의 전용면적까지 제한을 두고 있다. 건축 관계 법령 어디를 봐도 오피스텔의 용도나 전용면적 규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령근거 없는 가이드라인... 오피스텔 규제 '무리수' 

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은 '업무용 오피스텔'과 '주거용 오피스텔'로 구분해야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사업지 면적을 기준으로 전용면적과 세대수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반면 건축법은 오피스텔을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정의할 뿐 주거용과 업무용 구분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설명 내지 안내를 목적으로 제작한 일종의 업무지침서로, '법령'이 아니다. 당연히 일반 국민에 대한 구속력도 없다. 일반 국민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가 3월부터 시행 중인 문제의 가이드라인은 국회 의견수렴 절차나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검토 등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부서는 국토부 별도조직 중 하나인 공공택지관리과이다. 반면 '9.15 대책'을 입안, 발표한 부서는 국토부 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 주택정책과이다. 주택정책과는 정부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가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토부 별도조직은 정부 부동산 정책에 역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정책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본지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근거와 관련 회의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공공택지관리과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업계 "기반시설 예측 실책 덮으려 가이드라인 급조"

3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큰 혼란을 겪은 신도시 건설현장에서는, 집값 급등으로 크게 늘어난 주택용 오피스텔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기반시설을 설계한 국토부가, 그 실책을 덮기 위해 동 가이드라인을 급조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도시 건설은 전기와 수도, 도로교통망, 학교 학급 수 등 기반시설 설계를 전제로 한다. 이때 국토부는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인구 유입 정도를 추산해 그 결과값을 설계에 반영한다.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이 늘면 그에 상응해 유입 인구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국토부가 기반시설 부족이 우려되자, 법령에 근거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에 나섰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 국토부는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수요에 대응하고 상하수도, 도로, 학교시설 등 기반시설 부족 등 도시관리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가이드라인 시행 목적을 명시했다. 기반시설 부족을 우려해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억제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법령에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원주민, 건설사, 실수요자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는 공급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국토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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