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오피스텔 규제, 한쪽선 장려... '갈지자' 국토부에 현장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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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오피스텔 규제, 한쪽선 장려... '갈지자' 국토부에 현장 대혼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10.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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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과-공공택지관리과 극과극 정책 논란
주택정책과,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 확대' 발표
공공택지관리과, '소형 오피스텔만 공급' 요구
도심 '허용', 공공주택지구는 '규제'... 정책 모순
현장 '날벼락'... 성남복정·인천계양 등 이미 적용
업계 "오락가락 정책에 원주민·시행사 모두 피해"
"공공택지관리과, 통계상 공급 주택 수 늘리기 위해 꼼수"
노형욱 국토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노형욱 국토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부족 해결을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아파트 수요가 몰리는 '공공주택지구'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규제 가이드라인'은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해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려는 정부 기본 방침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수립·시행하면서 현장 의견 수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건축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현 정부 들어 25번째 나온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용 오피스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 이를 통해 주택난을 해소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국토부는 구체적으로 오피스텔 바닥 난방 허용 면적을 기존 85㎡(25평) 이하에서 120㎡이하(약 35평)로 확대키로 했다. 오피스텔 바닥 난방 면적 허용 기준 확대는 12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규제 완화 대책이다. 오피스텔 편법 분양을 막기 위해 제한한 바닥 난방 기준이 완화되면서 아파트와 비슷한 평형의 오피스텔 공급이 가능해졌다. 정부와 학계, 금융·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9.15 대책’에 대해 "늦었지만 명확한 공급 (확대) 시그널"이라며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계획 가이드라인. 사진=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계획 가이드라인. 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 정책 난맥상 심각... 공공주택지구 원주민들 멘붕

눈여겨볼 점은 국토부가 올해 3월 공공주택지구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LH 등 공공사업 시행기관에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업지 면적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 비율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주택지구 면적이 330만㎡ 이상인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 비율은 총 주택 수의 10%를 넘을 수 없다. 지구 단위 면적이 150~330만㎡인 경우는 총 주택 수의 15%, 30~150만㎡인 경우는 20%, 30만㎡ 미만인 경우는 25%으로 각각 제한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주택지구 내 오피스텔의 공급 평형을 국토부가 임의로 강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가이드라인 '오피스텔 계획기준 5항'을 보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0㎡ 이하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양호한 지역으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전용면적 40㎡초과~85㎡이하 규모 오피스텔 공급 규모를 전체 물량의 20%까지 늘릴 수 있다.

전용 84㎡ 오피스텔의 실사용 면적은 통상 전용 59㎡ 아파트와 거의 유사해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공간이 비좁다. 85m² 이하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공공주택지구 안에서는 실제 아파트 수요 흡수가 가능한 중대형 평형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없다. 

공공주택지구인 성남 복정1지구 공사 현장. 사진=시장경제DB
공공주택지구인 성남 복정1지구 공사 현장. 사진=시장경제DB

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오피스텔 바닥 난방 면적 확대를 허용한 '9.15 대책'의 취지를 고려할 때, 위 가이드라인은 정부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이나 다름이 없다. 업계는 물론이고 공공주택지구 내 조합을 설립한 원주민들 사이에서 동 가이드라인의 폐지 내지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주거 수요를 무시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공공택지관리과가 통계상 공급 주택 수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 법령은 주거용과 업무용 오피스텔 비율을 제한하지 않았다. 법령도 제한하지 않는 오피스텔 주거용 비율을 근거도 없이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 가이드라인의 위헌성을 문제삼는 견해도 있다.

건축 공법상 층별 평형을 섞는 경우 내력벽 위치가 달라져 하중을 분산할 수 없는 안전상 문제도 있다. 기둥 역할을 하는 내력벽 위치가 달라지면 건물의 구조 안전에 심각한 하자를 초래할 수 있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은 법률은 아니지만 공공시행사인 LH와 민간 시행사는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LH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국토부에서 내려온 업무처리지침으로 보면 된다”며 “공사 입장에서 수정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위 가이드라인은 이미 ▲남양주진접2지구 ▲구리갈매역세권 ▲의왕월암 ▲인천계양 ▲남양주왕숙 ▲남양주왕숙2지구 ▲하남교산 등에 적용됐다. 고시 예정지역은 경기 성남 복정1지구와 성남 금토, 화성어천지구 등이다.

공공주택지구에서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준비하던 시행사들은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주민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토지보상 절차 완료 후 조합을 설립해 오피스텔 분양을 기다리고 있던 원주민들은 정부의 갈지자 정책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본지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근거와 회의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에 접촉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정책이 오락가락해 사업 추진이 어렵고 계약한 토지를 모두 날릴 지경"이라며 "사실상 주거용 오피스텔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건축주와 조합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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