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식품 뮤지엄]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 48살 된 오리온 '초코파이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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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뮤지엄]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 48살 된 오리온 '초코파이情'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10.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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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정'情' 컨셉 도입... 위기 탈출 돌파구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리뉴얼... '다양한 맛' 출시
현지전략화로 세계시장서 '파이(Pie)로드' 개척
해외시장서 인기... 베트남서는 제사상에도 올려
사진= 오리온
사진= 오리온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개 이상이 팔리고 있는 과자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자를 넘어 세계인의 과자로 통하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그 주인공이다.

초코파이는 1974년 4월 처음 출시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때 소중한 사람들과 초코파이 정(情)을 나누는 광고로 따뜻한 이미지를 입어 인기를 끌고, 남성들에겐 군대 시절 먹던 추억의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초콜릿 맛을 넘어 바나나·딸기 등 다양한 맛으로 변신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974년 4월 탄생한 '초코파이'... 제과업계 새 시대 열어

1970년대에는 곡물을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부풀린 뻥튀기나,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단순한 형태의 튀긴 과자, 캔디, 껌 같은 단일 종류 제품이 전부였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좀 더 고급스럽하짐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했다. 급속한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기존 과자에 대한 식상함을 느낀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타고 오리온 연구원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개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코파이는 1970년 초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에 의해 탄생했다.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2년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끝에 1974년 4월 초코파이가 탄생했다.

1974년 출시 당시 초콜릿 제품과는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 패키지로 제작됐다. 이는 상류층을 주 타깃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다. 초코파이는 출시 초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경쟁사들의 심한 견제도 받았다. 롯데·해태·크라운(1983년 롯데제과, 1986년 해태제과, 1989년 크라운제과) 등이 자사 명에 초코파이를 붙여 유사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1979년 초코파이 유사품이 쏟아져 경쟁사와의 차별을 강조하기 위해 옷을 바꿔 입었다. '초코파이' 브랜드 네임을 강조한 것이 가장 특징이다. 색깔도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갈색계통으로 바꿨다. 오리온은 롯데제과에 상표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초코파이는 별도 브랜드 제품이 아닌 '보통명사'라며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1989년 초코파이의 정식 명칭을 ‘초코파이 정(情)'으로 변경했다.

1989년은 '情' 컨셉을 도입해 경쟁제품과의 차별화를 끌어내는 한편,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유사 제품의 디자인의 모방 방지를 위해 한석봉 서체의 ‘情’ 글자에 대한 상표등록도 마쳤다. 사진= 오리온.
1989년은 '情' 컨셉을 도입해 경쟁제품과의 차별화를 끌어내는 한편,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유사 제품의 디자인의 모방 방지를 위해 한석봉 서체의 ‘情’ 글자에 대한 상표등록도 마쳤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의 디자인도 꾸준히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에는 '情' 글씨체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전환하고 패키지 상단의 직선도 부드러움을 가미한 역동적인 곡선으로 바꿨다. ‘오리온’ 브랜드를 심볼 우측으로 옮기고 두 배 크기로 확대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본격적인 해외사업 강화전략에 따라 붉은색을 메인 컬러로 하는 수출용 패키지도 탄생했다. 수출용에는 ‘情’대신 ‘It’s now’를 표기해 소비자들이 오리온 브랜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1974년 초코파이 패키지. 2002년 초코파이 패키지. 2006년 패키지. 사진= 오리온.
1974년 초코파이 패키지. 2002년 초코파이 패키지. 2006년 패키지. 사진= 오리온.

2002년은 수출용에 이어 내수용 패키지도 붉은색 계통으로 통일했다. 개별 포장지 재질도 투명비닐에서 알루미늄 증착 필름으로 바꿨다. 2006년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으며 변화와 혁신의 오리온 정신이 담긴 새로운 ‘오리온 초코파이 情’을 출시했다. 디자인에서는 ‘情’ 글자체를 강조했으며, ‘오리온 초코파이’ 고유 컬러인 레드 컬러 패키지로 바꿨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초코파이에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오리지널이자 장수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출시연도를 넣었다. 초코파이의 상징인 ‘情’자의 비중을 오른쪽에 크게 넣었으며 따뜻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서체로 디자인했다. 

 

색다른 변신 시도로 '올드(old)한' 이미지 탈피

2016년 3월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情 바나나'를 출시했다. 바나나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자매 제품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인 바나나를 사용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공략한 것이다.

2017년 봄에는 초코파이 출시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계절 한정판인 '초코파이情 딸기'를 선보였다. 초코파이 딸기는 마시멜로 속에 넣은 딸기잼과 딸기씨를 넣었다. 패키지 역시 감각적이고 세련된 비주얼로 디자인해 SNS,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인증샷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초코파이 라인업. 사진= 오리온.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초코파이 라인업. 사진= 오리온.

2019년 11월에는 '찰 초코파이情'을 출시했고,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새로운 재료인 떡을 접목해, 맛뿐 아니라 식감까지 변화시킨 초코파이를 개발했다. 인절미 초콜릿과 마시멜로 속 인절미 스프레드가 조화된 ‘찰 초코파이 인절미’와 앙크림의 달콤 고소한 맛과 빵 속의 쫀득한 떡 식감이 특징인 ‘찰 초코파이 앙크림’ 두 가지 맛으로 선보였다.

오리온은 초코파이情 딸기를 시작으로 매년 봄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 선보였다. 특히 2020년에는 1974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핑크빛 초코파이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라즈베리, 크랜베리로 베리 필링을 강화한 핑크 봄 한정판 ‘초코파이情 딸기 블러썸’을 내놓으며 제과업계 봄 한정판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리온은 2017년 12월 대표제품 ‘초코파이情’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해석한 초코파이 하우스 ‘디저트 초코파이’를 탄생시켰다. 개발 과정에서 기존의 초코파이의 본질은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맛을 명확히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

올해 6월에는 ‘민초단’ 트렌드에 맞춰 민트 초코파이를 출시했으며 8월에는 여름 한정판으로 상큼한 레몬 초코파이를 선보인 바 있다. 10월에는 할로윈데이를 맞아 시즌 한정판 ‘할로윈 초코파이’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서 판매... 글로벌 스낵으로 인정받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뛰어난 맛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60여 나라에서 판매되며 이른바 '파이로드(Pie Road)'를 구축했다.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인에게 정(情)이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바로 인(仁)이다. 오리온은 이 점을 착안해 2008년 말부터 '하오리요우파이(好麗友 초코파이 중국 명칭, 좋은 친구라는 의미)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하고 있다. 또 2016년 8월에는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마차 맛을 담은 '초코파이 마차'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국내 제과 브랜드 중 유일하게 5년 연속으로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에 파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베트남시장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초코파이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사진= 오리온.
베트남시장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초코파이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사진= 오리온.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Tinh’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심는데 성공했다. 베트남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초코파이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최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2017년 하반기에 선보인 신제품 ‘초코파이 다크’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초코파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초코파이 다크는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빵 속에 카카오를 담은 제품이다. 올해 설 시즌에는 핑크빛 벚꽃을 내세운 화사한 디자인의 ‘초코파이 복숭아 맛’을 선보여 비주얼을 중시하는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었다.

러시아 시장은 2021년 현재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0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한다. 사진= 오리온.
러시아 시장은 2021년 현재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0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한다. 사진= 오리온.

티타임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9년부터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베리 맛 초코파이를 출시해 호평받고 있다. 2020년에는 ‘블랙커런트’, ‘망고’, ‘애플시나몬’, ‘크랜베리’ 맛 등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했고 2021년 현재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0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는 등 오리지널 맛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들이 추가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시즌 한정판을 선보이는 한편, 현지 문화와 입맛을 반영한 초코파이를 개발, 총 20종의 초코파이를 선보이며 글로벌 파이로드를 업그레이드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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