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중고차 진출, '소비자 보호' 관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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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 중고차 진출, '소비자 보호' 관점서 접근해야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09.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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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발전협의회 3개월 논의에도 상생협약 결렬
중고차 업계 '신차 판매권' 요구... 협상 의지 의문
허위 매물 여전, 불신 심화... 대기업 진출 명분 줘
공은 중기부로... 소비자 보호할 수 있는 판단 나와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최근 중고차 매매 사기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 당한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사기단은 중고차를 강매하기 위해 문신을 보여주며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중고차 사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에 대한 협박 감금까지 일삼는 중고차 사기는 어느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현안이며, 그 뿌리가 매우 깊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차 사기 일당은 3대 고질병인 허위·미끼매물, 사고·침수차, 성능상태 조작을 적극 활용한다. 

이달 9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고차 매매 산업 발전협의회'를 개최했으나 이해당사자간 간극을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와 정부가 이 사안에 집중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실제 올해 안에 해법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 견해다.   

성능 조작, 허위 매물 등 기망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중고차 매매 신뢰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완성차 제조사를 비롯한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이다.

해당 사안은 2년 전인 2019년 상반기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관으로 발전협의회 출범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과물은 아직 없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골목상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현대차를 직접 지목하면서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허용하면 시장을 독점해 결과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달 초 협상 자리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중고차 거래대수 만큼 신차를 판매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중고차 업계의 신차 판매권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논란은 중고차 업계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기존 업계가 허위 매물를 비롯한 소비자 기망행위를 스스로의 힘으로 근절했다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논의될 여지 자체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기존 업계의 신차 판매권 요구나 골목상권 침해 주장은 협상 결렬을 위한 구실 찾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중고차 매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 여론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반증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여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 후 6개월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결론을 냈어야 했지만 업계의 자율 상생안 마련을 기다리면서 일정을 연기했다. 협상 결렬로 공은 다시 중기부로 넘어왔다. 중고차 매매 시장의 구태 척결을 위해서라도 중기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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