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위례 이어... '1兆 분양' 성남 백현동도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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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장동·위례 이어... '1兆 분양' 성남 백현동도 특혜 논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9.2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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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토지개발사업도 비정상적 개발 정황
사업성 없어 8차례 안 팔린 녹지, 돌연 일반분양
이재명 前시장 당시, 5년 만에 1223가구 탈바꿈
땅주인 식품연구원, 위법으로 '수의계약' 매각
인허가권자 성남시, 임대→일반분양 변경 도마위
아시아디벨로퍼·부국증권 등 시행사 공동 설립
시민단체 "시행사 수백억 이익... 화천대유 유사"
시의회 "공공용지, 시민 위해 쓰이지 않았다" 시정 요구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A아파트 모습. 단지를 둘러싸고 높이 30미터, 길이 300미터 옹벽이 설치됐다. 사진=시장경제DB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백현동 일대 토지개발사업도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일원에 위치한 A아파트는 높이 30미터, 길이 300미터의 거대한 옹벽에 둘러 쌓여 있다. 고도제한을 피하기 위해 단지 바로 뒤에 위치한 산을 깎아 토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총 1223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지하 3층~지상 25층, 아파트 15개 동으로 구성됐다.

단지를 둘러싼 거대한 옹벽은 입주 당시 안전과 생활권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단지 배치도를 보면 옹벽과 맞닿아 있는 건물 동은 조망 확보를 위해 1층부터 수십 미터를 띄워 주거 공간을 설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대한 옹벽이 세워진 이유에 대해 "애초에 주거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사업지는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로 주거지역과 떨어져 있고 안양판교로 한복판에 위치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토지용도가 '자연보존녹지'로 묶여 있고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식품연구원은 2011년부터 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고도제한과 자연녹지지역인 지목(地目) 때문에 8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A아파트 위치도(옛 한국식품구원 부지). 사진=네이버지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A아파트 위치도(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사진=네이버 위성지도

 

식품연구원, 국가계약법 어겨 '수의계약'으로 부지 매각

눈여겨볼 점은 식품연구원이 이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정 시행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식품연구원은 매각을 위해 토지용도를 '자연녹지'에서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한 '준주거지'로 변경할 것을 성남시에 요청했다. 연구원은 용도 변경을 추진하던 중 R&D(연구개발) 용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토지를 매각했다.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특정 시행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국가계약법상 보유 부동산 매각은 일반경쟁 방식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연구원은 이를 무시하고 수의계약을 맺었다.

백현동 사업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사 아시아디벨로퍼가 부국증권 등 금융기관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성남알앤디 PFV'이다. 'PFV'는 '프로젝트파이낸싱금융투자회사'의 약자이다. 이 회사는 해당 부지를 2187억원에 매입해 1223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500만원이다. 분양 당시 완판을 기록해 계약율 100%를 대입하면 분양 매출은 1조500여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기준 분양수익 누계액은 이미 7335억원을 넘어섰다.

위 시행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은 2014년 설립됐으며, △2017년 1058억원 △2018년 1033억원 △2019년 1566억원 △2020년 367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한 차례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215억원 △2019년 357억원 △2020년 1288억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37%, 260%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은 612% 늘었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을 연임한 직후이자 화천대유 자산관리의 대장동 개발사업이 추진된 시점과 겹친다. 8차례나 인수자를 찾지 못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은 물론 토지용도 변경과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3년 만에 완료됐다.

성남지역 시민사회는 인허가 과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남미래정책포럼은 올해 5월 성남시민 320여명을 청구인으로 한 국민감사 청구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청구인 박정오(전 성남시 부시장) 대표는 감사청구 이유에 대해 “시는 자연녹지를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했고, 임대주택을 추진하다 갑자기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며 “특혜의혹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2018년 공공기관 감사에서 부동산 수의매각 등을 이유로 직원 1명을 '해임'하고 다른 1명을 '정직' 처분할 것을 식품연구원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식품연구원은 수의계약을 강행해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이익을 높일 기회를 잃었고 다른 매수 희망자의 기회를 박탈했다. 반면 시행사는 용도 변경이 불확실한 리스크와 가격경쟁 없이 토지를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연구원은 감사원 결과를 수용해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해임 1명, 정직 1명, 주의 2명)을 내렸다.

성남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 사진=성남시

 

임대→일반분양 지구단위계획 변경… 왜?

성남시의 임대주택 계획안이 일반분양으로 전환된 사실도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계획대로 임대주택이 건립됐다면 수백억원의 개발이익은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일반분양 전환 과정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식품연구원은 2015년 1월 22일 이 부지를 매각하면서 임대주택 계획안을 성남시에 제출했고, 준주거지 승인을 받아 소유권을 이전했다.

시행사는 소유권 이전 후 임대주택 대신 분양 아파트를 짓겠다며 주민제안과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추진했다. 시행사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과정에서 식품연구원에 “공공기관 명의로 일을 진행하면 계획 수립이 원활하니 형식상 입안 제안자로 나서 달라”고 부탁했다.

식품연구원은 이를 받아들여 분양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공문을 성남시 등에 제출했다. 연구원이 성남시에 공문을 보낸 횟수는 무려 24회에 달한다.

성남시는 2016년 12월 1일 도시계획 입안과 수립과정을 거쳐 공동주택을 짓고 일반분양(90%)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결정, 고시했다. 지구단위계획 입안과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다.

결국 식품연구원 부지는 토지용도 변경 후 부동산 가치가 대폭 상승했고, 임대계획이 일반분양으로 바뀌면서 개발이익이 특정 시행사로 흘러들어간 셈이 됐다. 식품연구원은 시행사 대신 토지용도 변경과 지구단위계획 입안에 앞장 섰고, 성남시는 자연녹지에 대규모 분양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2017년 행정사무감사에서 "특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토지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으며 정부의 협조 요청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임대주택 대신 분양 아파트를 짓겠다고 제안한 주체는 식품연구원"이라며 책임을 연구원 측에 돌렸다. 그는 "연구원은 초기 40평대 중대형 임대주택 계획을 제안했지만, 검토 결과 서민 주거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분양 아파트로 전환했다"고 부연했다.

성남시의회는 "식품연구원 부지는 공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고 민간개발업자의 수익성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됐다”며 “공공성을 상실한 도시계획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성남시에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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