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전문 시공사' 오명 벗을까... 신세계건설, 험난한 독자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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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전문 시공사' 오명 벗을까... 신세계건설, 험난한 독자생존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9.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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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190% ↑, 홀로서기 주력
매출 절반 신세계 그룹 의존, 시공능력한계 뚜렷
주택 브랜드 '빌리브' 19곳 수주... 대구 편중
자체 경쟁력 절실... 디벨로퍼·도시정비·해외사업 로드맵 없어
신세계 해운대 패러그라프 전경. 사진=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 부산 해운대 패러그라프 전경. 사진=신세계건설.

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과 유통시설을 지으며 입지를 굳힌 신세계건설이 그룹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전문 건설사'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신세계건설은 실적 상승과 함께 신생 브랜드를 출시해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동서울 터미널 개발, 화성테마파크 등 굵직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시공능력을 증명할 기회도 충분하다.

그룹 발주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독자 경쟁력을 낮추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매출 6156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19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87억원으로 334% 늘었다.

신세계건설은 건설부문과 레저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은 9199억원을 기록했고 레저부문은 367억을 거뒀다.

건설부문은 장기적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룹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그룹 계열사 관련 건설사업 비중이 70%를 웃돈다. '이마트와 종속기업'은 1199억원을 발주했고 '신세계 등 기업집단'은 3390억원의 공사를 맡겼다. 매출 절반을 신세계그룹이 보장한 셈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백화점과 대형 유통시설, 지식산업센터에 머물고 있다. 시공 중인 사업지는 인천 청라스타필드, 경기 평택진위물류센터, 연산동 이마트타운 현장, 목포 남악이마트트레이더스, 스타필드안성 등 그룹 유통시설이 대부분이다.

신세계건설은 2017년 신생 주택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 '빌리브(VILLIV)'를 출시했고 5년 만에 전국 단위에 걸쳐 수주를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2019년 대비 2배 증가한 3조345억원으로 올해 7월 기준 8731억원 규모 일감을 확보했다. 

사업현장은 매년 늘고 있지만 지방에 집중된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사업지는 서울 3곳, 경기 2곳, 부산 2곳, 대구 12곳 등 총 19곳이다. 대구시는 최근 공급 물량이 늘고 있어 분양 완판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 대구 달서구 본동 '빌리브 클라쎄'는 지난해 미분양 물량을 기록했다.

브랜드 출시 5년 만에 다수의 사업을 수주했지만 고급화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빌리브'는 아파트 브랜드평판 순위에서 3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사업 형태는 공동주택이 아닌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벨로퍼, 해외사업, 도시정비사업 등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포트폴리오는 제자리 걸음이다. 건설부문이 주택사업으로 거둔 수익은 495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5%에 불과했다.

주택 사업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시공능력평가순위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6년 26위 △2017년 23위 △2018년 29위 △2019년 29위를 각각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38위로 처졌다. 

최근에는 그룹 사업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조원 규모 '서울 수서 역세권 사업'에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가했지만, 백화점 시공은 주관사인 한화건설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은 한화그룹의 역점사업인데다가 한화건설이 신세계건설보다 백화점 시공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건설이 그룹 사업을 이유로 자체 사업을 기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룹과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독자 브랜드 경쟁력 확보나 입찰 경쟁에서의 적극적인 수주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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