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정면 돌파"... NH증권 정영채式 리더십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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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정면 돌파"... NH증권 정영채式 리더십 '재조명'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9.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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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피해 보상, 관계사 고발 정면 돌파
1·2분기 최대 실적으로 충당금 이슈 해소
DLF 승소로 사실상 경징계 이하 '유력'
NH證, 1조 클럽 전망까지... "위기가 기회로"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DLF 관련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금융당국의 무리한 징계에 제동을 걸면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경감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영채 사장은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에서 징계 수위가 한 단계만 경감돼도 경징계에 해당돼 향후 경영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DLF 1심에 대한 항소 여부가 17일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현재 1심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오는 17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에는 현재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 11명에 대한 징계안이 부의됐지만 수 개월째 계류 중인 상태다.

금감원의 항소여부와 이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CEO들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어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6일 취임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감독 본분은 규제 아닌 지원"이라고 운을 띄운 만큼 원만한 방향으로 수습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징계 수위 경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 재판부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단 근거가 상위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심 재판부가 이를 뒤짚고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려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그림"이라고 내다봤다.

취재진이 확인한 DLF 1심 판결문에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는 법적 근거 없이, 혹은 제재처분의 근거법령을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 확장 해석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영채 사장 '뚝심' 리더십 재조명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옵티머스 사태를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건'으로 지목했었다. NH투자증권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천문학적 피해보상금을 조달하는 문제에 3월 CEO 중징계 권고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선 정영채 사장의 조기 퇴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영채 사장은 지난 5월 수탁사와 예탁결제원을 고발하고 피해자들에게 전격 100% 배상을 선언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이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충당금 이슈까지 해소하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1분기에도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 시장 추정치(컨센선스)를 30% 넘는 기염을 토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7,674억원으로 전년 동기(3,744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금융권에선 앞으로 옵티머스와 관련한 손실이 많아도 800억원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 적립한 충당금과 올해 초과 실적으로 충분히 만회될 수 있는 수준으로 추가 재무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는 '1조 클럽' 가입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정영채 사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이 7일 여의도 본사 집무실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년 Leaders Conference'의 발표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이 지난 1월 7일 여의도 본사 집무실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년 Leaders Conference'의 발표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정영채 사장은 금융권에서 'IB업계 대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1964년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대우증권에서 IB업무의 첫 발을 내딪었다. 스스로 IB를 천직으로 여기며 전국 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경영철학과 인생사를 듣는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사업부 시절 본인부터 실무직원 모두에게 '콜 리포트(Call report)'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누구와 만나 언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초기 업무량이 느는데 따른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작은 정보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고객별 맞춤형 상품개발의 '토양'이 됐고, 이러한 디테일에 강한 조직 문화는 이후 크고 작은 경영상의 난제를 풀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는 판매사가 부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반면 옵티머스의 경우는 NH투자증권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과거 대형 금융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사퇴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끄고 뒷 수습은 후임에게 맡기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면서 "(이 경우) 사태 책임이 없는 신임 CEO와 피해자들 사이의 중재가 원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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