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 증인 "합병 무산됐다면 국민연금 큰 손실 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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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증인 "합병 무산됐다면 국민연금 큰 손실 봤을 것"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9.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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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14차 공판
미전실 내부 이메일 "합병 무산땐 국민연금 손해"
합병 후 국민연금 지분가치 2200억 올라
檢 "합병으로 물산 주주 손해"... 주장 설득력 잃어
물산, 합병은 분명한 호재... 주가 10%P 이상 급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됐다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상당한 금전적 손해를 부담했을 것이란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조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기획·실행됐고,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개인 주주는 물론이고 국민연금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만약 합병이 실패했다면 국민연금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상반된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는 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1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프로젝트G' 작성 실무자인 전 삼성증권 IB팀장 A가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직원 B에게 보낸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물산-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민연금은 실속을 잃는 결과가 나온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B는 증언에서 “투자자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합병이 무산될 시 국민연금이 실리적 측면에서 얻을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합병이 무산됐다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가입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운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B는 “합병 무산은 수익률에 침해를 받게 되는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 합병은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 전 물산 주가는 고의로 낮추고 모직 주가는 높이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했으며, 두 회사의 합병비율(제일모직1:삼성물산0.35) 산정도 삼성 측이 의도한대로 결정됐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개인 주주들이 수천 억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합병비율 부당산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는 국민연금 손해액을 6700억원으로 추산했다. 

B의 증언은 양사 합병을 추진한 삼성 측 실무진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당시 그룹 미전실 임직원들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양사 모두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으며, 모직은 물론 물산 주주들도 이익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합병으로 물산 주주들 손해?... 국민연금 지분가치, 발표 후 2200억 상승 

삼성 측이 시세조종을 통해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반하는 또다른 사실관계도 이날 공판을 통해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합병 발표 전까지 삼성물산 주식 3421억원 상당을 순매도했으나 양사 이사회가 합병을 의결한 15년 6월에 들어서면서 219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같은 사실은 "합병이 삼성물산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변호인단 항변과 맥을 같이 한다. 

그해 국민연금이 쥐고 있던 삼성그룹 주식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을 합해 총 23조원 규모였다. 양사 합병 발표 직후인 그해 5월2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5만5300원, 16만3500원이었다. 양사 주가는 그해 7월 9일 각각 6만3600원과 17만4500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지분가치는 2조370억원에서 2조2540억원으로 약 2200억원 늘었다. 동일한 기간 코스피 지수가 3.42%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지분 가치는 합병 발표 효과로 10% 이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검찰과 참여연대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양사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은 법원에서도 배척당했다.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구 삼성물산 소액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확인 소송에서  "합병 무렵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영상황에 비춰 제출된 증거만으로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과 동 시행령에 의해 산정됐고, 기준이 된 주가가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됐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합병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다소 불리했어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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