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 짜는 도급비"... 현대엘리베이터 설치기사 2200명 '작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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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 짜는 도급비"... 현대엘리베이터 설치기사 2200명 '작업 거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9.0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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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사실상 올스톱... 협력사 95%, 10일째 거부
2022년 설치도급비 두고, 현엘·설치협력사 갈등
협력사들 "2019년 삭감 도급비, 현재까지 동결"
현엘 "계약 위반 사항, 9월 협상키로 했는데... " 
작업중단 장기화 땐 아파트 등 준공 일정 영향 불가피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2019년 당시 잇따른 승강기 설치 근로자 사망으로 환노위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로부터 감사를 받은 바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2019년 당시 잇따른 승강기 설치 근로자 사망으로 환노위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로부터 감사를 받은 바 있다. 사진=시장경제DB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설치 협력사들(이하 현엘 협의회)이 작업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부터 삭감·동결된 도급비(설치비)를 현실화해 달라는 것이 작업 중단의 이유다. 10일째 작업 중단이 이어지고 있어 장기화 시 아파트 준공 지연 등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승강기업계에 따르면 현엘 협의회는 8월 23일부터 작업 중단에 들어갔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설치 하청업체 소속 기사들은 2500여명이고, 현엘 협의회에 소속된 기사는 2300명이다. 이중 현엘 협의회 기사들의 95%인 2200여명이 작업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현엘 작업장이 멈춘 것이다. 

현엘 협력사들이 작업을 중단한 이유는 '승강기 설치비'(도급비) 때문이다. 현엘 협의회는 “2019년부터 15%에서 20% 가량 도급비가 삭감된 채 동결돼 왔다. 일당으로 16만~17만원(21420원 * 8시간)인데, 너무 낮다”며 “2022년 도급비 인상을 위해 지난 7월부터 현엘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렇다할 응답이 없는 상태여서 총회 의결을 통해 작업 중단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현엘은 2019년에도 똑같은 이유로 ‘작업 중단’ 사태를 겪었다. 현엘이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협력사를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본사 임직원 연봉은 4.5% 인상하면서 도급비는 깎아 갈등이 폭발한 바 있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엘 협의회 기사는 “현엘이 지난해 신기술 도입 등으로 작업 시간이 감소할 것이라며 승강기 설치비(도급비)를 20% 가량 삭감했는데, 오히려 용접 추가 비용과 업무가 6가지나 늘어났다. 야근을 해서라도 돈을 더 벌려고 해도 주52시간을 지키라며 도급비만 삭감하는 실정”이라며 “설치 기사들은 제살 깎아 먹어가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해마다 수천억원씩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기사들의 고혈을 짜서 이익을 내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합리한 부분이고, 작업 중단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018년 매출은 1조8772억원, 영업익은 1430억원, 2019년 1조8725억원, 영업익은 1362억원, 2020년 매출은 1조8211억원, 영업익은 1500억원을 기록 중이다. 매년 1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현엘 작업 중단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A건설사는 “승강기 설치의 거의 단독 공종이다. 승강기 설치 공종이 끝나야 다음 공정으로 이어지는 공종이 많다. 계속 지연되면 2차, 3차, 4차 공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작업 중단이 길어질 경우 공정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청구할 수 있긴 하지만 모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건설사는 “준공 지연 등 입주자들의 피해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작업 중단 기간에 따라 여파가 비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승강기 업계도 점유율 1위 기업의 도급비 인상 불똥을 우려하고 있다. A승강기업체 관계자는 “현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당연히 업계 1위 결과에 따라 우리 기사들도 요구사항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기사들이 ‘작업 거부’ 카드를 꺼내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승강기 시장 점유율은 현대엘리베이터 43.3%,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22.6%, 오티스엘리베이터 13.9%, 미쓰비시엘리베이터 3.7%로 조사됐다. 

현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엘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10월, 11월에 도급비 협상을 진행했고, 9월에 협상키로 입장을 밝혔는데, 느닷없이 7월에 협상을 요구하고, ‘협상 거부’를 이유로 8월에 작업 중단을 행사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회는 현엘와 공동 도급으로 고객사가 같다. 고객사들에게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객사의 책임과 손해를 협의회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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