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영 교수 "'면책조항 도입' 전제로 ESG 의무공시 필요"
상태바
윤승영 교수 "'면책조항 도입' 전제로 ESG 의무공시 필요"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08.27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SG 입법정책적 과제' 27일 시장경제 심포지엄
[제4세션]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SG 공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 발표
표준화된 ESG 공시 체계 부재... 정보 혼란
허위·오해 소지 있는 정보 제공 이유로 소송 증가 추세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윤승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ESG 공시에 관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윤승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ESG 공시에 관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최근 허위·과장된 ESG 관련 정보 공개로 인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공시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면책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ESG 공시 제도 운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소송 리스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시장경제신문이 한국상사판례학회, 한국기업법학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한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윤승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SG 공시에 관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투자자와 감독기관의 ESG 정보에 대한 공시요구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수의 증권 감독기관과 증권거래소는 대기업의 공시를 장려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다. 윤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투자결정 관련 정보 결핍에 따른 불만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기후변화 관련 로비활동을 공개하라는 주주 제안에 동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쉐브론을 시작으로 보험회사 AIG, 철도회사 CSX, 전기회사 Duke Energy, FirstEnergy와 Entergy 등의 기업은 기후변화 관련 로비활동을 일정 형식으로 보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교수는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추세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ESG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이 일부에 한정돼 있으며, ESG 정보의 공개‧공시 방법 등이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윤 교수는 표준화된 ESG 공시 체계가 부재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의 압박에 따라 ESG 관련 자발적 공시가 증가했으나, 다수의 ESG 데이터 기관이 자체 형식과 방법론을 이용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결여돼 있다"며 "ESG 정보의 비표준화는 ESG 정보의 일관성에 대해서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SEC) 투자자 자문 소위원회는 "많은 정보가 혼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일관되게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행회사, 투자자 그리고 감독기관 모두 혼란스럽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美 하원, ESG 공시 관련법 통과

상장 기업 ESG 의무공시 현실화

美 하원은 올해 6월 'ESG 공시 및 단순화법(The ESG Disclosure and Simplifica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의 상장기업이 ESG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보고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미국 상장기업의 ESG 의무공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ESG 공시 관련법은 기업이 ESG 측정 기준을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기후 위험, 정치적 지출, CEO 급여 및 세율을 명시하도록 강제한다. 상장기업은 ESG 메트릭스와 장기사업 성과가 ESG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기업은 의무적으로 정치활동에 대한 분기 및 연간보고도 해야 한다. 정치활동 보고는 (정치인) 기부금 금액, 일자, 후보 등의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기업은 매년 중위 노동자 인상률 대비 임원 급여 인상률과 관할구역별로 납부하는 세금 비율도 공시해야 한다.

윤 교수는 "감독기관과 거래소도 ESG 정보제공 분야를 민간 시장 영역에 맡겨야 하는지, 비재무 정보를 명시적으로 다루기 위해 공시 체계를 개혁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시 규정과 민간 평가의 요소를 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SG 공시 관련 증권사기 등 소송 증가

선언적인 약속보다 사실 진술이 더 중요

최근 미국 기업의 ESG 공시 관련 소송은 증가하고 있다. 주로 '증권사기'(연방법)와 '소비자 보호 또는 소비자 사기'(주법 및 연방법) 두 가지 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소송에서는 기업이 ESG 관련 공시에서 허위·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했거나, 정보를 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사기 소송에서 원고는 일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누락된 정보가 원고에게 중요한 것이며, 투자나 구매 결정을 할 때 원고가 그 정보에 의존(또는 그러한 정보의 결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윤 교수는 "ESG 공시의무 위반과 관련한 미국의 판례를 검토한 결과,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의 부과 여부를 결정할 때 법원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대중에게 제시하는 '형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정보가 긍정적 사실의 진술로 보이는지, 지속가능한 실무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적인 약속인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ESG 공시와 단순히 '전망적'이고 '선언적'인 공시와 구분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상장회사의 기후변화 리스크 공개 실패에 따른 증권사기 혐의에 대한 최근 수사와 소송의 흐름은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쟁점이 재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무시하거나, 잘못 표시하거나, 또는 공시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증권사기 소송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SEC가 연방 증권법을 어떻게 적용할 지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경(E) 소송의 경우 윤리적 차원이 아닌 회사법상 '이사의 의무 위반' 문제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광범위 하면서도 급작스런 환경 소송 변화의 추세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이사들의 위험 요인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윤승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ESG 공시에 관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윤승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ESG 공시에 관한 미국의 규제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ESG 공시 방향성·실효성 일치 중요

ESG 리스크에 대한 비교 가능해야

윤 교수는 ESG 공시의 실효성을 제고 하기 위해 감독당국은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ESG 공시 개혁의 명확한 근거와 이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 새로운 공시규정에 적용되는 구체적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공시의 방향성과 실효성의 일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ESG 정보의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ESG 보고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표준과 보다 효과적으로 일치시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교수는 "기업의 기후위험 공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입법적 지원을 바탕으로 공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인 접근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ESG 리스크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고, 투자자들의 접근 가능한 정보 요구에 규범적이고, 차별적인 대응이 가능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관협력·면책 조항 도입 필요

윤 교수는 바람직한 ESG 공시를 위해 민·관의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비재무 정보의 품질과 효용을 개선하기 위한 최적의 접근법은 공적 공시와 민간영역에서의 정보제공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나라도 감독기관과 정책당국이 민관기관과 협력해 비재무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공시체계를 개발하고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윤 교수는 "ESG 공시 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위험을 완화하도록 면책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ESG 관련 공시에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감독당국은 성실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공시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무공시는 ESG 공시를 개선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공시의 세부요건을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이 동시에 존재해서다.

윤 교수는 "실무에서 ESG 공시서식을 작성하고, 중요성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ESG 공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면책조항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ESG 정보 공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조봉현 한국거래소 팀장은 "발표 내용 중 성실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공시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성실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공시에 면책을 해주면 현재의 자율 공시체제뿐만 아니라 의무공시 체제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는 기업은 100여 개 정도"라며 "거래소를 통해 공시하는 기업이 적은 이유는 공시에 따른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SG 공시 표준화와 객관화가 가능한지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보현 아이센스 감사는 "회계기준과 같은 재무보고는 표준화와 객관화가 가능한 반면, ESG 내용들은 최소한 내용으로만 공시해도 되는 것들이 있고, 원칙과 방향 설정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이 부분의 논의가 있는걸로 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감사는 ESG 공시 규제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 감사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면 규제를 받게 된다"며 "규제 방식이 좋은지, 인센티브 방식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