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김기홍號, 수익성·ESG·건전성 모두 잡는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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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 김기홍號, 수익성·ESG·건전성 모두 잡는 '광폭 행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8.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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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융지주 두루 거친 유학파 CEO
내부등급법 초읽기... '비은행 육성' 돌입
코로나 위기에 중금리 카드로 실적 개선
작년 한국지배구조원 ESG 평가 A+ 등급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그룹 제공
김기홍 회장은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로 1999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발탁돼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이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KB금융지주 설립기획단장 등을 맡았고,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후보에 올랐다. 팬아시아리컨설팅 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는 JB자산운용을 이끌어왔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그룹 제공

임기 반환점을 돈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혁신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직후 불어닥친 코로나와 저금리 한파 속에서 수익성·건전성을 동시에 개선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ESG)와 수익 다각화로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선 김기홍 회장 특유의 금융리스크 관리 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권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연내 승인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6월부터 금융감독원과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홍 회장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M&A와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내부등급법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당국으로부터 공인받은 금융사들의 '훈장'과도 같다. 위험가중자산 산출 시 자체적으로 추정한 부도율·손실률 등을 적용하므로 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2분기 기준 J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51%에서 내부등급법 승인 이후 13%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전 부문에 걸친 우량한 실적이 지속됨에 따라 올해도 업계 최고 수준의 ROE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하반기 내부등급법이 통과된다면 CET1비율이 100bps 이상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에 작년에 이어 추가 배당성향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27일 김기홍 회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와 대형 자산운용사 인수합병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를 그룹의 중장기 핵심과제로 지목했다. 지난 2년간 체질개선과 기초체력을 확보했으므로 본격적으로 자산 규모를 확대해 '큰 판'을 벌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JB금융이 향후 저축은행과 해외 은행·증권사 등을 추가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기홍 회장은 컨퍼런스콜 당시 "사업다각화를 위해 필요한 자본·투자 여력이 개선되면서 증권사나 대형 자산운용사 등 시장 매물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면서 자본시장에서 JB금융의 포지션을 늘리기 위해 '자본시장 플랫폼 인수'는 주요한 중장기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내부등급법을 조기에 승인받을 경우 JB금융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JB금융은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JB캐피탈 미얀마, JB증권 베트남, JB 프놈펜자산운용을 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내부등급 외에도 최근 무디스가 JB금융 산하 양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으로 상향조정하면서 향후 JB금융의 실적과 건전성에 모두 '청신호'가 켜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무디스는 지난달 12일자로 광주·전북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평가했다. 무디스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이들 은행이 외형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선회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 은행이 최근 수년간 보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와 여신 포트폴리오 재조정(rebalancing)을 골자로 하는 JB금융지주의 최근 전략을 이행한 결과 안정적인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개선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구체적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 △충분한 자본적정성 △효율적인 여신 포트폴리오로 인한 우수하고 안정적인 수익성 △수신 부문의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유동성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따른 높은 정부 지원 가능성 등을 열거했다.

무디스는 관례대로 "대내외적 경영 환경에 따라 두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하향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두 은행을 포함해 JB금융의 연이은 실적 경신으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김기홍 회장, 중금리 확대로 실적·건전성 동시에

지난달 말 JB금융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반기 실적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J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784억원이다. 전년 동기 47.9%가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다. 2분기만 놓고 봐도 1,461억원으로 59.2%가 급증했다.

JB금융의 '기둥'에 해당하는 전북은행(775억원)과 광주은행(1,037억원)은 같은 시기 각각 32.6%, 20.8% 실적 개선을 이뤘다. 비은행 자회사도 선전했다. JB우리캐피탈은 같은 기간 95.1% 증가한 1,070억원, JB자산운용도 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사진=증권 제공
자료, 그래프=IBK증권 제공

김기홍 회장 취임 당시 J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9.02%로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 9.5%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자연히 건전성을 높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력도 높아지던 시기였다. 

이에 김기홍 회장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청산해 지난해 CET1 비율을 10.05%로 올리고,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을 2018년 1.96%에서 2020년 1.76% 수준으로 개선했다. 통상 금융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진이 높은 여신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JB금융의 비결은 중금리 대출 확대였다. 정부가 보증하는 소상공인 대상 보증 대출, 거점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중금리 상품을 다양화했다. 정부 보증이 필요 없는 고객에게는 금리를 낮춰주는 맞춤형 영업방식도 유효했다.

중금리 상품 취급을 늘리며 자산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JB금융의 총자산은 2018년 46조7,798억원에서 지난해 53조3,754억원으로 2년 새 14.09% 급증했다. 

이처럼 모험적인 중금리 상품을 적극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김기홍 회장 특유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홍 회장은 미국 조지아대에서 리스크관리와 밀접한 보험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기홍 회장은 지금도 출근과 동시에 전 계열사의 건전성 지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JB금융의 하반기 실적도 무난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은행 경영 기조, 캐피탈 조달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캐피탈의 잔액 조달금리와, 신규 조달금리는 각각 2.01%, 1.49%로 약 50bp 이상의 개선 여지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실적·건전성 이어 ESG 경영까지

JB금융은 이달 초 '2020년 JB금융그룹 통합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한 해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주요 내용, 환경·사회적 책임·투명한 지배구조(ESG) 경영성과를 담았다.

보고서는 지난 6월 ESG위원회에서 의결 받은 그룹 ESG 미션 '더 나은 미래로, 함께 가는 JB금융'을 슬로건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금융으로의 전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금융 ▲투명성에 기반한 신뢰받는 금융 등 3가지 ESG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5대 중요 이슈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고객중심 경영 ▲포용적 금융 실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ESG 경영 강화 등을 들었다. 이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온라인 설문조사와 비즈니스 영향도를 분석해 선정된 것이다.

특히, 올해 보고서는 기존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GRI) 기준에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SASB(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등 글로벌 ESG 표준을 추가 적용해 내실을 더했다. 

JB금융은 지난해 ESG 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지배구조원(KCGS)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하고 2020년 ESG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실시한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계열사들도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미 지난해 연말에 광주시와 탈석탄·그린뉴딜 협약을 체결했다. 전북은행 역시 지난 2월 탈석탄 금융선언을 비롯해 저탄소 경제 전환, 친환경 금융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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